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바닐라, 라떼
욱시무스 지음 / 하늘세상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책표지 속 얼굴 표정에 주목!

뭘까요,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왠지 익숙한 이 느낌은...

《퇴근 후 바닐라, 라떼》는 욱시무스의 일상 공감 만화 책이에요.

저자 욱시무스는 누구인가. 책 날개를 보니, '오랜 시간을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다 문득 태블릿 하나 손에 들고, 나만의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한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소개와 함께 흐뭇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네요. 이름에서 풍기는 '욱'의 진한 향기, 모르는데 알 것 같은 작명인지라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더니 이야기마저도 깊은 공감과 함께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네요.

이 책은 아빠 우째와 엄마 쓰유가 쌍둥이 '바닐라'와 '라떼'를 키우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건 무엇인지, 진지하게 접근하면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데, 여기에선 그 현실의 무게를 웃음으로 가뿐하게 날려주네요. 초보 엄마아빠에겐 한 명을 키우기도 벅찬 일인데 쌍둥이 육아는 그냥 2배가 아니라 양육자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일이라는 것, 사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상상만으로도 고난이도의 육아라서 육아에 관한 에피소드가 달가운 소재는 아닐 거예요. 근데 그 힘든 육아 속에 찐 사랑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감동 포인트예요. 아마 자녀를 사랑으로 키워낸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어요. 현재 육아를 하고 있다면 몹시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일 것이고, 아직 육아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겐 순수한 즐거움을 전하는 에피소드라는 점에서 모두를 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세상에 아무 도움 없이 저절로 크는 아이는 없으니까요. 부모님이든 다른 누구건간에 양육자의 돌봄을 통해 아기는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어요. 쌍둥이 육아 일기를 보면서 거창하게 부모님의 은혜를 떠올리며 반성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모와 자녀,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네요.

저자가 그린 '결혼의 정의'를 보면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손을 맞잡고, 그 상태로 같은 목적지를 향해 발맞춰 걷는 모습인데, 옆에 있는 쌍둥이들의 말이 걸작이에요. "절대 서로의 두 손을 놓거나 눈을 떼서는 안 돼!" "자, 천천히... 이리로 이리로... 좋아! 제법 익숙해졌지? 엄마아빠는 우리만 따라와!" (129-130p) 바닐라와 라떼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내는 우째와 쓰유, "그렇습니다. 결혼생활은 이렇게 삐걱대면서 한방향을 향하여 가는 게 아닐런지요." (130p)라는 마지막 문장이 와닿았어요. 오랜만에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어머니의 진심어린 말씀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네요. 미우나 고우나 한결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험난한 세상을 버텨내는 힘이란 걸 느꼈어요. 오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쌍둥이처럼 우리 인생도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오늘 주어진 이 순간을 후회없이 살아야겠다고, 지치고 힘들수록 많이 웃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퇴근 후 바닐라, 라떼는 놓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이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
위혜정 지음 / 센시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심란하다 싶을 때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가만히 있어도 속이 너무 시끄러우니까요. 그럴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았어요.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는 글짓는 교사 위혜정님의 영어 필사 책이에요.

"1년 열두 달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녹여 시기에 따라 필요한 영양제를 챙겨 먹듯,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문장들을 차곡히 모았다. 때론 그 누구의 장황한 말보다 단 한 줄의 문장에 기대어 일어날 기운을 얻기도 한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영어 필사를 통해 좋은 문장들을 끄적이기만 해도 행복의 에너지가 돌고 도는 시간을 지나왔다. ... 영시를 맛보는 '영어 시식회'도 마련했다. ... 나만의 영어 필사 리추얼을 삶의 윤곽과 의미가 또렷해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5-6p)

이 책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시간'인 봄, '인생이라는 황홀한 여름날을 만끽하는 시간'인 여름, '풍성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시간'인 가을, '무탈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은 겨울로 나누어 계절별로 40일, 모두 160일 동안 읽고 따라 쓸 수 있는 영어 명문장이 담겨 있어요. 저자는 개인적으로 영어 필사를 통해 좋은 문장들을 끄적이기만 해도 행복의 에너지가 돌고 도는 시간을 지나왔기에 비타민과도 같은 문장들을 골라 책을 펴냈다고 하네요.

