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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학개론
공포학과 엮음 / 북오션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공포호러 장르는 저만의 은밀한 취향이에요.
무서운 이야기, 공포 영화는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 봐야 제맛이거든요.
어릴 때는 겁이 많은 편이었는데, 어둠 속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감이 더이상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공포호러 장르를 즐길 수 있는 담력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완전히 겁을 상실할 정도로 용감한 건 아니라서, 만약 이 책에 나오는 일들을 직접 겪었더라면... 글쎄요, 아마 《괴담학개론》을 펼칠 엄두도 못냈을 것 같아요. 괴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지, 실제 공포 체험까지 즐기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살다 보면 가끔 괜히 눈길이 가는 곳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틈, 물건과 물건, 벽과 벽 사이에 있는 틈을 보고 있자면 다소 기이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예를 들어, '저 틈에는 뭐가 있을 것 같다', '저 틈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처럼 말입니다. 특히, 깜깜한 저녁에 홀로 틈을 보고 있으면 그 안이 보이지 않아 더욱이 무섭기도 하죠. 하지만 만약 정말로 그 틈에서 누가 나를 보고 있다면, 틈 안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섬뜩함이 찾아올 것입니다." (86p)
구독자 12만명을 보유한 공포 유튜브채널 <공포학과>에서 그동안 공개할 수 없었던 봉인된 이야기들 가운데 엄선된 20편의 괴담이 바로 이 책에 실려 있어요. 괴담 전문가 M교수님이 운영하는 공포학과인 만큼 책의 구성도 1학기와 2학기로 나누어 강의시간표처럼 1교시부터 10교시 순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수업 중간에는 '쉬는 시간'이 있는데, M교수님의 친절한 설명이 공포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네요. 그래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포'라는 슬로건 하에 탄생한 공포학과니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아무래도 이 책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공포마니아라고 봐도 무방할 테니까 무서워서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겠지요. 공포의 수준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딱 하나만 설명하자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장 무서운 레전드 썰만을 골라서, 공포학과 필수과목인 '괴담학개론'을 완성했다는 점이에요. 괴담의 특성상 어떤 내용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느낌만을 표현하자면, 뒤늦게 매운 맛이 올라오는 청양고추 같아요. 처음 읽을 때도 오싹하지만 다 읽고 나서 더욱 섬뜩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자꾸만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갑자기 진저리를 치게 된다니까요. 지박령, 걸귀, 중고 물건, 원한귀, 흉가귀, 악귀, 틈, 지붕귀신, 춤추는 귀신, 달귀굴, 강령, 웃는 귀신, 물귀신, 빙의, 꿈, 모텔, 이모의 원혼, 산귀신, 무덤귀, 장례식장까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이라서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거나 거의 의식하지 못했던 장소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거예요. 귀신이나 유령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를 믿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의 상상력은 끝이 없으니까요. 괴담학개론을 펼치는 순간, 빠져나갈 수 없는 수업은 시작되었네요. 이야기만으로도 모든 감각들이 예민해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니까요. 중간에 삽입된 사진들은 의외의 복병이네요. 괴담책에 사진들이 있을 줄은 예상을 못해서, 읽다가 사진 때문에 더 놀랐네요. 꿈에 볼까 무서운 사진들... 이번 책이 공포학과의 첫 번째 에디션이기 때문에 앞으로 전공별로 다양한 과목들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