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2 : 자존감 혁명 - 마음이 단단하고 내면이 성숙한 사람들의 비밀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2
최설민 엮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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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휴, 힘들다...

무엇이 이토록 마음을 힘들게 하는 걸까요. 모든 건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마음 탓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네요.

《자존감 혁명》은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시리즈 두 번째 책이에요.

우선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일명 '놀심'은 심리학을 전공한 최설민 님이 만든 오프라인 모임이었는데 이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7년간 200여 명의 심리 전문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콘텐츠로 구독자 86만 명의 심리학 분야 1위 채널이 되었다고 하네요. 워낙 인기 채널이라서 다들 한 번쯤 관련 영상을 봤을 것 같은데, 그 내용들 가운데 '자존감'을 위한 심리학을 다룬 것이 이 책이네요.

이 책에는 베테랑 심리 전문가 20인의 조언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내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부터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태도,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갖는 방법에 대해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완전하지 않은 것뿐이다." (18p) 라는 문장이 확 와닿더라고요. 자꾸 문제라고 생각하면 심각해지는데, 원래부터 완전하지 않은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고 나니 내면을 바라보는 일이 한결 편해지네요. 그래서 '놀면서 배운다'라는 표현을 썼나봐요. 스스로 부족하지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고, 성숙한 내면과 건강한 자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스무 명의 심리 전문가들을 통해 들으니까 설득이 되네요. 자신에 대한 믿음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으로 만들어가는 것이었네요. 불안이나 우울 등 부정적인 마음을 밀쳐내기만 했는데 그 마음도 내 것이라고 인정하고 나니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네요.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건강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심리학 수업을 받은 것 같아요.



최설민 : 우리는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주변의 시선은 물론이고 나 자신조차도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관점을 달리해서 우울함이나 불안감이 나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감정을 대하는 마음 자체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진달까요.

이두형 : 맞아요. 그런 관점이 한편으로는 창조적인 절망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반면에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기도 해요.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 완벽하지 않은 내가 꾸려갈 수 있는 행복이 분명히 있다고 접근하는 거예요. 내 안에 원하지 않는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 또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나를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게 결단코 나와 내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는 아니에요." (21p)


최설민 : 자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도 실제로는 내 자존감을 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함광성 : 그게 참 어려운 일이긴 해요. 나를 존중하는 느낌을 강하게 갖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당연히 심리 상담이 도움이 돼요. 그런데 비용도 들고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보니, 조금 어렵지만 혼자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 방법은 자존감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는 생각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는 거예요. 지금 당장 지난 한 주 동안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하지 못한 행동들 혹은 자존감이 낮아서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들의 목록을 만들어보세요. 그런 다음 내가 자존감이 높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은지를 써보는 거예요. 두 번째 방법은 연기를 하는 거예요. 다시 말해 자존감이 높은 척하는 거죠. 의도적으로 자존감이 높을 때 할 법한 행동들을 일상에서 최대한 많이 해보는 거예요. ... 눈에 보이지 않는 자존감에 매달리기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 의도적으로 그 행동을 하다 보면 작은 성공 경험이 생겨나요. 그리고 나를 보는 주변의 시선이 바뀌고,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요. 그러면 어느 순간 '나 꽤 괜찮은 사람인가 보네?'하는 느낌이 들어요. (154-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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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바일라 22
박현숙 지음 / 서유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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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물었어요. 미운 사람이 있느냐고.

생각해보니 지금은 미운 사람은 없고, 싫은 사람은 있더라고요. 마음 속에 미움이 몽땅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 미움이 도리어 내게 독이 된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달라졌던 것 같아요. 박현숙 작가님의 책을 읽다보면 어릴 때의 나를 소환시켜, 어설프게 덮어뒀던 작은 상처들을 어루만지게 되네요. 그때 다독여주지 못했던 마음들은 어디에 꽁꽁 숨어 있었던 걸까요. "못 찾겠다, 꾀꼬리! 나와라~" 그 숨겨둔 마음을 마주하며 이제는 웃을 수 있지만 지금 미운 마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을 건네주고 싶네요.

《네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박현숙 작가님의 장편소설, 따끈한 신작이네요.

소설은 우리에게 누군가 지독하게 미워서, 그 애가 쫄딱 망하는 걸 보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참, 마음 타령만 하니까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하기 어렵죠? 일단 박현숙 작가님의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신기한 운동화가 등장하거든요.

"혹시 이 운동화······."

"네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는 게 있어서 네게로 간 거야. 네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시작될 거야. 네가 원하는 일이.

