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대한 개츠비 ㅣ 소담 클래식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츠비는 정말 위대할까요.
2025년 4월 10일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출간 100주년 기념일이에요. 100년 전 출간된 소설의 주인공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건 특별한 일이에요. 우리에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가 익숙하지만 연극,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네요.
도대체 개츠비는 어떤 인물이며, 과연 그에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적절한 걸까요.
소담출판사에서 <위대한 개츠비> 출간 10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번역본이 나왔어요. 다들 알다시피, 번역에 따라 원작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미 읽었던 작품이라도 새롭게 느껴질 거예요. 물론 번역 때문인지, 아니면 제 개인적인 변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전에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생각들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이제껏 무대 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개츠비였고, 이는 변함 없는 사실이지만, 문득 목 뒤에 까슬대는 태그를 발견하듯 닉 캐러웨이를 주목하게 됐네요. 소설은 1인칭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아버지의 충고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되네요.
지금보다 나이가 더 어리고 마음이 여렸던 시절,
아버지가 해 주신 말씀을 나는 두고두고 마음속에 되새겨 왔다.
"누군가의 흉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 네가 가진 장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라."라고 하셨다. (9p)
소설의 배경은 재즈 시대 혹은 광란의 시대라고 불리던 1920년 뉴욕, 닉은 중서부의 삼대에 걸쳐 꽤 알려진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예일대를 졸업하고 월스트리트 채권 딜러로 일하는 스물아홉 청년이에요. 뉴욕시 인근의 큰 섬인 롱아일랜드 북쪽 해안에 작은 만을 사이에 두고 웨스트에그와 이스트에그라 불리는 지역이 마주 보고 있어서, 둘 다 달걀처럼 튀어나온 지형이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닉은 웨스트에그에 집을 구했어요. 옆집이 개츠비의 으리으리한 저택이라는 게 우연이었을까요. 닉은 이스트에그에 사는 부캐넌 부부의 집을 방문하는데, 남편 톰 부캐넌은 닉의 예일대학 동창이자 학창 시절 미식축구 스타였고, 아내 데이지는 닉과 육촌 관계예요. 딱히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애매한 사이인 거예요. 마치 작은 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개츠비 집과 부캐넌 부부의 집 같은... 실상은 꽤 먼 거리인데 깜깜한 밤에는 불빛 때문에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착각하게 만드는 거리라고 볼 수 있어요.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져 가는 미래, 극도의 흥분이 넘치는 미래가 있다고 믿었다.
그 당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아침에······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떠내려가면서도,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보트의 노젓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291p)
서른 살이 된 닉, 그는 개츠비가 처음으로 데이지 집의 부두 끝에 반짝이던 그 초록 불빛을 보며 어떠했을지를 떠올리면서 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있어요. 개츠비의 편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건 온전히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양심 혹은 연민 때문인 거예요. 아버지의 말씀처럼 흉을 보고 싶지만 개츠비가 살아온 환경은 닉처럼 순탄하지 않았으니까, 그를 탓할 수 없는 거예요. 바보 같은 개츠비, 돈 많은 부자였으나 내면은 텅 빈 거지였다고, 무엇보다도 그는 억울한 죽음을 맞았으니 최소한의 예의로 애도하고 있는 거예요. 개츠비의 꿈은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꿈이었어요. 개츠비가 사랑했던 데이지, 그녀를 차지하면 과거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되찾을 거라고 믿었기에 어리석은 짓을 하고 만 거죠. 데이지는 지고지순한 사랑보다 부유한 재력을 원했고, 누구보다 세속적인 인간이라서 톰을 선택한 거예요. 아름다운 쓰레기와 돈 많은 쓰레기의 결합, 그 사이를 개츠비가 끼어든 거예요. 개츠비가 원했던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과거의 결핍을 채우고 싶은 욕망과 집착인지도... 위대한 개츠비는 사라졌고, 거대하고 부조리한 실패의 산물인 개츠비의 집만 남았네요. 덧없이 흘러가는 황홀한 순간에 붙잡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닉은 단순한 화자를 넘어 우리 내면의 목소리가 되어 묻고 있네요. 위대한 인생이란 뭘까요.
이번 책은 초판 한정으로, "한 달 챌린지를 위한 갓생 플래너"라는 특별 선물이 있어요. 한 달 챌린지의 목표를 정하고, 매일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타임박스를 작성하여 실천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플래너 노트예요. 첫 장에 예시로 개츠비의 타임 플래너가 나와 있네요. "일주일에 유익한 책이나 잡지 한 권씩 읽을 것"과 "부모님께 더 잘해 드릴 것."은 공감하는 목표네요. 갓생챌린지, 색다른 한 달 도전기가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