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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가 아들러를 만났을 때 - 금강경으로 배우는 마음 청소법
우뤄취안 지음, 하은지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꽉 움켜쥘수록 스르르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모래알,
야속하게도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가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을 돌아보고 챙겨보자는 마음으로 좋은 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어요. 눈으로 읽을 때는 머릿속을 스쳐가고, 소리내어 읽을 때는 귓가에 머물다가, 손으로 한 글자씩 적어내려갈 때에 비로소 마음 안에 차분히 들어오더라고요. "어지러운 마음을 잠재우기 위한 『금강경』 한 줄 필사"라는 문구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됐네요.
"서른에 본격적으로 『반야심경』을 공부하기 시작해 쉰이 되어 『금강경』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먼저 보내드리고 어머니의 투병을 겪으며 그것을 독송하고 필사하는 가운데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겨 내듯 내 마음 겹겹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경전을 읽으며 인생의 단계별로 겪게 되는 문제에 대응하는 자세를 배웠고, 마음속 의혹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 요즘처럼 '나'를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고 강조하는 시대에 '무아'를 근간으로 하는 『금강경』의 가르침이 어쩌면 거북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나는 지금이야말로 이것을 배울 적기라고 믿는다. 『금강경』에는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갈 두 가지 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따뜻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이며, 또 다른 하나는 굳건한 의지와 격려이다. ··· 인생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겁고 어려운 일도 별것 아닌 듯 가벼운 일처럼 들었다가 내려놓는 것이다." (12-13p)
대만의 작가이자 방송인, 심리상담사, 기업 고문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2천 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한다는 우뤄취안, 그가 일상에서 『금강경』을 실천하며 얻은 소소한 깨달음을 담고 있는 책이 《석가모니가 아들러를 만났을 때》이네요. 『금강경』 은 고통과 번민에 허덕이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인데, 저자는 이 경전을 읽고 필사하면서 인생의 과제들을 수용하고 비워내는 훈련을 했다고 하네요. 신기하게도 저 역시 스님의 말씀이나 불교 경전을 해설한 글을 읽으면서 심리적인 도움을 받았는데, 우뤄취안은 자신의 깨달음을 현실의 삶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적용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이 책은 『금강경』 의 핵심이자 삶의 지혜를 알기 쉽게 풀어내고, 이야기의 단락마다 '금강경 한 구절'을 소개하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필사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먼저 『금강경』 을 통해 바라보는 인생의 과제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실천불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성운대사가 실천한 '무상'과 '무아', '무주'와 '무득'의 네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각자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무아의 경지에 이르는 삶인 무아도생, 보이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베푸는 삶이 무상보시,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삶인 무주생활, 수행을 통해 비움을 경험하는 무득이수를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 의미를 알려주네요. 저자는 『금강경』 을 읽은 후로는 "어떻게 마음을 항복받아야 하오리까?" (255p)라는 질문에 석가모니가 내놓은 답이 인생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었다고, 자기 생각만 하면 집념을 내려놓기 힘들지만 나를 내려놓고 타인을 생각하면 사적인 욕심과 집착은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이야기하네요. 그 '내려놓음', '비움'에 이르는 마음 수행법이 여기에 적혀 있네요. 동일한 치료법이라도 사람마다 효과는 다르게 나타나듯이, 『금강경』 이 모두에게 약이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맑고 깨끗한 공기 정화가 될 것 같아요.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참지혜를 깨닫고 부처의 마음을 수련할 수 있는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