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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아시나요?
한 권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 매력에 이미 빠졌을 가능성이 크네요. 왜냐하면 제가 그들 중 한 명이니까요. 올해 처음 알게 된 작가, 엘리스 피터스는 그동안 나만 몰랐던,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였고,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장장 18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된 역사추리소설의 걸작이었네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에서 번역된 밀리언셀러이자 영국 BBC 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했어요.
2024년, 우리나라에서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개정판이 나왔어요. 중세 시대의 역사와 미스터리를 만날 수 있어요.
《성소의 참새》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이에요.
첫 장을 펼치면 중세 웨일스와 슈롭셔, 웨일스 국경지대의 지도가 나와 있고, 다음 장에는 슈롭셔주 슈루즈베리와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지도가 그려져 있어요. 바로 이 수도원에 우리의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가 살고 있어요.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음모를 놀라운 추리력을 해결해내는 인물이 캐드펠 수사예요. 이번 작품에서는 열일곱이나 열여덟쯤으로 짐작되는 깡마른 청년이 피투성이가 된 채 성소로 피신했고 뒤이어 열 명도 넘는 무리들이 수도원에 난입하여 그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어요. 놀랍게도 그들은 청년이 살인과 절도를 저지른 범인으로 지목했어요.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청년에게 "오늘 살인과 도둑질을 저절렀다는 말이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그는 겁먹은 아이처럼 잔뜩 긴장한 채 뒤틀린 입술을 간신히 벌려 새된 목소리로, "맹세코 아닙니다, 수도원장님!" (24p)라고 답했어요. 그러자 제단의 관 위에 손을 얹고 다시 죄를 물었고, 그는 완강하고 필사적인 얼굴로, "하느님께서 보셨을 겁니다. 저는 절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어요!" (25p)라고 대답했어요. 진실이든 아니든 성스러운 유골 앞에서 하느님을 걸고 맹세했기에 수도원에 머물게 해주었고, 캐드펠 수사는 청년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살인 사건과 비극의 진실을 좇게 되는데 연이은 살인 사건으로 상황은 꼬여만 가네요. 단순히 사건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탐정과는 달리 캐드펠 수사는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탐색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만약 캐드펠 수사가 아니었다면 또 다른 비극이 발생했을 것이고,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을 거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혀로 악을 저지르는 무리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심리, 인간의 숨겨진 욕망, 그리고 용서와 자비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자, 이제 신의 자비란 인간의 자비보다 훨씬 더 크고 깊다고 말씀하실 때가 된 것 같은데요."
"그래야지.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 길을 잃고 헤매게 될 테니까."
(35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