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세탁소
추서윤 지음 / 창조와지식(북모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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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속상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면 좋을까요.

어른들도 마음의 상처를 어쩌지 못해 힘든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네요.

그래서 아이들에겐 잠들기 직전의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졸리다고 잠투정을 하는 아이들도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림책을 보여주면 금세 관심을 보이면서 서서히 편안하게 잠들더라고요. 좋은 그림책은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 같아요.

《달빛 세탁소》는 추서윤 작가님이 쓰고 서우별 작가님이 그린 유아 그림책이네요.

우선 이 그림책을 쓴 추서윤 작가님은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미술심리상담 공부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숨겨진 아픔을 위로하는 글을 써왔는데,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는 아이들이 마주하는 첫 사회생활과 그 안의 서툰 감정들을 더 깊이 눈여겨보게 되었대요. 말로 표현하지 못해 울퉁불퉁해진 아이들의 속상한 마음을 다정하게 씻어주고자 첫 그림동화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려울 수 있어요. 혼자 마음대로 했다간 친구들과 싸울 수 있으니 말이에요. 근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어른들 시선에서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큰일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줘야 하지만 그 전에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감정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자신의 마음을 보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네요.

비가 아주 많이 오는 밤, 모두가 쿨쿨 잠든 밤에 지우는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나 이불을 꼭 끌어안았어요. 빗소리를 듣다 보니 스스르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 반짝이는 골목을 걷던 지우는 달빛 세탁소'로 들어갔네요. 그곳에는 귀여운 고양이가 앞치마를 입고 서서 "야옹! 어서 와."라며 반갑게 맞아줬어요. 그곳은 옷이 아니라 구겨지고 얼룩진 마음을 다시 반짝이게 해 주는 달빛 세탁소였네요. 유치원에 다니는 '지우'는 낮에 친구의 말 때문에 무척 속상했지만 아무 말도 못했네요. 지우 마음속에 생긴 회색 얼룩 하나를 세탁기 안에 넣었더니 회색 얼룩은 사라지고 은빛 별 하나가 반짝였어요. 지우는 기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네요. 마음 얼룩이 다 지워지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말이죠. 그러자 고양이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모든 얼룩이 다 사라질 필요는 없단다. 속상했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고, 조금씩 웃으려고 하는 동안 우리 마음은 이미 반짝이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는데, 이 말이 무척 와닿았네요. 속상했던 기억이나 마음에 남은 얼룩을 모조리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처를 마주하며 다독이는 과정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화 덕분에 아이들이 낮 동안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달빛세탁소#추서윤#창조와지식#창조와지식출판사#마음얼룩을빨래하는조금특별한방법#유아그림책#한국그림책#그림책#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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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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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산 정약용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거예요.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였던 그는 신유박해로 인해 전라남도 강진에서 무려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독서와 연구에 매진하여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역사, 의학, 과학을 아우르는 500여 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겼네요. 정약용은 책만 읽은 학자가 아니라 지식을 현실과 연결하여 백성의 삶을 바꾸고자 했네요. 자신의 고통에 갇히지 않고 더 힘없는 사람들,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을 바라보았고, 절망 속에서도 하루하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하며 자신만의 학문을 완성했네요. 이렇듯 그의 업적은 알고 있지만 정작 저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네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일기를 읽어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 책을 통해 다산의 저서들 가운데 내면을 단단하게 잡아줄 문장들을 만났네요.

《다산의 필사책》은 다산의 문장들로 이루어진 사철제본 필사책이네요.

여기에 수록된 문장들은 다산학의 권위자 박석무 교수가 정약용의 500여 권 저술에서 엄선한 74개의 핵심 문장이며, 크게 '마음', '태도', '관계', '배움', '책임', '삶'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네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된 문장이라서 다산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온전히 느끼고 배울 수 있네요.

"이른바 '나'라는 것은 달아나기를 잘하는 데다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조차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 버리고 만다.

