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
사카구치 유키히로 외 지음, 황정원 옮김 / 포텐업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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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별 가운데 가장 큰 슬픔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네요.

그로 인한 슬픔은 결코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사별 이후 슬픔 치유에 대한 연구를 해온 분들의 책이 나왔네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는 간세이가쿠인대학 '슬픔과 사별 연구센터'의 사카구치 유키히로 센터장과 아카타 지즈루 연구원이 함께 쓴 책이라고 하네요. 저자들은 오랫동안 수많은 유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734명의 체험담을 토대로 어떻게 슬픔에 대처했는지, 패턴 랭귀지 기법을 사용하여 스물여덟 개로 분류하여 체계화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스물여덟 가지 이별 수업이 나와 있으나,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각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골라서 적용하면 되네요. 사별이라는 거대한 상실감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어설픈 위로나 섣부른 조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네요. 가장 필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온전한 애도의 시간인 것 같아요. 곁에서 위로한답시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거나 울지 마라, 강해져야 한다는 말은 오히려 더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고인에 대한 추억과 상실의 고통을 주변 시선 때문에 참다가 더 크고 괴로운 감정에 휩싸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애도의 시간,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묵묵히 곁에서 지켜주는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줘야 해요. 사별의 슬픔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기에, 결국 우리는 그 슬픔을 어떻게 마주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됐네요.

"슬픔은 안은 채 살아가는 것"이라는 첫 문장이 핵심이네요. 오늘은 그냥 슬퍼하자고, 그 다음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도움을 받고,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면 되는 거예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슬픔이란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한 안고 가야 한다는 거예요. 사별의 극심한 슬픔이 자신의 삶을 무너지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혼자서 그 슬픔을 견딜 수 없다면 심리상담이나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해요. 최근 장례식 문화가 간소화되면서 슬픔을 공유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건 몹시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그럴수록 우리에겐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 더욱 소중해지네요. 무엇보다도 사별의 슬픔을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네요. 공동체적 돌봄 차원에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네요.


"슬픔을 마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엿보는 일은

내 인생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데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 사별이라는 경험은 사실 매우 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어떻게 슬픔을 딛고 일상을 살아가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관습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들 때문에

고통이나 슬픔이 배가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사회는 결코 안전한 곳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별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희 연구센터에서는 남겨진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별의 슬픔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활동 중 하나로 11월 23일을 '사별의 슬픔을 생각하는 날'로 정하고

여러 강연회나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사별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고자 합니다."

(238-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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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바닐라, 라떼
욱시무스 지음 / 하늘세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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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 것이 왔네요.

아빠 우째와 엄마 쓰유, 그리고 쌍둥이 바닐라와 라떼의 일상을 담은 《퇴근 후 바닐라, 라떼》의 다음 이야기가 나왔네요.

《달콤 쌉싸름한 바닐라, 라떼》는 욱스무스 작가님의 쌍둥이 육아 기록을 담은 두 번째 책이네요.

제목에서 풍기는 진한 맛, 바닐라 라떼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2샷에 부드러운 우유와 달달한 바닐라 시럽이 섞이면 맛있는 바닐라 라떼가 완성되듯이, 이 책에서는 쌍둥이 육아라는 고된 일상 속 기쁨, 즐거움, 행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네요.

만화를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나왔다가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숙연해지네요. 간만에 놀러온 비니 연니네 엄마에게 쓰유가 초코파이를 줬더니 나중에 먹는다며 가방에 넣는 거예요. 그때 라떼가 슬쩍 비니 연니네 엄마에게 다가가더니 귓속말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아끼면 똥 돼!" 가끔 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말을 해서 놀라거나 웃음이 터질 때가 있잖아요. 딱 그런 순간인데, 쌍둥이를 키우면서 이 말이 예리한 화살처럼 마음을 찌르더래요. 예쁜 옷은 특별한 날에 입혀야지 하면서 고이 모셔뒀다가 어느새 아이들이 커져서 못 입게 됐을 때, 옷이나 장난감, 물건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향한 웃음과 장난도 마찬가지더라고, 아껴둔 사랑은 이자가 붙는 적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말라버리는 꽃과 같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네요. 육아가 체력적으로 힘든 건 맞지만 아이들을 향한 웃음은 아끼지 말고 마음껏 써야 그 시간들이 행복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서툰 초보 엄마 아빠들에겐 끝날 것 같지 않은 육아 시간이 나중에 돌아보면 그리운 순간들이라는 것. 요즘은 사춘기가 빨리 와서 초등학생만 돼도, 엄마 아빠의 장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서 섭섭해지니까요. 자식은 세 살까지 평생 할 효도를 다한다는 말이 있는데, 보통 태어나서 세 살까지는 부모의 돌봄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때이고, 아이의 존재 자체만으로 기쁨을 준다는 점에서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다섯 살이 된 바닐라와 라떼를 보니 자기주장도 강해지고 제법 컸다는 게 느껴지네요. 제멋대로 뛰어다니기 때문에 항상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는 시기라서 부모가 두 눈을 부릅뜨고 더욱 신경써야 하니 몸은 지칠 수밖에 없네요. 백점 만점에 백점 짜리 부모가 있을까요.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는 묵묵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욱스무스 작가님의 육아 기록은, 바로 그 지친 하루를 버텨낸 엄마 아빠들을 위한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네요.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행복 충전, 달콤 쌉싸름한 바닐라 라떼로 에너지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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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장강명.정명섭.정해연 지음 / 빚은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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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북강녕 서점이 진짜 창덕궁길 옆에 있었네요.