그런데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면 네가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않을 걸? 그때는 딱 하나의 방법밖에 없지." (47p)

주인공 장선은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운동화 전문세탁소에서 수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우연히 명품 운동화 한 켤레를 갖게 되면서 묘한 일들을 겪게 되는 이야기예요. 운동화에 숨겨진 비밀은 뭘까요. 사람 속을 박박 긁어대는 서랑이 때문에 괴로운 장선은 짜증을 내다가 점점 미움이 커지게 되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더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 거예요. 자꾸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 이래서 멈출 수가 없다니까요. 우리에게 신기한 운동화를 통해 각자 깊이 숨겨둔 마음을 꺼내게 만드는, 멋진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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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 고난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헤밍웨이 인생 수업
박소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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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말인 것 같아요.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찾아오듯이, 캄캄한 밤을 지나면 동트는 새벽을 맞을 수 있겠죠.

현실이 견디기 힘들다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헤밍웨이의 작품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그때 무엇을 느꼈는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고달픈 인생의 다양한 모습이 특별한 인생 수업으로 느껴졌네요.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헤밍웨이의 대표작들 중에서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지날 때 도움이 되는 헤밍웨이의 조언을 담은 책이에요.

이 책에는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작품 속 문장들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문득 어릴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행간의 의미를 발견하면서, 이래서 고전은 세월이 갈수록 빛난다고 하나봐요. 특히 <노인과 바다>는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서 유명하지만 이 작품이 주는 감동과 교훈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세월이 흘러 다시 보니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저자의 친절한 해설과 '원서 같이 읽기'가 명작을 음미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고전은 어떤 식으로든 해석될 수 있어야 합니다. 물고기를 잡아야만 했고 죽여야만 했지만 결국 모든 걸 잃은 노인, 노인에게 잡혀야만 했고 또 자신을 모두 상어에게 먹힌 물고기, 노인이 힘들게 잡은 물고기를 전부다 먹어 치워야만 했던 상어··· 이 모든 존재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본 적 있고 만난 적 있는 존재들이자, 모두 당위성이 있는 당연한 존재들입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 누가 좋고 나쁘고를 가를 수 없는 이 인간세상 그 자체인 것입니다. <노인과 바다>의 위대한 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독자가 누구든, 어느 상황에 있든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 예술 작품은 독자의 경험을 거울처럼 반영하며 다양하게 읽혀야만 하는 것입니다. 시대를 건너뛰어 공감할 여지가 있는 것이 바로 고전 소설의 맛입니다." (63-64p)

청소년 시절에 반강제적으로 읽었던 고전 작품들, 그때는 몰랐지만 삶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나니 뒤늦게 유레카를 외치게 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촉매제인 것 같아요. 당장 읽는다고 해서 대단한 깨달음, 인생의 교훈을 얻는 건 아니지만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데에 힘이 되어주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요. 마지막 장에 실려 있는 헤밍웨이의 말들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미완성 원고,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여러 매체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어록이라서 그의 인생관과 글쓰기에 관한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었네요. 헤밍웨이는 '본능적 느낌, 배짱(gut)'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누군가 헤밍웨이에게 이 'gut'에 대해 묻자, "용기란 압박 속에서 우아함을 지키는 것" (279p)라고 답했다고 하네요. 지금 우리에겐 그 'gut'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비극은 잊어버려.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고통받고 있고, 진지하게 글을 쓰기 전에는 특히 최악의 상처를 받아야 하는 거야. 심하게 상처받았을 때 피하지 말고 그걸 이용해야 하지. 과학자같이 그 경험을 충실하게 쓰되, 그게 아주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마. 왜냐하면 그건 너한테든 또는 지인 누구에게든 일어나는 일이니까." _ <어니스트 헤밍웨이 : 엄선된 편지들> (253-254p)


"차가운 비가 계속 내리면서 봄을 죽여 버렸다.

그 시절, 봄이 영영 안 올 듯 했고 두려웠었다.

하지만 봄은 결국 왔다." _ <파리는 날마다 축제>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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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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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나이가 붙으면, 그 연령대를 위한 책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이 책은 '마흔'보다는 '흔들리는 마음'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아요.

"마흔 무렵이 되면 초연해질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의젓하고,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여린 꼬마가 웅크려 있고, 그 옆에는 아직도 세상 모든 게 서툰 청년이 서성이고 있다는 것을요.

이렇게 인생의 이치에 실망감이 밀려오면, 저는 예술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곤 합니다." (5p)

그래서 《마흔에 보는 그림》의 부제는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이네요. 나이 마흔이 되어 불혹, 세상 일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나이 드는 것만으로도 공자의 경지에 이른 거잖아요. 근데 평범한 우리들은 서로 만나면 나이값도 못한다며 허탈한 넋두리를 하게 되네요. 그러다가 저 역시 깨달은 바가 있어요. 살아 있으니 흔들리는 거라고 말이죠. 어떤 식물들을 키울 때 줄기를 붙잡아주는 지지대가 필요한데, 우리 마음도 흔들릴 때마다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지지대가 있어야 해요. 그건 사랑하는 누군가의 존재일 수도 있고, 명상이나 기도일 수도 있을 거예요. 수많은 지지대 중 하나로써, 저자는 우리에게 마음 처방전처럼 위대한 화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소개해주네요. 위로가 필요한 순간, 용기가 필요한 순간, 버텨야 하는 순간, 홀로 서야 하는 순간, 그럴 때 이 그림을 보면 어떠냐고 말이죠.

