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쇼츠 에디션 (양장본 Hardcover) ㅣ 쇼츠 에디션 1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용남 편역 / 어센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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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꼭 공부해야 할 내용은 요약 정리하듯이, 필독 도서로 꼽는 《군주론》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왔네요. 우리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네요. 제가 읽은 《군주론》은 어센딩 출판사의 쇼츠 에디션으로, 《군주론》 26장 중 핵심적인 부분을 선별하여 새롭게 재구성했다고 하네요. 어쩐지 구성이 아포리즘 형식이라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네요. 숏폼 시대에 맞춰 초압축 《군주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네요. 《군주론》을 읽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아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춘 맞춤형 에디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핵심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세상(현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원래 '작동하는 방식' 그대로 움직인다.

이미 500년 전에 이 사실을 꿰뚫어 본 마키아벨리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고통을 감내하는 결단이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필요한 것은 명확한 전략이다.

'어떻게 살아남는가(실리)'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명분)'는 차이가 크다.

물론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남는 것이 곧 정의다.

살아남은 후에야 도덕적 가치를 논할 자격이 주어진다.'"

(8-11p)


얼마 전 《다크 심리학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번 《군주론》의 편역을 맡았네요.

<다크 심리학>을 쓰는 동안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단 한 권의 책이 《군주론》이었다고 할 정도로 《군주론》과 《다크 심리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동일하네요. 과거에는 강자(군주)를 위한 통치술을 다룬 지침서였다면 이번 책은 현대의 약자들이 강자의 시스템에 지배당하지 않는 방법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고전을 토대로 한 자기계발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목적은 혼란스러운 이탈리아를 구원하고 통일할 강력한 군주에게 현실적인 통치 지침을 제공하기 위함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여 공직에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네요. 그러니 군주를 향한 조언을 현대의 언어로 바꾸면 내 삶의 주인(군주)으로서 현실을 개척하는 자기계발서로 재해석할 수 있네요. 인생에서 마주하는 갑작스러운 위기는 제어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환경을 장악하는 나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네요.


"가장 안전하다고 느낀 순간이 가장 위험에 노출된 순간이다."

"남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서라."

"운명에 좌우되지 말고, 내 삶의 주인이 되어라."

"시대가 바뀌면 그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132-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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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
우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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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친 하루 끝, 무엇으로 마음을 달래며 살고 있나요.

매일 겪는 일상의 스트레스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가끔은 버거운 순간이 있네요.

한 끼 식사를 거른다고 해서 쓰러지는 건 아니지만 계속 굶는다면 버텨낼 수 없듯이 우리 마음도 일용할 양식이 필요하네요.

《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는 우인 작가의 책이네요.

저자는 13년 차 직장인으로, "당신의 평화는 회사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을 붙잡고 부처님 말씀을 거꾸로 읽기 시작했더니 일상에서 겪는 막막함과 번뇌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이름을 붙여주어 마음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불교 수행이나 불교 공부가 아닌 부처님 말씀의 한 문장을 일상에 적용하는 현실적인 마음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네요.

여기엔 구체적인 고민들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마음이 무엇인지 부처님의 언어로 이름을 붙여주고,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준 다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해주네요.

"저는 요즘 한 사람을 미워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민망합니다. 키보드 소리 때문입니다. 옆자리 동료가 키보드를 칠 때마다, 특히 문장 끝에 엔터 키를 '탁!' 내리칠 때마다 제 심장과 신경줄이 같이 툭툭 끊어집니다. 비싸게 주고 산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귀가 아프도록 눌러써도 그 소리만은 뼈를 타고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사람이 커피 마시는 모습도 보기 싫어졌습니다. 어제는 창밖에서 공사장 드릴 소리가 온종일 울렸는데, 이상하게 그건 하나도 안 거슬리더군요. 제 귀가 유별나게 예민한 걸까요, 아니면 그 사람이 정말 배려가 없는 걸까요?"

(56-59p)

이 고민은 옆자리 동료의 키보드 소리가 아니라 그 동료에 대한 싫은 마음이 문제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네요. 희한하게도 남의 고민은 문제의 원인이 딱 보이는데, 그 고민이 내 것이 되면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고요. 저는 반대의 경우가 생각나네요. 누군가 좋아지면 웬만한 실수는 넘어가게 되고, 다 괜찮다고 느껴지잖아요. 안타깝게도 직장이나 사회 생활에서는 비호감인 사람들과도 잘 지내야 하기 때문에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싫은 사람은 뭘 해도 밉상인데, 그 마음 때문에 내가 괴롭다면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수밖에는 없네요. 저자는 이 고민의 원인을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고 해석했네요. 일체유심조를 직장의 언어로 바꾸면,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할 정당한 근거를 찾기 위해 소음을 이용한다. 소리 그 자체에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그 소리에 낙인을 찍어 내 가슴에 꽂는 것은 내 판단입니다." (59p)라고 진단하면서 옆자리 동료를 향한 레이더를 끄는 세 가지 방법을 알려주네요. 소리가 날아올 때 속으로, "저 사람도 지금 자기 일을 하느라 손가락이 바쁘구나."라는 사실만 볼 것, 그 소리에서 '나를 향한 악의'라는 억측을 걷어내라는 거예요. 그래도 미움이 차오르면 스스로에게 ' 이 소리가 진짜 소음인가?'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상대를 고칠 일이 아니라 내 레이더를 끄면 될 일임을 깨닫게 되네요. 마음의 수양만으로 환경의 한계가 극복되지 않을 때는 물리적 우회로, 팀원 전체에게 키스킨을 돌리는 식으로 내 평화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는 유연함을 가지라는 거예요. 소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음에 반응하며 괴로워하는 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면 주도권을 쥘 수 있네요.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일체유심조라고 하네요.

