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 2 - 소설
테니 넬슨 지음, 김민정 옮김 / 아르누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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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 2》 소설판이 나왔어요.

2024년 6월 개봉한 영화의 감동을 소설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처음 영화 《인사이드 아웃》를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의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아요. 애니메이션 영화는 대부분 아이들이 원해서,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난 뒤로는 어른들이 봐야 할 애니메이션이라고 느꼈네요.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진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에요.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성숙해질 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어요. 그 성숙함이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1편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다섯 가지 귀여운 캐릭터로 묘사하여 모든 감정에는 각각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들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줬다면, 2편에서는 업그레이드가 됐어요. 열한 살이던 라일리가 2편에서 열세 살의 중학생이 되었거든요. 이전까지는 감정 컨트롤 본부를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가 잘 운영해왔는데 라일리가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흥미로워지네요. 주황색 감정인 불안, 청록색 감정인 부럽, 라벤더색 감정인 당황, 보라색 감정인 따분이를 어떻게 느껴야 할까요. 본인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는 감정 때문에 혼란스럽고 힘들어하는 사춘기의 경험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니 신기하면서도 몰입되는 것 같아요. 낯선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본부에 들어와 기존 감정들과 계속 충돌하면서 급기야 기존 감정들이 본부에서 쫓겨나 위험천만한 모험이 시작되네요. 과연 기존 감정들은 무사히 본부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감정 캐릭터 하나하나가 어찌나 실감나는지, 완전 공감하며 읽었네요.



"내가 지금까지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바로 모든 감정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다는 거야."

기쁨이 팔을 들어 슬픔을 좀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우리가 웩 할 때까지 헉하게 하는 감정조차도 말이야. 다들 알지? 하지만 중요한 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성장하고 변할 수 있어."

"오, 하지만 우리 친구들은?" 슬픔이 물었다.

"밸이 우리의 미래야." 부럽이 말했다.

"맞아. 나도 전적으로 동의해." 버럭도 말했다. "우린 새 친구가 필요해. 아니면 고등학교에서 완전히 외톨이가 될 거야. 안 그래, 기쁨아?"

"글쎄, 아니 내 말은 아마, 음." 기쁨이 말문을 열었다.

"좋았어!" 불안은 망설임 없이 제어판으로 가더니 운전을 시작했다. 라일리는 발렌티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시만요! 안내해 줘서 고마워요." 라일리는 이렇게 말하며 서둘러 밸을 따라갔다.

기쁨은 경악했다. 이 새로운 감정이 나보다 한발 앞섰잖아! "잠시만! 왜 그런 거야?" 기쁨이 불안에게 물었다.

불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미안,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 제일 친한 친구들을 내버려두고 가 버린 거잖아!" 기쁨이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게 될 새 친구들은 어쩌고?" 불안이 물었다.

부럽, 따분, 당황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뭐? 아니야!" 기쁨이 소리 질렀다. 새로운 감정들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46-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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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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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어요.

대부분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 드라마, 소설을 보고 난 뒤에 감상이었지,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에요.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과거의 모든 선택들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그때의 선택이 나에겐 최선이었으니까요. '나'로 태어난 이상 과거든 미래든, 쭉 나다운 선택을 할 테니 말이죠. 그래서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그런 상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찬란한 선택》은 이동원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소설은 무명 작가인 주인공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인생의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 것 같아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무엇을 선택하든지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 법이고, 후회를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시금 힘을 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마치 인생극장처럼 주인공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생 수업을 받는 느낌이에요. 어떤 인생을 살고 싶냐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네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진다면 인생의 방향은 보다 선명해질 것 같아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답을 아는 건 바로 나 자신뿐, 그러니 자신을 믿고 선택할 일만 남았네요.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일 뿐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알고 선택하겠다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14p)


"죽음과 같은 순간이 다가오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인생이 걸려 있다고 믿었던 고민들은 사실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진짜로 가치 있는 것들은 사라져가는 인생 속에서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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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저작권의 역사
데이비드 벨로스.알렉상드르 몬터규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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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는 저작권의 개념과 역사를 다룬 책이에요.