이익으로 유도하면 떠나가고, 위협과 재앙으로 겁을 주어도 떠나가며,

심금을 울리는 고운 음악 소리만 들려도 떠나가고,

눈썹이 푸르고 치아가 흰 미인의 요염한 모습만 보여도 떠나간다.

붙잡아 둘 수도 없고, 한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으로 나만 한 것이 없다."

_ <수오재기> (42p)

각 장의 끝에 '박석무의 다산 산책' 코너가 있어서 다산 정약용의 삶과 사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니 좋네요. 다산의 업적은 많은 저술을 남겼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모든 저술이 이론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다그치는 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네요. 박석무 교수는 "남을 가르치는 글과 자신을 꾸짖는 글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다산의 저술을 다른 학자들의 글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아들이나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 보아도 현자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삶의 태도와 가르침이 분명합니다. 누구에게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었고, 자신에게도 엄격한 사람이었습니다. ··· 반성을 한때의 감정으로 소비하지 않고 평생에 걸친 수행의 방법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다산의 '극념작성'은 단순한 경구가 아니라 그의 인생 후반부를 이끈 나침반이었던 셈입니다."

(57-61p)

다산은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의 요체로 <서경>에 나오는 '극념작성', 즉 '후회하고 반성만 제대로 한다면 성인이 된다'라는 구절을 여러 곳에서 인용했다고 하네요. 나이들수록 고집만 세지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면 이보다 더 흉한 꼴은 없을 거예요. 인생의 길은 꺾일지언정 인간의 길은 조금의 타협도 없이 올곧게 살아낸 현인의 지혜가 아닌가 싶네요. 다산의 문장을 읽고 쓰며 생각하며 마음공부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네요. 제자들에게 독서를 간절히 권하며, 독서야말로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 행해야 할 본분이라고 이야기했던 다산 선생의 말씀을 새기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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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인류세 - 인간과 생태계를 잇는, 인류학의 새로운 자연사
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지음, 김희정 옮김 / 해나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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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물음이네요. 인간만이 지구 역사의 주체라는 편협한 시각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이어졌고,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네요. 인간에 의해 환경이 변화한 시대라는 의미에서 '인류세'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네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전 지구적 조건이 지역적 현상과 사례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는데, '패치 patch' 즉 조각보처럼 서로 분리된 채 인류세 현상을 보이는 특정 지역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전 지구적 현상의 특수성을 밝혀낸 이들이 있었네요.

'페럴 아틀라스 : 인간 너머의 인류세 현상'은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의 인류세 연구의 결과이며, 경험적 관찰에 기초해서 인류세 패치들을 묘사하는 현장 보고서를 지도로 제작한 것이라고 해요. 세계적인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을 비롯한 연구진이 주도하는 대규모 디지털 생태 지도 프로젝트였고, 100명이 넘는 과학자, 인문학자, 예술가, 활동가들이 참여한 79편의 현장 보고서는 인간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로 인해 통제불능 상태로 변해버린 비인간 존재(동식물, 미생물, 화학 물질 등)의 생태계 현장이 인류세라고 주장하네요.

《패치 인류세》는 현재 대규모 디지털 생태 지도 프로젝트인 '페럴 아틀라스'의 공동 기획 제작자들이 만든 '현장 안내서'라고 할 수 있네요.