불교는 마음과 인간관계의 본질을 흐르는 강물에 자주 비유하는데, 부처님 말씀은 흐르는 강물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네요. 오늘 내 마음이 탁해졌다면 억지로 맑게 하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흘러간다는 걸, 상처받아도 흔들려도 나만 단단하다면 다 괜찮아진다는 걸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사는게왜이런지부처님께물었습니다#우인#서울문화사#인생의굴레보다찾아온뜻밖의해답#사찰이아닌일상에서마주친35가지깨달음#완전한해탈말고오늘하루를버티는기술#인문교양#인문#자기관리#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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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세탁소
추서윤 지음 / 창조와지식(북모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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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속상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면 좋을까요.

어른들도 마음의 상처를 어쩌지 못해 힘든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네요.

그래서 아이들에겐 잠들기 직전의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졸리다고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도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림책을 보여주면 금세 관심을 보이면서 서서히 편안하게 잠들더라고요. 좋은 그림책은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 같아요.

《달빛 세탁소》는 추서윤 작가님이 쓰고 서우별 작가님이 그린 유아 그림책이네요.

우선 이 그림책을 쓴 추서윤 작가님은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미술심리상담 공부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숨겨진 아픔을 위로하는 글을 써왔는데,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는 아이들이 마주하는 첫 사회생활과 그 안의 서툰 감정들을 더 깊이 눈여겨보게 되었대요. 말로 표현하지 못해 울퉁불퉁해진 아이들의 속상한 마음을 다정하게 씻어주고자 첫 그림동화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려울 수 있어요. 혼자 마음대로 했다간 친구들과 싸울 수 있으니 말이에요. 근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어른들 시선에서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큰일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줘야 하지만 그 전에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감정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자신의 마음을 보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네요.

비가 아주 많이 오는 밤, 모두가 쿨쿨 잠든 밤에 지우는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나 이불을 꼭 끌어안았어요. 빗소리를 듣다 보니 스스르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 반짝이는 골목을 걷던 지우는 달빛 세탁소'로 들어갔네요. 그곳에는 귀여운 고양이가 앞치마를 입고 서서 "야옹! 어서 와."라며 반갑게 맞아줬어요. 그곳은 옷이 아니라 구겨지고 얼룩진 마음을 다시 반짝이게 해 주는 달빛 세탁소였네요. 유치원에 다니는 '지우'는 낮에 친구의 말 때문에 무척 속상했지만 아무 말도 못했네요. 지우 마음속에 생긴 회색 얼룩 하나를 세탁기 안에 넣었더니 회색 얼룩은 사라지고 은빛 별 하나가 반짝였어요. 지우는 기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네요. 마음 얼룩이 다 지워지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말이죠. 그러자 고양이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모든 얼룩이 다 사라질 필요는 없단다. 속상했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고, 조금씩 웃으려고 하는 동안 우리 마음은 이미 반짝이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는데, 이 말이 무척 와닿았네요. 속상했던 기억이나 마음에 남은 얼룩을 모조리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처를 마주하며 다독이는 과정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화 덕분에 아이들이 낮 동안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달빛세탁소#추서윤#창조와지식#창조와지식출판사#마음얼룩을빨래하는조금특별한방법#유아그림책#한국그림책#그림책#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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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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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산 정약용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거예요.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였던 그는 신유박해로 인해 전라남도 강진에서 무려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독서와 연구에 매진하여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역사, 의학, 과학을 아우르는 500여 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겼네요. 정약용은 책만 읽은 학자가 아니라 지식을 현실과 연결하여 백성의 삶을 바꾸고자 했네요. 자신의 고통에 갇히지 않고 더 힘없는 사람들,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을 바라보았고, 절망 속에서도 하루하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하며 자신만의 학문을 완성했네요. 이렇듯 그의 업적은 알고 있지만 정작 저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네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일기를 읽어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 책을 통해 다산의 저서들 가운데 내면을 단단하게 잡아줄 문장들을 만났네요.

《다산의 필사책》은 다산의 문장들로 이루어진 사철제본 필사책이네요.

