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공감 - 우리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명선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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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말실수' 한 번에, 누군가는 소외당하고 누군가는 고립된다.

생각이 서로 다를 뿐인데, 안색을 굳히고 감정의 문을 닫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람들은 실수할까 봐, 오해받을까 봐 말을 아낀다. 예민한 질문과 대화는 거의 사라진다.

사람들은 질문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대화의 힘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모두가 눈치를 보며 괜히 파장을 일으킬까 봐 움츠러든다.

그렇게 아무도 말하지 않고, 모두가 침묵하는 상황이 된다.

그것이 바로 '자기침묵 self-silencing'이다." (9p)


최근 몇 년간 알게 모르게 느끼고 있던 변화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어요. 발언의 의도나 맥락과 상관없이 특정 단어나 표현 자체가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스스로 자체검열을 하거나 아예 침묵하는 편을 택하게 되었거든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발언들이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등장할 때마다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지만 토론이 아닌 싸움이 될 걸 뻔히 아니까 입을 꾹 다물게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건전한 비판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은 내가 하는 생각이 진짜 나의 생각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들기도 해요.

《거짓 공감》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강연가인 제나라 네렌버그의 책이에요. 저자는 신경다양성 프로젝트와 인종간 프로젝트의 설립자로서 자신의 연구 주제와 온라인에서의 자기침묵 현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자기침묵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문제이며, 우리 모두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어요. 이 책은 저자의 탐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시대의 집단사고가 어떻게 우리를 침묵하게 만들었는지 살펴보고, 집단사고에서 벗어나 침묵을 깨고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을 알려주고 있어요.

인터넷의 등장으로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며 '좋아요'와 '공유'라는 강력한 중독에 빠져있고, 이분법적 이념으로 몰아넣는 양극화된 범주와 알고리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와 캔슬의 두려움에 짓눌려 침묵을 택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이 인류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이네요.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이토록 커질 때까지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라는 거센 파도 앞에 침묵하게 되었고, 우리 내면은 위축되어 이성과 감정에 오류가 생기고 말았네요. 온라인 세계에서 우리가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라는 진실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네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짜, 껍데기를 던져 버리고 진짜 나로 세상 앞에 서는 용기이며,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믿어야 해요. 저자는 우리가 진솔한 자기 표현과 활발한 소통으로 건강한 관계를 맺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살아간다면 회복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온라인 세상이 아닌 오프라인 세상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 할 차례네요. 진짜 나답게, 서로 진정한 모습으로 함께 하는 사회,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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