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미각 - 고기국수부터 오메기떡까지,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공생의 맛
정민경.이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문화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가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알려지면서 한국의 다채로운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뿐만이 아니라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네요. 우리는 늘 먹던 음식이고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풍경이라서 그 소중함을 잊고 있었나봐요. 익숙하다고 해서 잘 아는 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우리 것에 대해 제대로 살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름다운 제주 섬에 대해 맛깔나게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제주미각》은 제주 음식과 역사, 문화를 풀어낸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척박한 땅 제주 섬에서 음식 문화를 꽃피운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목차가 식당의 차림표처럼 생선류, 고기류, 탕류, 면류, 간식류, 음료·주류로 나뉘어져 있다는 거예요. 제주가 고향이거나 제주에 오래 살아온 '제라진' 제주 인문학자 열한 사람이 애정을 담아 각각의 음식들을 소개하고 토박이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혼디', 함께 같이 만든 제주에 관한 책이자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주 음식은 워낙 유명해서 모르기가 힘들지만 단순히 음식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문화와 그 역사에 관한 이야기까지 들려주기 때문에 흥미롭네요.
옥돔(만)이 생선이라고 말하는 옥돔구이 이야기, 은빛 물결을 담은 제주의 갈칫국, 바다를 빼앗긴 사람들을 위한 위로 한 그릇을 담아낸 자리물회, 쿰쿰하고도 짭짤한, 돼지고기의 짝꿍인 멜젓, 도마 위에 올려진 제주인의 삶과 지혜라고 표현한 돔베고기, 금기와 풍습 사이의 역설을 보여주는 말육회, 검은 암쇄가 진상 간다던 흑우구이, 제주가 겨울을 기억하는 방식인 꿩샤부샤부, 기쁨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는 맛인 몸국, 산에서 나는 소고기로 끓인 명품 국인 고사리 육개장, 제주 인심의 척도인 성게 미역국, 수많은 제주 음식을 제친 역전의 명수인 고기국수, '보말도 궤기여'라는 제주 속담의 주인공인 보말칼국수, 빙빙 말아 먹는 웰빙 디저트 빙떡, 제주의 대표 떡인 오메기떡, 유년의 추억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별미인 지름떡, 제주에 뿌리내린 당근케이크, 여름을 여는 맛인 보리개역, 황금 열매로 만든 신선의 음료인 감귤주스, 쉰밥의 도도한 변신인 쉰다리, 어머니의 향과 땀이 담긴 술인 고소리술까지 제주 여행에서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음식들이네요. 제주 음식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방언에 관한 책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제주는 땅도 넓지 않은데 사투리가 동서남북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그 말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