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드리 노니다가 - 라종일의 탐미야담, 1983년 어느 가을밤, 젊은 정치학자 마음에 깃든 옛이야기
라종일 지음, 김철 옮김 / 헤르츠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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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싶다면,

《밤드리 노니다가》를 읽어보세요.

이 책은 정치학자 라종일 교수가 1983년 어느 가을 밤, 마음에 깃든 옛 이야기를 풀어낸 내용이에요.

1983년 이 원고는 영자신문에서 연재하던 고정 칼럼이었고,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이야기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구나, 라는 걸 다시금 일깨워주네요. 저자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는 헌화가와 구지가, 처용가, 여우 설화, 주몽과 유리 설화, 지귀설화예요. 고전문학을 배우면서 접했던 내용이지만 이야기책으로 만나니 느낌이 새로운 것 같아요. 단순히 줄거리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 이면에 깔려있는 정신과 마음에 집중하는 계기였네요. 특히 여우 설화를 읽으면서 우리 전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동물들이 왜 그토록 인간이 되려고 안간힘을 썼는지를 생각해봤네요. "옛날에 사람이 되는 것이 유일한 마지막 소원이었던 암여우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이 여우의 각오는 남달리 굳셌어요. 오로지 그 소망을 위해 여우는 백 년을 버티면서 살았어요. 백 년은 변신 능력을 발휘할 마법을 갖추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간이었거든요. 백 살이 되는 날, 여우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어요. 최소한 외모만은 그랬다는 말이에요. 겉모습만 봐서도는 그것은 영락없은 사람, 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소녀였어요. 하지만 그녀(라기보다는 '그것')는 안타깝게도 진짜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걸 알았어요. 정신적, 영적인 의미에서의 사람이 된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려운 일이었지요." (69-70p) 참으로 이상한 것 같아요. 여우는 백 년을 버텨서 인간의 모습을 얻었는데도 마음속까지 인간이 되기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고 동물적 본능을 억누르는 노력을 했는데, 정작 인간들은 동물보다 못한 짓을 하고 있으니 어찌 된 노릇인지 모르겠어요. 어리석고 포악한 사람을 일컬어 금수, 짐승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표현인 것 같아요. 인간의 탈을 쓰고 저지르는 만행들, 너무나 부끄럽고 한심하네요. 라종일 교수는 여우 설화를 들려준 뒤, 이야기 해설에서 "이 이야기가 보여 주듯이, 겉으로는 완벽하게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얼마나 많은 우리가 실은 여우거나, 늑대거나, 뱀이거나, 물고기 또는 지네인지 - 우리는 아마 그걸 모르는 게 아닐까요?" (81p)라며 일침을 놓네요. '나는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진짜 인간이 맞는가'라고 자문하면서 오늘을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전래동화처럼 짧은 옛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진짜 '밤드리 노니다가'(밤늦도록 놀다가)를 경험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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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게임의 룰 - 엔비디아가 바꿔버린 AI 시대의 성공 원칙
장상용 지음 / 해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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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한 사람의 스토리에 집중하라고 했어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은 누구일까요.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에요.

《젠슨 황, 게임의 룰》은 오늘날 최고 반열에 오른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의 성공 원칙을 다룬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콘텐츠 전문가의 시각으로 젠슨 황과 엔비디아의 스토리를 통해 AI 생태계의 새로운 리더십과 삶의 태도를 제시하고 있어요. 저자는 젠슨 황이 실제로 했던 말, 마흔네 개의 어록을 뽑아 그의 인생 이야기 속에 핵심이 되는 어록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어요. 그의 생각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원문을 같이 수록했다고 하네요. 첫 어록은, "나는 엔비디아에서 큰 실패를 경험했다. At Nvidia, I [have] experienced failures - great big ones." (20p)이며, 스타트업이었던 엔비디아가 칩 개발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잘못된 전략임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던 상황을 들려주고 있어요. 젠슨 황은 자존심을 접고 엔니지어 출신의 세가 미국 지사장인 이리마지리 쇼이치로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기사회생할 수 있었는데, 부끄러웠던 그때의 기억을 대만국립대학 졸업식 강연으로 들려줬다고 하네요. 이러한 태도에서 단단한 정신을 엿볼 수 있어요. 초심을 잃지 않는 한결같은 마음과 상대에 대한 배려, 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젠슨 황에게도 반항아, 문제아였던 시기가 있었다고 하네요. 학교에서 노골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등 미국 아시아계 이민자라서 겪는 차별과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극복해냈다는 점이 놀라운 것 같아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청소년기를 거쳐 스타트업 기업을 일궈가는 과정에서 그가 지닌 삶의 태도와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젠슨 황의 핵심 가치인 지적 정직성은 실패의 미학이며, 우리 삶에도 적용되는 값진 교훈인 것 같아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서로 헐뜯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싸움은 커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어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늘어놓는 고위공직자들을 보면서 침몰하는 위기감을 느꼈네요. 젠슨 황은 "기술로 일을 다루지만, 가슴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이 그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당신이 하는 일을 타인이 사랑하도록 할 수 없다." (85p)라고 말하면서 지적 정직성, 투명성, 속도를 제시했는데, 진실을 추구하고 진심으로 일한다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론이에요.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조직이 위대함에 이르는 결정적 자질이라는 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가치라고 여겨지네요. 올바른 정신과 태도를 토대로 한 리더십, 결국 AI 시대의 성공 원칙도 다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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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게임의 룰 - 엔비디아가 바꿔버린 AI 시대의 성공 원칙
장상용 지음 / 해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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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과 엔비디아의 스토리가 전하는 성공 원칙을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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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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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아시나요?

