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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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낯설지 않은 사건이네요.

스토킹 신고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인한 살인 사건.

피해자가 보낸 수차례의 구조 신호가 묵살됐고, 가해자가 흘린 범행의 전조 증상이 무시됐던 예견된 비극이라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리게 되네요.

"오늘 아침 신문 봤는데 말이야.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사실이고 나발이고 경찰이 태만해서잖아.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주제에 시민을 못 지키면 어쩌자는 거야!"

(7-8p)

유즈키 유코 작가의 장편소설 《지지 않는 벚꽃》은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으나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여대생이 살해당한 사건이 지역 신문사의 톱기사 헤드라인으로 뜨면서 경찰청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장면으로 시작되네요. 스물아홉 살의 모리구치 이즈미는 현경(현립 경찰) 현민안전상담계 소속 홍보과 직원인데 아침부터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네요. 악질적인 스토킹 행위를 목격한 여대생의 부모가 경찰을 찾아가 상의하고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다른 사건 수사로 바빠다는 이유로 신고서 수리가 일주일 미뤄졌고, 일주일 후에 피해 신고서를 수리한 이틀 뒤에 살해된 거예요. 언론의 공격을 받은 관할서 직원은 다른 사건을 수사하느라 바빴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피해 신고서를 제출한 시기에 관할서 직원들의 워크숍이 예정되어 있어서 담당 직원이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았던 거예요. 근데 경찰 내부에서는 수리가 늦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리를 미루고 워크숍에 갔던 사실이 어디서 샜느냐를 따지고 있으니 기가 막히네요. 이른바 내부 스파이 색출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이즈미는 가슴이 철렁, 그 이유는 절친이자 요네자키 신문사 기자인 쓰무라 지카에게 사건의 내막을 언급한 바가 있었고 분명 입단속을 시켰는데 지카는 그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네요. 언제나 약속을 철저히 지켰던 지카가 이번에는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네요. 그걸 알 리 없는 이즈미는 워크숍 기사가 신문에 실린 그날, 지카를 만나 다그쳤고, 그게 마지막이 되었네요. 왜냐하면 지카는 그날로부터 일주일 후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네요. 뭔가 다른 내막이 있는 것 같다면서 좀 더 조사하겠다고 했던 지카였기에 그녀의 죽음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고, 수사권이 없는 이즈미가 독자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하나의 단서를 잡았을 뿐인데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나오는 거대한 은폐된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네요. 한낱 미약한 개인이었던 이즈미가 진실을 목도한 뒤의 변화가 인상적이네요. 나라면 어땠을까, 쉽지 않은 선택이네요. 부조리 앞에 눈을 감거나 침묵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용기야말로 지지 않는 마음이네요.


"누가 일본인의 정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아침 햇살에 빛나는 산벚꽃이라 답하리.

이 시는 일본의 국민성을 벚꽃에 비유하고 있다고 일컬어지지. 

벚꽃은 그 옛날부터 일본을 표현할 때 쓰였어.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지. 백 명의 목숨과 한 명의 목숨, 그건 저울로 잴 수 없어.

그렇지만 저울질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어. 이상론만으로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거든."

(400-401p)

"······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국가의 안녕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4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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