이 책은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 시각인류학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제니퍼 데거, 환경인류학자인 올더 켈러먼 색세나, 건축가이자 공간 시각 디자이너인 페이페이 저우, 네 명의 저자들이 서로 다른 학문적 경향과 경험을 통합하여 공동 연구의 결과물인 '패치적 인식론'을 펼치고 있네요. 저자들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이탈성 ferality' 이란 인간이 통제하거나 계획한 경계와 인프라를 벗어나, 생물과 무생물이 예측 불가능한 변화와 결과를 야기하는 특성을 뜻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이탈'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확장한 것이라고 하네요. 패치 인류세 개념에서 인간 외의 존재들, 즉 생물과 무생물을 망라한 다양한 존재가 인간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행위에 반응하는 부류의 존재들을 '이탈 존재'라 부른대요. 이 책에서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외 존재들의 이탈 행위를 추적하고 있네요. 인간의 인프라가 어떻게 위험한 이탈 생물학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지구를 이루는 다양한 생명체와 현장 중심의 분석을 확인할 수 있네요. 지구 전체가 맞닥뜨린 인류세의 위험에 대해 현장 보고서 중심의 '페럴 아틀라스'를 통해 종합적인 관점의 패치적 인식론으로 사고할 수 있네요. 단일한 시각에서 벗어나 인류세 현상을 제대로 인지하고,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폭넓게 살펴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될 것 같네요.



#패치인류세#애나로웬하웁트칭#제니퍼데거#올더켈러먼색세나#페이페이저우#해나무#해나무출판사#인간과생태계를잇는인류학의새로운자연사#현장의인류학자들과함께쓴도발적인자연사#생태학#인류학#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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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 애덤 스미스부터 프리드먼까지 200년 경제사상사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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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책이 나왔네요.

엄밀히 따지자면 이 책이 출간된 시기는 1977년, 당시 세계 경제는 제1차 오일쇼크의 충격 여파로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우려와 불안감이 고조되던 때였다고 해요. 갤브레이스는 1973년, 영국 공영방송국인 BBC 에서 기획한 방송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이 <불확실성의 시대>였고, 그 방송과 함께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하네요.

《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는 200년 경제사상사에 녹아 있던 위대한 확실성을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는 불확실성이라는 문제로 풀어낸 책이네요.저자는 경제를 정치, 사회,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권력 구조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네요. 기존의 경제사상사가 아담 스미스부터 케인스까지 학자들의 이론과 업적을 나열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애덤 스미스부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까지 학자들의 사상에서 시작해 그 사상에서 비롯된 제도와 결과를 다루면서 경제학에 갇히지 않고 시대 전반의 흐름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네요.

BBC 방송 프로그램과 함께 집필된 책이라서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다양한 시각자료를 제공하고 있어서 꽤나 두꺼운 벽돌책임에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네요. 과거의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절대적 진리라고 확신했지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나 프리드먼의 '극단적 자유주의'는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며, 저자는 고전학파의 주장이 현실의 거대 독과점 기업과 불평등 문제를 가린다고 지적하네요. 위대한 사상가들의 시대적 한계와 대립을 통해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경제 정책 뒤에 숨겨진 '누가 결정을 내리고, 누가 혜택을 보며,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과 정치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드네요. 갤브레이스는 특정 경제 이론이나 이념을 맹신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실용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제안하고 있네요. 주체적인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체제와 조직을 이해하고 권력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는 계기였네요.


"위대한 거물들이 위계질서가 깨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때는

자기가 틀렸을 때이다. 그래서 그들은 케인스를 그토록 나쁘게 바라보았다.

케인스는 그 뒤로 20년 동안 보험회사 사장으로 지내면서 주식과 상품과 외환 등에 투자했는데,

잃을 때보다 딸 때가 더 많았다. 그는 또 경제학을 가르치고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으며

또 예술과 책 그리고 블룸즈버리그룹의 친구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공적인 문제에 있어서 그는 배제되었다. 그가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세상이 찾는 것은 아님을 우리는 앞에서도 보았다. 이런 사람은 오히려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어서 배제된다."