여기에 실린 문장들은 천천히 꼭꼭 씹고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각 문장 말미에 저자의 질문이 나와 있어서 문장을 따라 쓴 다음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을 수 있어요. 마치 어릴 적에 일기를 쓰던 그 마음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믿음>이라는 주제에 소개된 문장은 미국의 인권운동가이자 흑인 해방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Faith is taking the first step, even when you don't see the whole staircase." 믿음이란 계단 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Q.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경험이 있나요? (16-17p) 이 문장과 질문을 보면서 혼자 고민하던 일을 차분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네요. 그동안 좋은 책 속 문장들을 필사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얻어왔기 때문에 필사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영어 문장을 필사하는 것이라서 새로운 자극이 되었네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명언을 영어 문장으로 읽고 쓰는 것이라 나름 영어 공부가 된 것 같아요. 또한 '영어 시식회'에서 마야 안젤루의 <I've learned that 나는 배웠다> , " I've learned that no matter what happens, or how bad it seems today, life does go on, and it will be better tomorrow.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142-143p)라는 시와 에린 헨슨의 <Not 아닌 것> , "You are not your age, Nor the size of your clothes you wear, You are not a weight, Or the colour of your hair, You are all the books you read, And all the words you speak, You are the things you believe in, And the people that you love, You are the photos in your bedroom, And the future you dream of, You are made of so much beauty, But it seems that you forgot, When you decided that you were defined, By all the things you are not. 당신은 당신의 나이가 아닙니다. 입는 옷의 크기나,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며, 당신이 하는 모든 말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 그리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입니다. 너무도 많은 아름다움으로 이루어져 있는 당신에 대해 잊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마음먹었던 순간에 말이지요." (204-205p)라는 시를 읽으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네요. 흔들리는 마음을 매일 다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필사를 추천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2 - 1일 1상식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2
앤드류 지음 / 경향BP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뭘 해야 재미있을까요.

다양한 활동이 있겠지만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고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고!'라는 반응이 나오는 온갖 주제의 이야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잡학상식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네요.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2 》는 20만명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운영자 앤드류의 책이에요.

저자는 하루 5분 흥미롭고 다채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파워 유튜버이며 현재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오디오 콘텐츠도 생산 중이라고 하네요. 우선 목차만 봐도 호기심이 확 깨우는 내용들이라서 굳이 잘난 척하는 용도가 아니라 순수한 재미로 읽어도 좋아요. 모험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어색한 분위기를 깰 때 좋은 황당한 이야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전쟁과 역사 이야기,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는 성과 연애, 음식 앞에 두고 풀기 좋은 술과 음식 이야기, 마니아도 99% 모르는 스포츠 이야기, 한번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임·영화·음악 이야기, 이제 10년이면 강산 말고 세상이 바뀌는 과학·기술 이야기, 사나이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남자의 물건 이야기, 인간사 화제에 질렸을 때 좋은 동물 이야기까지 잡학상식 128가지를 만날 수 있어요. 맨날 보는 사람들 말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스몰토크로 제격이라는 점에서 알아두면 쓸모 있는 잡학상식이네요. 실제로 책을 읽을 때도 각각의 내용들이 5분 컷이라서 숏츠처럼 술술 편안하게 넘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특수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알은 체 하는 건 그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기 때문에 잘난 척하다가 비호감으로 찍힐 우려가 있지만 신기하고 놀라운 잡학상식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주제라서 알아두면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 책은 잡학상식을 나름의 주제로 분류하여 소개하는 내용이라서 첫 장부터 순서대로 읽는 방법과 관심 주제를 골라 읽는 방법이 있어요. 혹시나 책이랑 별로 친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책을 읽는 경우라면 저자가 추천하는 방식대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열한 번째 잡학상식인 '방문을 때려 부수는 법'을 먼저 읽고 나머지 부분을 읽는 건데 그 이유는 직접 보면 알 수 있어요. 평소 궁금증이 많은 타입이라면 책에 소개된 잡학상식을 읽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갈 것 같아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억지로 기억할 필요가 없잖아요. 당장 반드시 알아둬야 할 지식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잘 넣어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일이 있다는 것, 그게 잡학상식의 장점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재미', 이 매력을 무시할 순 없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루룩 영어 왕초보 - 이렇게 쉽고 맛있는 영어는 없었다!
에디 리 지음 / 시대에듀(시대고시기획)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렇게 쉽고 맛있는 영어는 없었다!"

눈에 확 띄는 문구,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토록 자신만만한 걸까요.

그동안 영어 공부를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두 가지, '쉽다', '맛있다'가 가능할까요.

《후루룩 영어 왕초보》는 41만 영어 유튜브 채널 '에디 리 영어' 운영자 에디 리의 책이에요.

이 책은 영어 왕초보 탈출 비법서로 에디 리의 후루룩 학습법을 익힐 수 있는 교재예요. 저자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영어와 친해질 수 있는 재미를, 영어 울렁증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한 단계 향상할 수 있는 성취감을 주기 위해 효율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맞춤 교재답게 4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병아리색 노란 책 케이스를 보자마자 초등전과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실제 내용도 <베이직 2주 문법&작문>, <베이직 2주 패턴&말하기>, <리프레쉬 1주 SNS 일상어휘>, <리프레쉬 1주 여행영어>까지 영어 공부에 필요한 전 영역을 네 권에 나누어 총 6주 커리큘럼으로 정리해놓았네요. 영어 공부를 후루룩 먹는 것에 비유했는데, 진짜 교재 구성도 에피타이저, 메인요리, 디저트 순으로 학습하는 과정이라 흥미로워요.

"요리는 작은 재료로 시작해 한 접시의 멋진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입니다. 단어라는 재료, 문법이라는 양념에 패턴이라는 조리법이 더해져 비로소 완성된 문장이 탄생합니다. 이 책은 여러분의 첫 요리책입니다. 레시피를 따라 차례차례 만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영어라는 요리가 자연스럽게 손에 익을 겁니다. 후루룩 한 그릇의 성취감을 맛 볼 그날까지, 제가 여러분의 메인 셰프가 되어 함께 하겠습니다."

