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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서양철학사 - 탈레스부터 보드리야르까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
강영계 지음 / 해냄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좀 더 일찍 철학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애초에 철학이 무엇인가를 몰랐기 때문에 엉뚱한 오해와 편견으로 철학을 멀리 했던 것 같아요. 철학사에 대한 지식을 아는 것과 '철학함'이 동일한 건 줄 알았어요. 어려운 철학 이론들을 읊어대면 똑똑하게 느껴지니까요. 근데 이 책에서는 단순히 서양철학을 소개하고 전달하는 차원이 아니라 매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내가 놓쳤던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네요. 철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흔히 철학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진짜 철학은 어떤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철학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처음 시작하는 서양철학사》는 탈레스부터 보드리야르까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책이네요. 저자는 현재 건국대학교 철학과 강영계 명예교수이며, 2000년 초판을 수정하고 보충하여 2025년 개정판을 펴냈네요. 초판 서문과 개정판 서문을 보면 관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서양철학사를 인간과 세계의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써 본인이 철학해 온 여정을 철학 이야기를 풀어냈던 것이 초판이라면 이번 개정판에서는 서양철학사를 통해 전하고 싶은 철학의 핵심은 널리 인간을 두루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이 책은 탈레스의 그리스철학으로 출발하여 종교적 색채가 강해진 중세철학에서 자연과학의 성장으로 등장한 르네상스철학, 과학의 급속한 진전이 시작된 근대 인식론의 근세철학에서 현대철학으로 이어지는데, 특히 주목할 부분은 칸트철학을 상세하게 다룬 내용이네요. 서양철학사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등 위대한 철학자들이 있는데, 저자가 이마누엘 칸트를 꼽은 이유는 18세기에 영국경험론과 대륙합리론, 프랑스 계몽철학을 종합하여 독자적인 철학을 구성했고 오늘날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칸트는 『논리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원해도 좋은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등 네 가지 물음을 던졌는데, 앞의 세 물음들을 종합한 것이 네 번째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며, 종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비판하고 미래의 형이상학을 정립하고자 했던 '철학함'의 자세가 바로 비판철학의 본질이며, 삶의 윤리적 가치인 자유를 강조했다고 하네요.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철학의 흐름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인간을 바람직하게 이끄는 사유의 힘이 곧 철학함이라는 거예요. 지금이야말로 철학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서양철학은 문명과 문화의 무기가 되었고, 서양을 대표하는 영국·프랑스·독일 등이 대변하는 서양철학은 거의 '학문의 왕' 행세를 해왔다. 그러나 철학은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질식시키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 권력이 되어서도 안 된다.
현대에 들어와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나 보드리야르의 허무주의 사회철학에서 일차원적 철학, 다시 말해서 비밀리에 정치 경제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으스대던 철학이 해체되는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 나는 지금 서양철학사를 다시 음미하면서 과연 그것이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하며 철두철미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 가장 나쁜 정치 형태는 전체주의 정치, 공산주의 정치, 독재주의 정치 등이다. 이런 정치 형태에서는 깨어나지 못한 자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깨어나지 못한 백성이 감옥 생활을 한다. 나는 인간의 자각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 ··· 철학은 바람직한 인간의 삶을 창조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6-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