여기에 수록된 문장들은 다산학의 권위자 박석무 교수가 정약용의 500여 권 저술에서 엄선한 74개의 핵심 문장이며, 크게 '마음', '태도', '관계', '배움', '책임', '삶'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네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된 문장이라서 다산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온전히 느끼고 배울 수 있네요.

"이른바 '나'라는 것은 달아나기를 잘하는 데다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조차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 버리고 만다.

이익으로 유도하면 떠나가고, 위협과 재앙으로 겁을 주어도 떠나가며,

심금을 울리는 고운 음악 소리만 들려도 떠나가고,

눈썹이 푸르고 치아가 흰 미인의 요염한 모습만 보여도 떠나간다.

붙잡아 둘 수도 없고, 한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으로 나만 한 것이 없다."

_ <수오재기> (42p)

각 장의 끝에 '박석무의 다산 산책' 코너가 있어서 다산 정약용의 삶과 사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니 좋네요. 다산의 업적은 많은 저술을 남겼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모든 저술이 이론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다그치는 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네요. 박석무 교수는 "남을 가르치는 글과 자신을 꾸짖는 글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다산의 저술을 다른 학자들의 글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아들이나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 보아도 현자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삶의 태도와 가르침이 분명합니다. 누구에게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었고, 자신에게도 엄격한 사람이었습니다. ··· 반성을 한때의 감정으로 소비하지 않고 평생에 걸친 수행의 방법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다산의 '극념작성'은 단순한 경구가 아니라 그의 인생 후반부를 이끈 나침반이었던 셈입니다."

(57-61p)

다산은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의 요체로 <서경>에 나오는 '극념작성', 즉 '후회하고 반성만 제대로 한다면 성인이 된다'라는 구절을 여러 곳에서 인용했다고 하네요. 나이들수록 고집만 세지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면 이보다 더 흉한 꼴은 없을 거예요. 인생의 길은 꺾일지언정 인간의 길은 조금의 타협도 없이 올곧게 살아낸 현인의 지혜가 아닌가 싶네요. 다산의 문장을 읽고 쓰며 생각하며 마음공부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네요. 제자들에게 독서를 간절히 권하며, 독서야말로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 행해야 할 본분이라고 이야기했던 다산 선생의 말씀을 새기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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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
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지음, 김희정 옮김 / 해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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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물음이네요. 인간만이 지구 역사의 주체라는 편협한 시각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이어졌고,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네요. 인간에 의해 환경이 변화한 시대라는 의미에서 '인류세'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네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전 지구적 조건이 지역적 현상과 사례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는데, '패치 patch' 즉 조각보처럼 서로 분리된 채 인류세 현상을 보이는 특정 지역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전 지구적 현상의 특수성을 밝혀낸 이들이 있었네요.

'페럴 아틀라스 : 인간 너머의 인류세 현상'은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의 인류세 연구의 결과이며, 경험적 관찰에 기초해서 인류세 패치들을 묘사하는 현장 보고서를 지도로 제작한 것이라고 해요. 세계적인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을 비롯한 연구진이 주도하는 대규모 디지털 생태 지도 프로젝트였고, 100명이 넘는 과학자, 인문학자, 예술가, 활동가들이 참여한 79편의 현장 보고서는 인간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로 인해 통제불능 상태로 변해버린 비인간 존재(동식물, 미생물, 화학 물질 등)의 생태계 현장이 인류세라고 주장하네요.

《패치 인류세》는 현재 대규모 디지털 생태 지도 프로젝트인 '페럴 아틀라스'의 공동 기획 제작자들이 만든 '현장 안내서'라고 할 수 있네요.

이 책은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 시각인류학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제니퍼 데거, 환경인류학자인 올더 켈러먼 색세나, 건축가이자 공간 시각 디자이너인 페이페이 저우, 네 명의 저자들이 서로 다른 학문적 경향과 경험을 통합하여 공동 연구의 결과물인 '패치적 인식론'을 펼치고 있네요. 저자들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이탈성 ferality' 이란 인간이 통제하거나 계획한 경계와 인프라를 벗어나, 생물과 무생물이 예측 불가능한 변화와 결과를 야기하는 특성을 뜻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이탈'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확장한 것이라고 하네요. 패치 인류세 개념에서 인간 외의 존재들, 즉 생물과 무생물을 망라한 다양한 존재가 인간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행위에 반응하는 부류의 존재들을 '이탈 존재'라 부른대요. 이 책에서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외 존재들의 이탈 행위를 추적하고 있네요. 인간의 인프라가 어떻게 위험한 이탈 생물학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지구를 이루는 다양한 생명체와 현장 중심의 분석을 확인할 수 있네요. 지구 전체가 맞닥뜨린 인류세의 위험에 대해 현장 보고서 중심의 '페럴 아틀라스'를 통해 종합적인 관점의 패치적 인식론으로 사고할 수 있네요. 단일한 시각에서 벗어나 인류세 현상을 제대로 인지하고,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폭넓게 살펴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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