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의 시크릿 가든 - 꿈을 이루는 3주간의 마법노트
사토 도미오 지음, 김현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아침부터 울적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마치 내 자신이 바닥에 붙어버린 느낌이다. 왜 이렇게 기분이 울적한지 모르겠다. 아니, 모른 척했다. 나는 그냥 날씨 탓을 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서 내 기분도 울적해지는거야. 저기압이니까.

책이 도착했다. 꿈을 이루는 3주간의 마법노트 <레이첼이 시크릿 가든>

책 내용도 좋았지만 작가의 소개가 더 눈길을 끌었다.

입버릇을 바꿔 삶을 변화시켜라. 무심코 내뱉은 말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입버릇 이론 강의로 일본 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소설로 구성된 자기계발서이다. 레이첼이라는 꽃가게 아가씨가 마법사와도 같은 노신사 필립을 만나면서 알게 된 두 가지 마법을 통해 변화하는 이야기이다. 그 마법은 간단하다. 매일 아침 거울에 비친 자신과 가게 있는 모든 꽃에게 예쁘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의 힘이 매우 강력하다는 얘기를 듣고 양파를 물컵에 담아 키운 적이 있다. 하나는 사랑양파라고 적고 사랑한다,예쁘다 등의 좋은 말만 해주고, 다른 하나는 미움양파라고 적고 듣기 싫은 말만 해주었다. 미움양파는 거의 화풀이용이었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사랑양파가 더 잘 컸다. 이 양파를 키운 이유는 그만큼 말이 중요하니까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격려가 담긴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자는 결심에서였다. 양파를 키우는 동안은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랑양파미움양파에게도 무관심해졌다. 시들어버린 양파와 함께 좋은 말만 해주자던 나의 결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나의 울적함을 핑계로 아이의 작은 실수와 장난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보통같았으면 조용히 타일러도 될 일을 짜증을 냈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 더 울적해졌다. 난 좋은 엄마가 되려면 멀었어.라는 자책감도 들었다.

사람이 늘 즐겁고 유쾌할 수는 없겠지만 울적하다고 해서 화낼 필요는 없는데, 난 무엇에 대해 화내고 있던 걸까? 마치 습관처럼 울적해.라고 말한 것이 나를 더 울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기분에 대해 그냥 날씨 탓을 한 내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기분은 내가 만들고 나의 행복은 나의 선택인 것이다. 그래, 레이첼처럼 만약 내 삶이 바뀐다면 그 시작은 바로 오늘이야.

오늘의 울적함일랑은 털어내고 내 자신에게,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오늘도 사랑해., 오늘도 예쁘네. 라고 말해줘야지. 매일 빼먹지 말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양파미움양파가 떠올랐다. 우리는 매일 밥을 먹고 힘을 내지만 정말 힘이 날 때는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말을 들을 때란 것을. 양파도 아는 사실을 나는 잊고 있었다.

레이첼의 마법 주문처럼 우리 삶은 신비롭다.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행복해지려면 긍정적인 말버릇을 가져야 한다. 나는 레이첼의 마법을 믿는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듯 아름답고 좋은 말을 해야지.
보랏빛 책 표지 속에 파란 하늘빛 책이 들어 있다. 나의 기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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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시크릿 가든 - 꿈을 이루는 3주간의 마법노트
사토 도미오 지음, 김현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아침부터 울적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마치 내 자신이 바닥에 붙어버린 느낌이다. 왜 이렇게 기분이 울적한지 모르겠다. 아니, 모른 척했다. 나는 그냥 날씨 탓을 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서 내 기분도 울적해지는거야. 저기압이니까.

책이 도착했다. 꿈을 이루는 3주간의 마법노트 <레이첼이 시크릿 가든>

책 내용도 좋았지만 작가의 소개가 더 눈길을 끌었다.

입버릇을 바꿔 삶을 변화시켜라. 무심코 내뱉은 말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입버릇 이론 강의로 일본 내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소설로 구성된 자기계발서이다. 레이첼이라는 꽃가게 아가씨가 마법사와도 같은 노신사 필립을 만나면서 알게 된 두 가지 마법을 통해 변화하는 이야기이다. 그 마법은 간단하다. 매일 아침 거울에 비친 자신과 가게 있는 모든 꽃에게 예쁘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의 힘이 매우 강력하다는 얘기를 듣고 양파를 물컵에 담아 키운 적이 있다. 하나는 사랑양파라고 적고 사랑한다,예쁘다 등의 좋은 말만 해주고, 다른 하나는 미움양파라고 적고 듣기 싫은 말만 해주었다. 미움양파는 거의 화풀이용이었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사랑양파가 더 잘 컸다. 이 양파를 키운 이유는 그만큼 말이 중요하니까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격려가 담긴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자는 결심에서였다. 양파를 키우는 동안은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랑양파미움양파에게도 무관심해졌다. 시들어버린 양파와 함께 좋은 말만 해주자던 나의 결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나의 울적함을 핑계로 아이의 작은 실수와 장난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보통같았으면 조용히 타일러도 될 일을 짜증을 냈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 더 울적해졌다. 난 좋은 엄마가 되려면 멀었어.라는 자책감도 들었다.