_ '후루룩 영어 왕초보' 메인 셰프 에디 리

여기서 특별한 후루룩 학습법을 배웠는데, 뽀모도로 집중력 트레이닝은 타이머를 이용해서 25분간 집중해서 학습하고 5분 동안 휴식하는 것이고, 메타인지 트레이닝은 학습 전후 셀프테스트로 자신의 학습 수준을 확인하는 거예요. 잘 차려진 영어 요리를 냠냠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후루룩 3단계 코스 덕분에 영어 공부가 즐거워졌네요. 알록달록 산뜻한 디자인, 색다른 구성이 신선한 자극이 되어 집중력도 높아진 것 같아요. 1일 1후루룩, 맛있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항일 독립투사 박열
김일면 지음, 김종화 편역 / 국학자료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 속 인물에 대해 영화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주인공은,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박열과 그의 동지 가네코 후미코.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라고 해도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사실과 다르거나 각색된 부분이 있어요. 가장 크게 오해했던 부분은 두 사람의 관계인데, 이 책 덕분에 인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삶 그리고 역사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네요.

《항일 독립투사 박열》은 재일한국인 평론가 김일면 씨가 항일투쟁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기록으로 1973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책인데, 김종화 교수가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박열』 이라는 제목에 '항일 독립투사'를 붙여 새롭게 출간되었네요. 저자 김일면 씨는 젊은 나이에 도쿄로 유학을 가서 박열의 애국적 희생과 항일투쟁을 목격했고, 깊이 감명하여 그 숭고한 뜻을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박열은 1920년대 일본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이며, 일본 유학생들이 펴낸 잡지 「조선청년」에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고 시작되는 박열의 시가 실렸는데(여기에서 시의 제목을 '강아지(이누코로)'로 번역했음), 그 시에 반한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을 만나 동거를 제안했고, 이후 평생의 동지가 되었어요. 1923년 간토 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조선인 폭동설을 퍼뜨려 조선인을 학살하였고, 박열과 가네코는 일본 천황을 폭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하여 대역 범인을 만들었어요. 박열은 대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죽음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즉시 처형을 요구했고, 10일 만에 특별감형으로 무기징역을 살았어요. 법정에 선 두 사람은 판결이 내려지자, 박열은 일어서서 "고생했습니다."라며 사건을 조작한 재판관들을 향해 조롱하는 말을 내뱉었고, 이어 후미코는 "만세!"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2년 7개월에 걸친 '박열·후미코 대역사건'은 일본의 완벽한 조작극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나 박열과 후미코는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여줬어요. 둘은 사형선고 1개월 전에 혼인서를 제출했고, 변론을 맡았던 후세 다츠지 변호사가 선고 공판을 앞두고 옥중에서 혼인신고를 대신해주어 도쿄 형무소에서 합법적 부부가 되었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연인, 부부의 관계보다는 굳건한 동지적 결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뼛속까지 아나키시트, 자유를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맺어진 동지들의 투쟁이 눈물겹도록 치열했음을 보았네요. 앉아 있는 박열의 품에 비스듬히 안겨 있는 가네코 후미코의 사진은 예심판사 다테마츠가 1925년 5월 2일 신문을 마친 뒤에 예심 제5호 법정 조사실에서 찍은 것으로 다분히 연출된 장면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네요. 다테마츠는 카메라 애호가라서 예심 법정에 항상 사진기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왜 대역 죄인인 두 사람에게 자유시간을 주면서 포옹 사진을 찍어줬을까요. 아무 죄도 없는 불쌍한 젊은 남녀에게 베푸는 선처였을까요, 아니면 희생양의 최후를 남기고픈 본인의 욕망이었을까요. 법정을 연극 무대로 만든 일본인들을 비웃듯이 두 사람은 기꺼이 과감한 포즈를 잡고 있네요. 불령선인,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자기네 말을 따르지 않는 조선인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박열은 저항하기 위해 일본 내 독립운동단체인 불령사를 조직하여 활동했어요. 간토 대지진으로 일본 내각은 비상 소집하여 계엄령을 선포하는데, 들끓는 민심을 진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지진피해를 조선인 탓으로, 조선인에 대한 출처 없는 괴소문을 퍼뜨려 조선인들을 무차별 학살했어요. 대규모 학살의 명분으로 구속된 조선인 명단에서 불령사의 일원인 박열을 지목해 거짓 시나리오로 법정에 세운 것인데, 박열은 순순히 대역 죄인을 자처하며 일본이 조선을 강탈한 강도 행위를 규탄하는 투쟁의 무대로 뒤바꿔놓았네요. 일본 제국주의자들 못지 않은 부당한 무리들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우리 역시 불령선인이 되어 맞설 수밖에... 거침없이 저항하고 싸우는 불량한 청춘의 힘이 오늘의 역사를 바꾸고 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