실존하는 공간이라니, 뭔가 더 신기했어요. 존재 자체를 모를 때와 알게 된 순간이 나뉘면서 두 개의 세계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네요.

마치 소설이 주는 마법처럼 상상한 것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마음을 움직이고 특별한 의미를 남겨주듯이,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라는 책은 소설이라는 이야기 속에 진심을 담고 있네요.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떠나간 사람의 빈 자리는 그리움으로 채워낸 책이네요.

첫 장에 '편집자의 말'이 나오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다 읽고 나니 납득이 되었네요.

원래 수북강녕이란 서점이 은평구 한옥마을에 있었고, 북토크에 모인 김자영, 장강명, 정명섭, 정해연 네 명의 작가님이 이왕 모였으니 수북강녕을 주제로 이야기를 써보자고, '서점이 배경인 어떤 단편소설'이라는 단순한 기획이었는데, 마침 그 자리에 출판사 대표가 같이 있어서 책이 나올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근데 안타깝게도 김자영 작가님이 지병이 재발하여 세상을 떠나셨고, 그 빈자리를 그대로 둔 채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는 속사정을 설명해주는 내용이었네요. 수북강녕은 수복강녕(壽福康寧)에서 복 대신 Book을 채워 넣은 조어인데, 이 네 글자가 이 소설들을 대표하는 글자가 되어, 장강명 작가님의 소설 '벡사시옹의 밤'에는 목숨 수(壽)자를, 김자영 작가님의 자리에는 북(book)자를, 정명섭 작가님의 소설 '하루'에는 건강할 강(康)자를, 정해연 작가님의 소설 '결백'에는 편안할 녕(寧)자를 부여했다고 하네요.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 SF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세 가지 이야기, 그리고 '북 book' 장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여백에 담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네요. 작품 속에 나오는 피아니스트 이수현이 작곡한 '애프터 벡사시옹'의 가사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네요. 이 곡을 연주할 수는 없지만 하늘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날 것 같아요. 오늘따라 하늘이 참 아름답네요.


"아까 맥락이 있는 것은 모두 이야기라고 하셨지요······.

삶도, 현실 자체도 이야기라고요······. 그렇다면 삶에도 우열이 있다는 말인가요······?

바그너의 삶이 리처드 투프의 삶보다 낫다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는 건가요······?"

"더 나은 삶이 있다고 상상해야만 삶에 충실해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55p)

"서점 이름이 왜 수북강녕인가요?"

"목숨 수, 복 복, 건강 강, 편안할 녕에서 따온 겁니다."

"그러면 수북강녕이 아니라 수복강녕인데요?"

"맞아요. 거기서 복자를 책을 뜻하는 영어의 BOOK에서 따온 북으로 바꾼 거죠.

네 가지는 인간이 바라는 가장 기본적인 소망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래서 수복강녕은 오래 살고, 복을 누리며, 건강하고 평안하게 지내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 대문에 붙였다고 하더라고요.

네 글자 중에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십니까?"

(91p)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일찍 우리에게 헤어짐을 고하기에는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 세상에 뿌리를 내렸던 김자영 작가님의 짧은 인생이 행복으로 충만했기를 바라며,

그녀가 안식을 취하기를 진심으로 빈다."

(1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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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마빠다 : 마음을 쉬는 영어 법구경
비구 수자토 영어 옮김, 홍은혜 우리말 옮김 / 바다와조약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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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힘들 때 읽었던 책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라 적어두고 종종 소리내어 읽어보곤 하네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이 들 때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해소되는 느낌을 받은 뒤로는 찾아 읽게 되더라고요.