사람이 늘 즐겁고 유쾌할 수는 없겠지만 울적하다고 해서 화낼 필요는 없는데, 난 무엇에 대해 화내고 있던 걸까? 마치 습관처럼 울적해.라고 말한 것이 나를 더 울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기분에 대해 그냥 날씨 탓을 한 내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기분은 내가 만들고 나의 행복은 나의 선택인 것이다. 그래, 레이첼처럼 만약 내 삶이 바뀐다면 그 시작은 바로 오늘이야.

오늘의 울적함일랑은 털어내고 내 자신에게,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오늘도 사랑해., 오늘도 예쁘네. 라고 말해줘야지. 매일 빼먹지 말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양파미움양파가 떠올랐다. 우리는 매일 밥을 먹고 힘을 내지만 정말 힘이 날 때는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말을 들을 때란 것을. 양파도 아는 사실을 나는 잊고 있었다.

레이첼의 마법 주문처럼 우리 삶은 신비롭다.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행복해지려면 긍정적인 말버릇을 가져야 한다. 나는 레이첼의 마법을 믿는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듯 아름답고 좋은 말을 해야지.
보랏빛 책 표지 속에 파란 하늘빛 책이 들어 있다. 나의 기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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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See Learning 타이거 시 러닝
박연선,박길선 / 동아일보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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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한글자 한글자를 꼼꼼히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읽는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어디선가 속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참 유용한 독서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책 한 권을 읽어낸다니 얼마나 효율적인 기술인가.

초고속학습법이라는 타이거 시 러닝은 속독과는 다른 포토리딩이라고 한다. 어쩌면 내가 속독 익히기를 주저한 것도 왠지 책을 빨리 읽기만 하고 이해력은 부족해지진 않을까라는 노파심도 작용했다. 그냥 원래대로 정독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선입견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정신이 퍼뜩 들었다.

책의 목차를 보면서 타이거 시 러닝의 방법을 대충 파악하고 읽는 내내 목적의식을 갖고 집중해서 읽었다. 물론 나의 독서 스타일인 정독을 벗어나긴 힘들었지만 조금 시도는 해봤다. 책을 먹잇감이라 생각하고 호랑이가 되어 원하는 부위를 찾아 달려들자고.

보통 책을 읽을 때, 글자에 신경 쓰다 보면 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집중력이 부족해지는 순간, 잠이 몰려오고 책을 덮게 된다. 그렇지만 책 읽는 태도- 집중하기-만 바꿔도 책 내용이 머리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포토리딩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책상에 오래 앉아서 공부한다고 공부가 잘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시간을 정해서 그 순간만큼은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공부 효과가 크다. 효과적인 학습법처럼 집중력자신감이 포토리딩의 주요 포인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포토리딩을 책으로만 연습할 때는 안되다가  책을 쓴 쉴리를 직접 만난 뒤 포토리딩에 성공했다고 한다. 쉴리가 해 준 말은 된다고 생각하고 하세요.였다. 자신을 믿고, 포토리딩의 가능성을 믿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결하면서도 알기 쉽게 나와 있는 타이거 시 러닝을 읽으면서 저자의 조언대로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연습해봐야겠다. 그 동안 책을 정독 한다고 하면서도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지 자신이 없었다. 수동적인 책 읽기는 시간만 오래 걸리고 효과는 적다. 솔직히 어떤 책은 오랜 시간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책 제목이나 저자가 생각 안 날 때가 있다. 참 난감하다. 분명히 나름대로 열심히 읽었는데 말이다. 다행인 것은 기억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독서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자에만 치중해서 정작 중요한 내용 파악을 소홀히 했기때문이란다.
능동적인 책 읽기인 포토리딩에 성공하면 누리게 될 혜택을 떠올려본다.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큰 결실을 얻을 수 있고 남는 시간은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상상만으로 즐거워진다. 포토리딩으로 한층 즐거운 책읽기가 시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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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박완서 외 지음 / 작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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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7년 올해 작가가 선정한 소설 6편을 읽었다. 마치 참고서를 보듯 작가와의 짧은 인터뷰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는 구성이어서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마지막은 올해의 창작집 6편에 대한 서평이 있다.