한 권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 매력에 이미 빠졌을 가능성이 크네요. 왜냐하면 제가 그들 중 한 명이니까요. 올해 처음 알게 된 작가, 엘리스 피터스는 그동안 나만 몰랐던,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였고,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장장 18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된 역사추리소설의 걸작이었네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에서 번역된 밀리언셀러이자 영국 BBC 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했어요.

2024년, 우리나라에서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개정판이 나왔어요. 중세 시대의 역사와 미스터리를 만날 수 있어요.

《성소의 참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이에요.

첫 장을 펼치면 중세 웨일스와 슈롭셔, 웨일스 국경지대의 지도가 나와 있고, 다음 장에는 슈롭셔주 슈루즈베리와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지도가 그려져 있어요. 바로 이 수도원에 우리의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가 살고 있어요.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음모를 놀라운 추리력을 해결해내는 인물이 캐드펠 수사예요. 이번 작품에서는 열일곱이나 열여덟쯤으로 짐작되는 깡마른 청년이 피투성이가 된 채 성소로 피신했고 뒤이어 열 명도 넘는 무리들이 수도원에 난입하여 그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어요. 놀랍게도 그들은 청년이 살인과 절도를 저지른 범인으로 지목했어요.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청년에게 "오늘 살인과 도둑질을 저절렀다는 말이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그는 겁먹은 아이처럼 잔뜩 긴장한 채 뒤틀린 입술을 간신히 벌려 새된 목소리로, "맹세코 아닙니다, 수도원장님!" (24p)라고 답했어요. 그러자 제단의 관 위에 손을 얹고 다시 죄를 물었고, 그는 완강하고 필사적인 얼굴로, "하느님께서 보셨을 겁니다. 저는 절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어요!" (25p)라고 대답했어요. 진실이든 아니든 성스러운 유골 앞에서 하느님을 걸고 맹세했기에 수도원에 머물게 해주었고, 캐드펠 수사는 청년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살인 사건과 비극의 진실을 좇게 되는데 연이은 살인 사건으로 상황은 꼬여만 가네요. 단순히 사건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탐정과는 달리 캐드펠 수사는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탐색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만약 캐드펠 수사가 아니었다면 또 다른 비극이 발생했을 것이고,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을 거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혀로 악을 저지르는 무리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심리, 인간의 숨겨진 욕망, 그리고 용서와 자비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자, 이제 신의 자비란 인간의 자비보다 훨씬 더 크고 깊다고 말씀하실 때가 된 것 같은데요."

"그래야지.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 길을 잃고 헤매게 될 테니까."

(3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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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 라면소설 3
김영리 지음 / 뜨인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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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귀신을 실제로 본다면?

누군가는 호기심에서 혹은 재미로 보고 싶다는 사람이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꺼려지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중요한 건 보느냐, 마느냐가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는 거죠. 그쪽 세계는 잘 모르지만 귀신이 사람 눈에 보이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귀신 타령을 하는 이유는 이 소설 때문이에요. 《인플루언서 소녀에게 으스스한 은총을》은 김영리 작가님의 소설책이자, 뜨인돌 NEW 청소년 소설 시리즈 라면 소설 세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라면소설이 뭔가 하면 '만약'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라면처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맛있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을 뜻한대요. 라면을 좋아하는 입맛처럼 청소년 맞춤의 짧고도 강렬한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책 사이즈가 작고, 두께도 얇아서 독서 습관을 위한 첫걸음으로 추천할 만한 책이네요. 주인공 하늬는 중학생이자 팔로우 9만의 인플루언서예요. 옷에 관심이 많아서 예쁜 옷을 착장한 사진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팔로워 100만이 넘는 탑 인플루언서 제이빈을 롤모델로 여기고 있어요. 팔로워 10만을 목표로 열심히 업로드하고 있지만 오히려 팔로워가 빠지고 있어서 걱정인 데다가 절친 다현이와 지하상가 쇼핑을 하다가 살짝 다퉈서 기분이 영 좋지 않아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몹시 찜찜하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으니 그건 등 뒤에 옷이 두둥실 유령처럼 따라 붙은 거예요. 도대체 왜 옷이 하늬의 등 뒤에 서서 쫓아오는 걸까요. 귀신도, 유령도 아닌 옷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데 그 모습이 하늬의 눈에만 보여서 미칠 지경이에요. 갑자기 불현듯 생긴 이상한 현상으로 인해 하늬의 일상은 엉망이 되는데, 더 충격적인 건 '찹찹찹'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거예요. 처음 이상한 일을 겪게 되면 당황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연달아 발생하면 추리 본능이 발동하는 것 같아요. 미스터리한 현상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놀라운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고, 자연스럽게 '으스스한 은총'의 비밀이 밝혀지네요. 그 비밀을 알고 나니, 공포스러웠던 감정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으로 바뀌었네요. 서쪽에서부터 불어오는 하늬바람처럼 시원한 결말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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