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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삶의 태도
장하석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하는 마음이란 뭘까요.
얼핏 과학자에게 필요한 조건일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니 그보다 더 큰 개념이었네요.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은 장하석 교수의 생애 첫 산문집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케임브리지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과 석좌교수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18세기 이후 화학과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 과학적 실천의 철학, 실재론, 다원주의, 실용주의, 측정, 증거 등이라고 하네요. 과학철학 분야는 과학의 방법, 기초, 그리고 과학적 인식의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인데, 과학을 하는 방법을 몇 가지 간단한 규칙으로 요약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고 해요. 그래서 주목한 것이 '과학하는 마음'이라는 거예요.
과학철학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선뜻 펼치지 못했을 텐데, '마음'이라고 해서 기꺼이 읽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저자가 말하는 '과학하는 마음'의 핵심은 항상 끝없이 배우려는 태도와 무지를 인정하는 겸허함, 호기심, 열린 마음이며, 지식을 얻는 배움의 과정은 경험을 토대로 한다는 것, 즉 경험주의가 과학하는 마음의 근본이라는 거예요.
이 책은 2021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다시 다듬어 엮은 것이라고 하네요. 지난 5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는데, 바로 그러한 시기에 쓴 글들이라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네요.
"민주화를 하면서 우리는 사회적 차원에서 불확실성을 택했으며, 그것은 실로 고귀한 선택이었다. 국민들에게 특정한 무엇을 강요하지 않고 여러 방법으로 설득해가며 공익을 위한 선택을 하도록 합의하는 일은 힘겹지만 값진 과정이다. 불확실성은 과학지식의 본질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이 중요한 문제에 대한 확답을 주지 못하는데 왜 과학을 신봉해야 하느냐'라는 반발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은 확실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과학자와 그들이 얻어낸 지식에 기반해 정책을 세우는 정부를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이들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면서도 따라주는 것이 성숙한 시민이 보여주어야 할 태도다. 이러한 태도는 전문가들이 완벽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낫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허함을 포함한다." (47p)
요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전문가가 근거 없는 헛소문을 진실인양 떠든 것이 확산되고 정작 전문가의 의견은 묻히면서 성숙한 토론의 장이 축소된 느낌이네요. 기본적인 사회적 신뢰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믿어야 할 건 의심하고, 따져봐야 할 건 맹신하면서 합리적인 기준이 뒤바뀌는 현상이 벌어지네요. 변화하는 현실과 불확실한 정보 속에서 고집을 부리며 반대 의견을 비난하는 태도를 버리고, 객관적인 증거를 보면서 유연하게 생각을 고치는 사고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네요.
"우리나라는 학문을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양분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 이러한 경향은 동아시아에서 좀 심한 편이지만 사실 체계적인 현상이다. 영국의 화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우는 1959년 <두 문화>라는 저서를 통해 문과적 문화와 이과적 문화가 서로를 배격하며 사회적 분열을 가져오고 있는 사태를 한탄했다. ···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스노우보다 훨씬 더 명망 있는 지식인들이 문과와 이과의 분리를 비판하고 그 장벽을 뛰어넘고자 시도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한 예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다. ··· 이과생도 문과생도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괴테가 굉장히 진지한 과학자였다는 점이다. 독일 낭만파 지식인들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양분하지 않았다. 시를 쓰는 것은 인간의 자연적 본질을 탐구하는 일이었고, 그와 같은 정신으로 괴테는 식물학에 심취했으며 물리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광학에서 그는 뉴튼의 이론에 정반대로 맞서는 독창적인 이론을 펼쳤다." (189-191p)
우리는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방식에 익숙해져서 많은 것들을 흑백 논리로 판단하다 보니, 사회 전반에 정치, 세대, 성별, 지역 등으로 나누어 서로를 적군과 아군으로 규정하는 진영 논리가 만연해진 것 같아요. 이러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여러 대안과 다양한 시선을 열어놓는 다원주의가 필요하며,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스스로 관찰하고 질문하며 직접 경험하는 능동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내용이었네요. 결국 지금 혼란한 시기를 가장 유연하고 지혜롭게 건너는 길은 우리 모두가 과학적 삶의 태도를 체득하는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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