오랜만에 읽는 우리 작가들의 단편 소설이라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미 각 작품마다 멋진 해설이 있다 보니 독자 입장에서 단순한 감상문을 적어봤다.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님의 소설은 편안하다. 친한 친구나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것마냥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언젠가 박완서님을 직접 만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작품을 통해서 만나지만 뭔가 친밀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분이다.

소설의 느낌은 책 제목에서 이미 짐작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느낌처럼 평범하면서도 뭔가 특별한 무엇을 감춘 금자씨, 그녀의 또다른 모습이 복희씨다. 물론 영화처럼 끔찍한 복수극을 펼칠만큼 복희씨는 모질지 못하다. 책에서 묘사하듯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착한 여자의 표상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쩌면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대부분 공감할 만한 삶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만큼 자신을 희생하며 사신 분들이 또 있을까. 남편 위해, 자식 위해, 부모 위해 사는 삶이라 자신의 감정은 사치스럽게 여기시는 어머니.

복희씨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은 복수심, 남편에 대한 살의는 끝내 현실로 드러나지 않는다. 차라리 영화처럼 어떤 식으로든 표출되었더라면 속이라도 후련했겠지만 역시 이 소설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만큼 복희씨는 평범한 여자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남자 독자라면 잠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여자의 마음은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몇 십 년을 함께 살아 온 아내라고 해서 그녀의 마음을 전부 얻었다고 착각하지 말기를.

 

전성태  <목란 식당>

 몽골에서 가이드를 하는 나와 화가인 삼촌. 그리고 북한 사람이 운영하는 목란 식당.

북한에 방문했다가 그린 그림 때문에 북한 화가가 처벌을 받자 죄책감에 붓을 꺾은 삼촌.

어쩌면 독자인 나는 가이드하는 주인공 나처럼 삼촌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나라가 언제쯤 통일이 될 것인가? 우리 세대에는 통일이 간절하지 않다. 이미 남과 북으로 나뉜 현실에 익숙해져서 통일의 절실함이 없어졌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마치 슬픈 영화처럼 현실감 없이 느껴지니 말이다.

목란 식당을 찾은 단체 손님인 목사와 신도들의 태도는 모순되고 비뚤어졌단 느낌을 준다. 단체로 입은 조끼에는 구국을 위한 고난의 십자가라고 씌여 있으면서 정작 작은 실수나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다는 어이없는 광경을 연출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보는 태도도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우리 동포라고 하지만 역시 총부리를 겨눈 적인 것이다.

목란 식당은 그저 밥 먹는 식당일 뿐인데, 그 곳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더 크다. 아무런 이념의 장벽이 끼어 들 필요가 없는 식당에서도 분단의 현실은 존재한다. 씁쓸하게 나누는 삼촌과 나의 대화처럼.

아이고, 시국이 어수선하니 냉면 한 그릇 먹기도 고되네.

글쎄 말이에요. 목란은 그냥 식당인데……”

이제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의 통일을 조금은 생각하게 되었다.

 

정미경  <내 아들의 연인>

부유층의 중년 여성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아들의 연인인 도란은 가난하지만 당당하다.

주인공에게 도란의 존재는 젊은 시절의 추억과 같다. 가슴 따뜻한 사랑보다는 현실적인 조건대로 결혼하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는 주인공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솔직히 별로 와 닿지는 않는 내용이다.

티슈를 뽑아쓰듯 돈을 펑펑 쓰는 부유층이 아니라서?

왠지 중년 아줌마의 권태로움같아서 싫다. 남의 일에는 귀찮아서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을 걱정하는 모습이 싫다. 작품 해설에는 이런 내용이라서 참신하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공감하기 어려운 주인공이니까.

 

천운영  <후에>

요즘 tv 프로그램 중에 열악한 환경의 가정을 찾아가 취재하고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분석하여 교정해주는 내용이 있다. 좋은 의도의 프로그램이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마치 방송 출연에 대한 대가처럼 지원해주는 기간이 겨우 일 년뿐이라는 것이다. 정말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일 년의 보상 지원은 너무나 짧다. 또 학대하는 부모의 경우는 잠시 격리할 수는 있지만 법 때문에 다시 함께 살 수 밖에 없다. 이런 잠깐의 도움과 지원은 동정에 불과하다. 그나마 봉사도 하지 않으면서 비판하는 내 자신도 부끄럽지만 방송 다큐 역시 무책임한 참견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그런 소재를 소설화하여, 방송이 끝난 후에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린 불행해선 안 된다고 했지. 우린 행복해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에게 선행을 베풀겠다는 그들의 말. 그건 정말 벗어나기 힘든 무서운 명령 같았어. 선행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독한 벌을 받게 되리라는 엄포였어. 왜 그들의 잣대로 우리의 운명을 강요하는 건지 모르겠어. 행복과 불행을 왜 하나의 관점에서만 평가해야 하는 거야? 그 부름에 응하지 않으면 부끄러워해야 하다니. 틀어박혀 있고 싶고, 되는 대로 살아가고 싶어. 그게 내 행복인데, 왜 그들은 그들의 행복만을 강요하는 걸까?……”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박민규  <굿바이, 제플린>

