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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다. 그의 책<개미>를 읽은 뒤, 그의 뛰어난 통찰력과 상상력에 감탄했다. 한동안 책을 멀리하다가 드디어 그의 책을 다시 만나고 나니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폭력과 무질서의 지구를 탈출한 우주선 ‘파피용’과 그 안에 14만 4천 명의 사람들.
그들의 계획은 10년, 20년이 아닌 천 년의 계획이다. 세대를 걸쳐 이어지는 새로운 행성으로의 꿈.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우주로의 꿈을 구상한 과학자 이브와 그를 지원해서 프로젝트를 실행한 억만장자 가브리엘은 어쩌면 우리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상징하는 것 같다. 우주 프로젝트와 같은 어마어마한 꿈이든, 우리들의 소박한 꿈이든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행동하면 이뤄진다는 믿음을 준다.
“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세 가지 적과 맞서게 되지. 첫 번째는 그 시도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두 번째는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이들은 자네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때려눕힐 때를 엿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자네 아이디어를 베껴 버린다네. 세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는 않으면서 일체의 변화와 독창적인 시도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다수의 사람들이지. 세 번째 부류가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고, 또 가장 악착같이 달려들어 자네의 프로젝트를 방해할 걸세.”
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에 맞서는 적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는 얘기다. 본전인 인생은 허수아비와 같다. 논밭에 늘 같은 모습으로 있지만 한 줌의 곡식보다 못한 삶이다. 곡식과 함께 비바람과 햇볕을 견뎌냈지만 그냥 서 있을 뿐인 허수아비.
<파피용>은 그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지만 나는 꿈, 새로운 시도라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애벌레에서 고치로, 다시 아름다운 날개로 비상하는 나비의 모습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갖고 싶다.
<파피용>을 읽다보면 마지막에 “아하~”하는 탄성이 나온다. 우리 인류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나비인(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들을 일컬음)들의 모습은 우리의 역사다.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순환의 역사.
새삼스럽게 등장 인물들의 이름을 떠올려본다.
이브 크라메르 - <마지막 희망>프로젝트의 책임자, 과학자
가브리엘 맥 나마라 – 억만장자. 프로젝트의 지원자
엘리자베트 말로리 – 요트 챔피언이자 <파피용>의 조종사
아드리앵 바이스 – 생물학자이자 심리학자.
사틴 방데르빌트 – 이브의 비서.
이들의 이름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나의 이름 석 자는 인류 역사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위대한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나의 유전자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 이어지겠지. 부디 나비인들처럼 지구를 탈출하는 일이 없기를. 우리 지구를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