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의 소녀가 - 박노해 시 그림책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5년 새해가 밝았으나,

마음은 빛이 가리워진 듯 어둡네요. 아무래도 지금은, 아침을 기다리는 새벽인 듯, 그러니 좀 더 힘을 내야 할 것 같아요.

《푸른 빛의 소녀가》는 박노해 시인의 시 그림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빛을 찾은 것 같아요. 한 편의 시와 그림이 만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첫 장을 펼치면, '지구별의 아이들에게 To Planet Earth's Childrem' 이라고 적혀 있어요. 그러니 이 책은 지구별에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저 먼 행성에서 불시착한 푸른 빛의 소녀가 내게 물었다. 지구에서 좋은 게 뭐죠?" 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 주인공 '나'는 지구별 이곳이 '나의 지옥 나의 천국'이기에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네요. 그 장면이, 그 대답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우리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알려줬으니까요.

혼란하고 암울한 시기일수록 우리는 빛을 향해 나아가야 해요. 잠시 먹구름에 가리워졌을 뿐이지, 빛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요. 푸른 빛 소녀, 어쩌면 그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우리를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요. 아픔과 슬픔을 겪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안녕, 우린 다시 만날 거예요. Farewell, we will meet aga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커플은 어떻게 싸우는가 - 세계적인 심리학자 존&줄리 가트맨 박사의 관계 심리학
존 가트맨.줄리 슈워츠 가트맨 지음, 정미나 옮김, 최성애 감수 / 해냄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행복한 커플은 어떻게 싸우는가》는 관계 치료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존 가트맨 박사와 줄리 슈워츠 가트맨 박사의 책이에요.

두 저자는 부부이자 가트맨 연구소의 공동 창립자이며 소장이에요. 커플을 위한 워크숍 '사랑의 예술과 과학'의 공동 창설자이자 임상훈련 프로그램 '가트맨식 부부 심리치료'의 공동 설계자라는 점에서 부부 관계 심리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수많은 저서들이 있지만 이 책은 50년간 연구를 총망라한 내용이라서 주목하게 됐어요. 저자들이 부부 상담에서 가장 흔히 듣는 질문이 "박사님은 안 싸우시죠?"인데, 대답은 "아니요. 잘 싸웁니다." (5p)라고 하네요. 잘 싸운다는 건 승패를 겨룬다는 의미가 아니라 스포츠 경기처럼 규칙을 어기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인데, 바로 그 싸움의 기술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처음 가트맨 박사에 대해 알게 된 건 꽤 오래 전인데, 그 핵심 내용이 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네요.

지난 50여 년 동안 3천 쌍 이상의 커플들을 관찰하여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와 파국을 맞는 부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했고, 이제는 부부 싸움의 첫 3분만 봐도 앞으로 이혼하게 될지, 아닐지를 97퍼센트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해요. 요즘 이혼을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유명연예인이 아닌 일반 부부들이 실제 본인들의 일상을 공개하여 보여줘서 가트맨식 부부 심리치료가 필요한 사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요.

이 책에서는 커플이 싸우는 원인을 살펴보고, 커플들의 싸움 유형에 따른 갈등 관리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커플, 부부 관계에서 싸움을 할 때 그 결과가 매번 안 좋은 감정으로 끝난다면 꼭 이 책을 함께 읽고 제시된 방법들을 시도하기를 추천해요. 관계 심리학이라고 하면 이론적인 학문으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그 내용을 알고 나면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심리 도구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저 역시 책 속에 나온 '가트맨 화해 시도 체크리스트'를 잘 활용하고 있어요. 각자 어떠한 갈등 스타일인지 알고 나니, 불편하고 안 좋은 감정들을 평화롭게 풀어가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사랑과 갈등을 50년 넘게 연구해온 가트맨 박사 부부도 싸울 때는 간혹 잘못된 싸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둘만의 룰을 정했다고 해요. 우선 진정할 것, 이것이 중요해요. 둘 다 진정하고 난 뒤에야 차분하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대화 방식은 다섯 단계를 따른다고 해요. 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싸움은 하되 수습을 잘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둘 다 준비가 되었을 때 싸움을 수습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부록으로 '건강한 갈등 관리를 위한 속성 가이드'가 유용한 지침이 됐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커플은 어떻게 싸우는가 - 세계적인 심리학자 존&줄리 가트맨 박사의 관계 심리학
존 가트맨.줄리 슈워츠 가트맨 지음, 정미나 옮김, 최성애 감수 / 해냄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한 커플을 위한 싸움의 기술, 관계심리학을 쉽게 풀어낸 책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 아마존 파괴에 맞선 부족 리더의 연대와 투쟁기
네몬테 넨키모.미치 앤더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와오라니 부족의 리더인 네몬테 넨키모의 책이에요.

이 책은 아마존 원주민인 네몬테가 어떻게 자신들의 땅을 지켜냈는지를 그려내고 있어요. 소설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실화가 더 소설처럼 느껴져요. 저자는 에콰도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숲을 떠났는데 그 이유는 백인들을 믿었던 탓이고, 그들이 우리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백인 선교사들과의 삶이 신기했고, 그들이 말하는 것들이 전부 옳다고 믿었던 거죠. 그러다가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면서 그들을 떠나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이미 부족 사람들은 그들이 제공한 옷이며 물건들에 푹 빠져버렸고 악마의 유혹처럼 속아 넘어간 부족 사람들은 뭔지도 모르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말았어요. 오피 오빠는 그 서류가 오일 협상에 관한 거라고 짐작했고, 석유 회사들이 모든 걸 파괴할 거라고, 우리 이야기, 우리 가족, 우리 숲, 우리의 폭포까지 파괴할 거라는 걸 알았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고, 도시로 나간 뒤 소식이 끊겼어요. 문명이 보아뱀의 혀처럼 오빠의 눈을 사로잡았고, 급기야 오빠를 삼켜 버리고 말았다는 표현이 너무나 확 와닿았어요. 정부와 거대 석유 기업은 원주민들의 땅, 그 아래 묻혀진 석유를 빼앗으려고 원주민들을 속였고 여기에 넘어간 부족 사람들은 석유 회사에 물을 구걸하고 다른 부족 사람들과 싸우는 지경에 이르게 돼요. 네몬테는 이것이 본연의 우리와 변한 우리의 싸움으로 변질되었음을 알았고, 진짜 싸워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됐어요. 그래서 온 마을을 돌며 코판족, 시에코파이족, 시오나족의 연장자들에게 지혜를 구했어요.