앞서 <내 아들의 연인>과는 정반대의 주인공이다. 가난한 그들의 꾸는 꿈은 소박하다. 평범하게 함께 사는 것. 제플린은 비행선을 뜻한다. 이벤트 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중요한 이벤트에 쓰일 커다란 풍선이 날아가버려서 그걸 쫓아가는 과정의 내용이다. 결국 고급 벤을 타고 다니는 사냥꾼들의 엽총에 맞아 산골 양로원 마당에 떨어진 제플린. 상징적인 제플린의 모습에 왠지 울적해진다.

 

김애란  <성탄 특선>

성탄절 가난한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탄을 맞아 한껏 분위기가 들떴던 여동생과 그녀의 남자 친구는 모텔을 찾아 전전하다가 결국 지쳐 여관에 들어간다. 너무나 지저분한 침대방. 결국 여동생은 피곤에 절어 집으로 돌아온다.

아름답고 멋질 것만 같은 연애의 모습은 아니다. 돈 때문에 눈치보고 신경쓰는 가난한 연인들의 모습이라 안타깝다. 드라마였으면 둘 중에 누구 하나라도 부자여서 낭만적인 연애 모습을 보여줬겠지만.

 

우리 나라 소설은 현실적이고 평범한 일상이 소재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편안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 그냥 드라마나 영화처럼 멋진 상상을 하고 싶은데 너무나 냉정하다. 오늘의 소설은 느낌보다는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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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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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다. 그의 책<개미>를 읽은 뒤, 그의 뛰어난 통찰력과 상상력에 감탄했다. 한동안 책을 멀리하다가 드디어 그의 책을 다시 만나고 나니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폭력과 무질서의 지구를 탈출한 우주선 파피용과 그 안에 14만 4천 명의 사람들.

그들의 계획은 10년, 20년이 아닌 천 년의 계획이다. 세대를 걸쳐 이어지는 새로운 행성으로의 꿈.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우주로의 꿈을 구상한 과학자 이브와 그를 지원해서 프로젝트를 실행한 억만장자 가브리엘은 어쩌면 우리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상징하는 것 같다. 우주 프로젝트와 같은 어마어마한 꿈이든, 우리들의 소박한 꿈이든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행동하면 이뤄진다는 믿음을 준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세 가지 적과 맞서게 되지. 첫 번째는 그 시도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두 번째는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이들은 자네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때려눕힐 때를 엿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자네 아이디어를 베껴 버린다네. 세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는 않으면서 일체의 변화와 독창적인 시도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다수의 사람들이지. 세 번째 부류가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고, 또 가장 악착같이 달려들어 자네의 프로젝트를 방해할 걸세.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에 맞서는 적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는 얘기다. 본전인 인생은 허수아비와 같다. 논밭에 늘 같은 모습으로 있지만 한 줌의 곡식보다 못한 삶이다. 곡식과 함께 비바람과 햇볕을 견뎌냈지만 그냥 서 있을 뿐인 허수아비.

<파피용>은 그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지만 나는 꿈, 새로운 시도라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애벌레에서 고치로, 다시 아름다운 날개로 비상하는 나비의 모습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갖고 싶다.

<파피용>을 읽다보면 마지막에 아하~하는 탄성이 나온다. 우리 인류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나비인(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들을 일컬음)들의 모습은 우리의 역사다.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순환의 역사.

새삼스럽게 등장 인물들의 이름을 떠올려본다.

이브 크라메르 - <마지막 희망>프로젝트의 책임자, 과학자

가브리엘 맥 나마라 억만장자. 프로젝트의 지원자

엘리자베트 말로리 요트 챔피언이자 <파피용>의 조종사

아드리앵 바이스 생물학자이자 심리학자.

사틴 방데르빌트 이브의 비서.

이들의 이름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나의 이름 석 자는 인류 역사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위대한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나의 유전자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 이어지겠지. 부디 나비인들처럼 지구를 탈출하는 일이 없기를. 우리 지구를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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