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평점 :
《듣는 사람》은 박연준 시인이 소개하는 서른아홉 편의 고전이 담긴 책이에요.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굳이 고전을 읽어야 할까요. 근데 읽어보지 않으면 왜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지 그 이유를 확인할 길이 없어요. 저자는 "고전에는 올바른 길이나 훌륭한 선택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계속 길을 잘못 가는 방법'이 나와 있을지 모르지요. 시행착오가 없는 삶, 그런 게 있을까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잘못된 길을 열심히 걸을 때 우리가 얻는 가치'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사라질 거라는 말을 들으면 슬퍼지고 그다음 서늘해집니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히잡을 쓴 여인처럼 꽁꽁 얼어붙은 세상 한가운데 앉아 기어코 책을 읽는 사람,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사람이 존재하리라 믿어요." (15-16p) 라고 했어요. 우리는 책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죠. 어떤 책이든 그 책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담겨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모든 책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최대한 귀기울여 '듣는' 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고전 읽기를 약간 의무로 여겼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고전은 친구처럼 다가오네요. 인생을 좀 알만한 나이가 되니 똑같은 책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이 책에서는 저자가 선정한 서른아홉 편의 고전을 만날 수 있어요. 박연준 시인과 고전 그리고 나, 어쩐지 은밀하게 나누는 대화 같기도 하네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이 짧은 소설은 뒤늦게 가장 강렬한 여운을 줬어요. 저자는 "가족을 탄생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사랑해서 필요한 것인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인가? 우리는 결국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 (142p)라고 질문을 던지네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되네요. 매일 먹어야 살 수 있듯이, 사랑도 매순간 채워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절로 그냥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알려줬듯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해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보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