책 표지 그림은 마크 로스코가 1957년 완성한 <No. 11> 이에요. "이 그림에서 주목되는 건 흰색에 가깝게 칠해진 벽돌 모양의 직사각형이다. 천편일률적인 삶을 강요하는 세상에 지친 사람들은 이 영역을 보고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꼈다. ... '나도 이 정도는 그린다'라고 비아냥거린 사람들도 실제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는 넋을 놓았다. 당대의 유명 수집가인 페기 구겐하임 등도 밀려오는 감동에 그의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로스코는 이들의 도움으로 큰 전시를 여럿 유치했다. 그 덕에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로스코가 전 세계로 이름을 알려가던 바로 이 시기에, 시그램과의 초대형 계약을 파기한 것이었다. ... 재벌들은 그의 그림을 얻기 위해 더욱 집요하게 달려들었고, 그럴수록 로스코는 자신이 부자들의 자랑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우울에 빠졌어요. ...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아담한 예배당 내부였어요." (87-90p)

마음대로 긋고 칠하되, 그 안에는 반드시 울림을 담을 것, 이것이 로스코의 정신이라고 하네요. 모든 구상을 없앤 채 오직 색면 추상만으로 완성된 그림이 사람들을 울리고, 깊은 여운을 주는 이유일 거예요. 책 속에는 원작을 손바닥만한 크기로 축소하여 인쇄한 그림이라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적이진 않지만 마크 로스크의 삶을 알고나니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네요.

제 마음을 끌어당긴 그림은 빌헬름 하메르스회의 작품들이었어요. 그림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모델은 아내 이다라고 하는데, <휴식>을 보면서 마음이 평온해졌어요. 그의 그림에는 "싱거운 그림을 그렸다"라는 평이 지겹도록 따라다녔고, 이 족쇄 탓에 오랜 세월 무명의 시간을 이어가다가 1910년대가 되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면서, 저자는 "하메르스회는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존재감 있는 위로의 화가" (58p) 라면서, "조바심은 소금물이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만 더 타들어간다. 들끓는 갈증을 잠시나마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던 일을 모두 멈춘 후 깊게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하메르스회의 작품은 그 오래된 지혜를 다시 일깨워준다." (59p)라고 알려주네요.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그림 자체가 치유의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따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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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영화 레시피 - 10대의 고민, 영화가 답하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9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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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온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이야기꽃이 피네요.

서로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가족 모두가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을 때는 늘 같이 떠들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봄마다 꽃이 피듯이, 신기하게도 사춘기가 찾아오면 당사자를 제외한 모두가 알아차리게 되더라고요. 본인은 아니라고 우기는데, 계속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그럴 때 영화가 냉랭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반가웠어요.

《마녀의 영화 레시피 : 10대의 고민, 영화가 답하다》는 10대를 위한 마법 같은 영화 레시피가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이 책을 기획하면서 좋은 영화를 추려내느라 무척 공을 들였고 오랜 고민 끝에 삶을 제대로 요리할 수 있는 영화 레시피를 완성했다고 하네요. 물론 영화가 삶의 고민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레시피가 아니라 마법 같은 레시피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아참, 제목에 마녀가 언급된 것은 주인공 열다섯 살 박준희, 일명 쭌이가 편의점에서 마녀 언니를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되기 때문이에요. 마녀 언니는 준희에게, "난 책을 읽는 것처럼 영화를 봐. 마음에 드는 책을 신중하게 골라서 한 장씩 천천히 읽는 것처럼 말이야. 어른들은 애들더러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는 하지만 좋은 영화를 권하지는 않지. 영화와 책이 다르지 않은데 말이야. 전혀 다른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고, 오래 간직할 만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말이지." (21p) 라고 말했고, 이 책에는 마녀 언니와의 수다 속에서 언급된 영화들을 마음 처방전마냥 "자신감이 필요할 때 이 영화를 봐.", "용기가 필요할 때 이 영화를 봐.", "깨달음이 필요할 때 이 영화를 봐.", "친구가 필요할 때 이 영화를 봐.",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영화를 봐.", "미래의 꿈이 필요할 때 이 영화를 봐." 라며 슬그머니 영화 레시피를 건네주고 있어요. 10대의 고민을 다정하게 달래주는 영화들, 사실은 누구에게나 좋은 영화들이라서 다시 가족 영화관을 열어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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