제목은 낯선데 그림이 평화롭고 따뜻해 보여서 끌린 책이네요. 

마음을 쉬는 영어 법구경 ㅡ 지혜와 사랑의 길.

《담마빠다》는 영어 법구경 책이네요.

우선 제목부터 하나씩 짚고 넘어가야 왜 이 책이 특별한지를 알 수 있네요.

초기 불교의 언어인 빠알리어로 '담마빠다'가 '법구경'이라고 하는데, 원래 '경'이란 말은 없지만 경전으로 다루어져 중국에서 번역할 때 '경'자를 붙여 '법구경'이라고 부르게 되었대요. 담마(Dhamma)는 붓다의 가르침, 규범, 진리, 선함, 정의, 미덕, 모든 현상 등 문장에서 어떻게 쓰였느냐에 따라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고, 빠다(pada)는 길 또는 발, 발자국, 자취, 단계, 단어, 구절, 말씀, 게송의 뜻이 있어서 두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합치는 것만으로는 그 참뜻을 온전히 살려 내기 어렵다고 하네요. 그러니 '법구경'보다는 '담마빠다'로 표현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부처님이 가르침을 펼칠 때 사용했던 언어가 바로 고대 인도어인 빠알리어인데, 산스크리트어가 고대 인도의 표준어라면 빠알리어는 민중의 언어, 방언, 사투리였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네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빠알리어로 이루어진 경전 '담마빠다'를 현대인들에게 널리 전하기 위해서 비구 수자토 스님이 3년간 홀로 매진한 끝에 영어 번역본을 완성했고, 온라인플랫폼 수타센트럴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비구 수자토 스님의 영어 법구경을 홍은혜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총 423개의 모든 게송을 영어와 우리말로 나란히 실었네요.

처음 기획은 마음이 지친 청소년들이 대상이었다고 해요. 쉬는 시간에도 공부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고려하여 영어 법구경을 읽으면서 부처님의 가르침도 얻고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근데 '담마빠다'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인지를 알고 나니 청소년들뿐 아니라 마음의 휴식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담마빠다는 한 편의 시처럼 짧고 명료한 문장들 속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대로 녹아 있어서, 알기 쉬우면서도 한 구절을 깊이 파고들면 그 자체로 명상이 되는 효과가 있네요.

주제에 따라 26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짝을 이루는 가르침', '철저하게 깨어있음','마음', 꽃', '어리석은 이', '슬기로운 이', '번뇌를 소멸한 이', '천 가지', '악', '폭력', '늙음', '자신', '세상','붓다', '행복', '사랑하는 것', '성냄', '허물','올바른 길을 가는 이', '길', '여러 가지', '지옥','코끼리', '갈망', '수행자', '고귀한 이'로 바른 삶을 강조하고 있네요. 종교적 교리를 넘어 인간으로서 어떻게 바르고 평온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길을 제시해주고 있네요.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빠알리어를 영어로 옮기고, 그 영어를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느라 애쓰신 분들에게 감사하면서 이제는 제가 노력해야 할 차례인 것 같네요. 그 말씀들이 씨앗처럼 마음에 뿌리내려 온전한 삶으로 이어지기를.


33 마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흔들리니

지키기도 단속하기도 어려우나

현상을 분별하는 지혜로운 이는 마음을 바로잡는다

마치 화살 장인이 화살을 곧게 펴듯이

34 바다에 잡혀

모래밭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마음은 마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쉬지 않고 펄떡이며 몸부림친다*


* 물고기의 고향인 '바다'는 감각적 욕망과 불선법(악의, 해코지하려는 마음 등)이

지배하는 영역을 상징한다. 우리 마음은 오랫동안 바다라는 욕망의 집에서 먹고 놀며

그것을 익숙하고 편안한 고향처럼 여겨 왔다. 그러나 붓다의 올바른 가르침에 따라

수행을 시작하면, 마음은 익숙했던 바다를 떠나 거친 '모래밭'에 던져진 상태가 된다.

이때 마음은 낯설고 답답하며 숨이 막히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다시 편안했던 바다로

돌아가고자 격렬하게 저항하며 펄떡인다. 이는 수행을 통해 마음이 오래된 관성의 집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는 필연적인 진통과 같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이 고통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알아차림의 초기 단계에는 이처럼 강한 신체적·정신적 저항이 따르는 현상을

물고기의 몸부림에 빗대어 보여 주는 게송이다.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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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갱이들 -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황보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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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켁, 목에 걸린 알갱이처럼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그 마음에 관한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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