요즘은 당연한 듯 저작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저작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모든 종류의 창작물이 어떻게 단기간에 역대 최대의 현금 지급기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창작자의 권리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불평등의 동력으로 변질되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초기 근대에는 자연이 진리의 원천으로서 신을 대신했고, 그 후로 사실의 소유권에 관한 입법 및 법률학에서는 지식 재산권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지칭할 때 '자연적 사실'이라는 용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특허와 저작권은 인간의 기지와 천재성과 정신으로 창조된 무형물을 대상으로 한다. 도구나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에 존재하는 것들에 권리나 보호책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꽤 명백한 의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 19세기에는 특허와 저작권을 논할 때 발견과 발명, 자연적 사실과 창작된 사실을 구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에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구분이 훨씬 더 모호해졌지만, 보호 대상과 비보호 대상의 경계나 공적 재산과 사유 재산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225-227p)

저작권의 역사를 살펴보면 창작자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가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창작물들이 많은 논란이 되고 있어요. 일례로 구글 딥마인드가 동영상 만드는 인공지능 모델을 발표하면서 영상 데이터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출처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학습 데이터 출처와 저작권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에요. 만약 공개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물이라면 누구의 것인가, 저작권은 따져봐야 할 문제니까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법적, 윤리적 장치는 미흡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저작권 문제는 우리 모두가 주목하고 개선해가야 할 사안이네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저작권의 개념과 빠르게 변화해가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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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청소부 마담 B
상드린 데통브 지음, 김희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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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끌리는 그녀, 마담 B ~ 정말 재미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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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청소부 마담 B
상드린 데통브 지음, 김희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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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어요.

화려한 치장이나 유난스러운 언행 때문이라면 매우 의도적이라서 그리 특이하다고 볼 순 없어요.

근데 전혀 드러낼 의도가 없어 보이는데도 뭔가 끌린다는 건 분명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소설은 우리를 낯선 누군가에게로 데려가 그의 삶 속으로 깊숙히 빠져들게 만들어요. 첫 장을 펼쳤을 때, 주인공과의 첫 대면이 이후의 모든 감정을 결정짓는 것 같아요. 베일에 가린 듯, 뭔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에게 뭔가 홀린 게 아닌가 싶어요.

마담 B.

그녀에게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몇 가지 단서로 직업을 맞춰보라는 퀴즈 때문이에요.

나이는 서른아홉 살, 거주지는 프랑스 파리 14구, 경력은 15년(92건), 가족관계는 어머니(자살), 양아버지(실종), 보유 질환은 경미한 정신착란 증세, 좋아하는 것은 일을 끝내고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에요. 하나 더,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있는 뒷모습이 있네요.

호기심이 생겼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녀의 얼굴을 상상해봤어요. 꾸준히 15년 동안 92건의 일을 완수했다면 일년에 대략 6건이니 일반적인 직장인이 아니라 의뢰를 받아서 뭔가를 해결해줄 거라고 짐작했어요. 역시나 그녀의 직업은 결코 평범하지 않네요. 범죄자들의 의뢰를 받아 범행 현장을 완벽하게 치우는 범죄 청소부였네요.

《범죄 청소부 마담 B》는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인 상드린 데통브의 일곱 번째 소설이라고 해요. 프랑스에서는 차세대 스릴러의 여왕으로 유명한 작가님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스릴러의 여왕다운 작품이라고 느꼈네요. 주인공 마담 B의 이름은 블랑슈 바르작, 그녀는 15년 동안 그 어떤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왔는데 어떤 물건 하나 때문에 아주 곤란해졌어요.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엇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 과연 그녀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아마 자신도 모르게 그 궁금증을 좇게 될 거예요. 보통 평정심을 잃는 경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문제와 관련이 있기 마련이죠. 이상한 이끌림, 마담 B를 향한 나의 시선이 독특한 그녀에게서 한 명의 인간으로 옮겨가네요. 살면서 거의 만날 확률이 없을 것 같은 존재를 이토록 깊숙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소설을 읽는 독자만의 특권이 아닐까 싶네요. 블랑슈 바르작의 긴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특별한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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