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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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산 정약용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거예요.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였던 그는 신유박해로 인해 전라남도 강진에서 무려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독서와 연구에 매진하여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역사, 의학, 과학을 아우르는 500여 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겼네요. 정약용은 책만 읽은 학자가 아니라 지식을 현실과 연결하여 백성의 삶을 바꾸고자 했네요. 자신의 고통에 갇히지 않고 더 힘없는 사람들,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을 바라보았고, 절망 속에서도 하루하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하며 자신만의 학문을 완성했네요. 이렇듯 그의 업적은 알고 있지만 정작 저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네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일기를 읽어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 책을 통해 다산의 저서들 가운데 내면을 단단하게 잡아줄 문장들을 만났네요.

《다산의 필사책》은 다산의 문장들로 이루어진 사철제본 필사책이네요.

여기에 수록된 문장들은 다산학의 권위자 박석무 교수가 정약용의 500여 권 저술에서 엄선한 74개의 핵심 문장이며, 크게 '마음', '태도', '관계', '배움', '책임', '삶'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네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된 문장이라서 다산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온전히 느끼고 배울 수 있네요.

"이른바 '나'라는 것은 달아나기를 잘하는 데다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조차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 버리고 만다.

이익으로 유도하면 떠나가고, 위협과 재앙으로 겁을 주어도 떠나가며,

심금을 울리는 고운 음악 소리만 들려도 떠나가고,

눈썹이 푸르고 치아가 흰 미인의 요염한 모습만 보여도 떠나간다.

붙잡아 둘 수도 없고, 한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으로 나만 한 것이 없다."

_ <수오재기> (42p)

각 장의 끝에 '박석무의 다산 산책' 코너가 있어서 다산 정약용의 삶과 사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니 좋네요. 다산의 업적은 많은 저술을 남겼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모든 저술이 이론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다그치는 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네요. 박석무 교수는 "남을 가르치는 글과 자신을 꾸짖는 글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다산의 저술을 다른 학자들의 글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아들이나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 보아도 현자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삶의 태도와 가르침이 분명합니다. 누구에게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었고, 자신에게도 엄격한 사람이었습니다. ··· 반성을 한때의 감정으로 소비하지 않고 평생에 걸친 수행의 방법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다산의 '극념작성'은 단순한 경구가 아니라 그의 인생 후반부를 이끈 나침반이었던 셈입니다."

(57-61p)

다산은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의 요체로 <서경>에 나오는 '극념작성', 즉 '후회하고 반성만 제대로 한다면 성인이 된다'라는 구절을 여러 곳에서 인용했다고 하네요. 나이들수록 고집만 세지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면 이보다 더 흉한 꼴은 없을 거예요. 인생의 길은 꺾일지언정 인간의 길은 조금의 타협도 없이 올곧게 살아낸 현인의 지혜가 아닌가 싶네요. 다산의 문장을 읽고 쓰며 생각하며 마음공부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네요. 제자들에게 독서를 간절히 권하며, 독서야말로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 행해야 할 본분이라고 이야기했던 다산 선생의 말씀을 새기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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