"이 노래와 신성한 약초와 우리의 모든 지혜와 집안을 통해, 공동체를 통해 보존되고 있어.

그것이 이 모든 게 잘 지켜져 수년, 수백 년에 걸쳐 이어져 내려오는 비법이야.

자네들은 세이보 연대를 위한 지도를 만들러 왔다고 했지.

이 노인네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게 다일세.

공동체를 지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지혜와 우리의 영토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야." (446p)

네몬테는 공동체의 힘을 모으기 위해 원주민이 주도하는 비영리 단체 세이보 연대와 그 파트너 단체 아마존 프론트라인즈의 공동 창립자가 되었고, 에웽고노 강의 상류 유역 마을 전체를 대표하는 최초의 여성 리더가 되었어요. 그녀는 원주민의 권리와 원주민의 땅을 지켜냈고, 그 리더십이 인정받아 2020년 '환경 노벨상'이라 불리는 골드먼 환경상과 2024년 <타임> 어스어워즈, BBC '올해의 여성 100인', <타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어요. 부족 연장자들의 지혜와 젊은이들의 용기가 합쳐져서 값진 승리를 이뤄냈다는 사실이 큰 감동을 줬네요. 자칭 문명인이라 떠드는 그들의 폭력과 야만에 맞선 원주민들의 모습에서 위대한 영혼의 힘을 느꼈어요.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라는 말이 이토록 가슴을 울리게 될 줄은 몰랐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많지만 진정한 여행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배니 로페즈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무척 놀랐던 점은 지구 곳곳을 관광하듯 즐기는 여행자의 기록이 아니라 북극, 남극, 초원, 숲, 사막, 평원, 섬 등 자연 본연의 땅을 탐험하며 생명이 깃든 아름다운 지구와 상반된 인간의 야만성을 성찰하는 회고록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새삼스럽게도 여행의 진짜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된 책이네요. 1945년 미국 뉴욕주 포트체스터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 샌퍼낸도밸리와 뉴욕 맨해튼에서 성장했고, 노터데임대학교에서 글쓰기, 사진, 연극을 공부했던 배리 로페즈는 1960년대부터 땅과 인간의 관계를 비롯해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픽션 및 논픽션 작품들을 발표했고, 환경운동가, 과학자 등과 공동작업을 하며 평생 약 일흔 개 나라를 여행하며 스무 권 넘는 책을 펴냈고, 2020년 일흔다섯 나이에 암으로 생을 마감했어요.

《호라이즌》은 배리 로페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집필한 장편 논픽션이에요. 이제껏 만나본 벽돌책들 중 손에 꼽을 정도, 총 928쪽의 어마마한 분량의 책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저자가 평생 여행하고 탐사하며 보낸 지난 세월을 담아낸 자전적 성격의 이야기이니 그 시간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압축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로페즈는 첫 장에 "여행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살갗을 바꾸는 일이다." (7p) 라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남방 우편기』 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평생 여행자였던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문장을 찾아낸 것 같아요.

"··· 파울웨더곶에 겨울 폭풍을 만나러 갔을 때는 마흔아홉이었으며, 스크랠링섬의 고고학 캠프로 날아갔을 때는 사십 대 초반으로 북미의 극북 지역에 관한 책인 『북극을 꿈꾸다』를 막 출간한 시점이었다는 것, 그리고 남극횡단산맥의 그레이브스누나탁스에 다녀왔을 때는 쉰넨이었다는 것···

스크랠링섬의 고고학 유적지를 찾아갔던 젊은 남자는 책의 끝부부에서 포트패민으로 가는 길에서 낯선 남자를 만난 이와 같은 사람이지만,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 (12p)

대부분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은 여행을 하는 지역이나 장소에 초점을 두기 마련인데, 로페즈의 책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세상과 나 자신을 돌아보며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사유하게 만드네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우리에게 무관심한 자연의 세계가 우리를 덮쳐오는 가운데, 우리가 문화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60p) 로페즈는 자신이 오랫동안 여러 물리적 세계들을 여행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이야기하네요. 장소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아서 몸으로 수집한 정보들과 단절될 때도 있었다고 말이죠. 낯선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다양한 생물과 생태계를 알아가는 경이로운 경험인 동시에 진화의 어둠 속을 나아가는 과정인 거예요. 우리가 아는 한 다른 어떤 생명체도 호모사피엔스만큼 정체성과 운명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지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에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의 소중함이에요. 로페즈는 지평선까지 막힘없이 뻗어 있는 남극 고원의 광경을 바라보며, 그 광경이 그대로 또 하나의 태평양이었다고, 너무나 철저히 텅 빈 공백의 광경이라서 공간조차 존재하지 않는 듯 느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지평선, 수평선 너머에 존재하는 것에 관한 깨우침은 무엇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