(364p)


케인스가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은 자유를 누릴 때에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사람은 윈스턴 처칠이었다고, 1925년 영국의 재무부 장관이던 처칠은, 현대 경제사에서 한 국가 정부가 저지른 일 중 가장 극적으로 불행한 실책으로 꼽는데, 그건 바로 파운드화의 가치를 금과 달러에 대해서 전쟁 전의 금본위제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였네요. 파운드화의 환율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린 것은 금융 분야에서 영국의 관리 역량이 확고하고 신뢰할 수 있음을 과시하기 위함이었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극소수만 참가했기에 가능했던 거예요. 최고의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회의 자리에서 어떤 발언을 하면, 다른 참석자는 그 발언을 칭송하기 마련이고, 애초에 케인스처럼 반대 의견을 내놓을 만한 사람은 그런 자리에 앉을 수 없었으니 실수를 막을 시스템의 부재인 거네요. 이때 케인스는 공개적인 글을 통해 처칠이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게는 자기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막아줄 직관적인 판단력이 없기 때문", 또 "그런 본능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계의 소란스럽고 인습적인 헛소리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369p)라면서 망신을 줬네요. 한때 이단자 취급을 받기도 했던 케인스가 제안한 실업과 불황에 대한 구제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으나 어느 한 시기에만 맞은 것이지, 모든 시기를 통틀어서 언제나 맞은 건 아니었네요. 경제학은 시대의 산물이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새롭게 해석할 줄 알아야 해요. 이제 확실성이 지배하던 시절은 막을 내렸고, 불확실성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냉철하고 예리한 통찰을 전해주는 책이네요.


"지도자가 어떻게 선출되었든 간에 사람들은 그 지도자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또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었다.

그것은 당대 국민이 불안하게 여기는 주요 대상과 기꺼이 정면으로 맞서서

싸우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바로 이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 리더십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조건적으로 헌신하는 것이다. 루스벨트의 리더십이 그랬다."

(609-611p)


"불확실한 것이 너무도 많은 시대에 딱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그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6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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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
체탄 바갓 지음, 이선미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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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괜찮아요?"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비라즈, 비라즈 슈클라입니다. 선생님. 무슨 일이신가요?

설마 신고하려는 건 아니시죠? 선생님, 제발 신고는 안 돼요.

여기서 해고당하면 안 돼요."

"그건 아니에요. 힘든 일이 있어 보여서요.

그냥 당신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예요."

"괜찮습니다."

"실은 괜찮지 않습니다, 선생님."

(20p)


스물아홉 살의 배달기사 비라즈는 개인 사정으로 배달이 늦어졌고, 음식을 건네받은 사람은 체탄 씨였어요. 체탄 씨는 무척 배가 고픈 상태였지만 음식 배달이 늦어진 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어요. 다만 이유를 물었을 뿐인데 비라즈가 둘러대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났고 당황한 비라즈가 우는 모습을 보고 괜찮냐고 물었던 거예요. 그냥 지나쳤더라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겠죠.

체탄 바갓 작가의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자전적 자기계발서라고 하네요.

실화를 기반으로 한 내용이지만 체탄 씨가 만난 비라즈 슈클라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이 책을 펼치게 될 독자들이 바로 비라즈 슈클라가 되는 거예요. 체탄 바갓 작가가 그 유명한 영화 《세 얼간이》의 원작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순전히 책 제목이 끌려서 읽게 되었으니 우연이 행운이 되었네요. 비라즈처럼 말이죠.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우연이 비라즈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사실 체탄 씨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돕는다고 해도 비라즈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 아무 변화도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비라즈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체탄 씨의 태도가 진심이라고 느꼈고, 그가 들려주는 열한 가지 법칙을 따르기로 마음 먹었네요.

이 책은 작가 본인이 직접 부딪히면서 얻어 낸 삶의 비결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네요. 꿈은 커녕 삶의 목표도 없이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비라즈가 체탄 씨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핑계는 늘 차고 넘치니까 '아직'이라는 말로 현실을 회피했던 것 같네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자신의 탓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네요.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바꿀 수 있네요.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열한 가지 법칙을 따를지 말지는 전적으로 본인 몫이네요. 비라즈도 처음엔 인정하지 않았지만 잘못이 자기 안에 있음을 인정한 뒤부터 그 잘못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수 있었네요. 저자의 마지막 당부를 마음에 새겨보네요.


"성공을 성취하기 위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당신에게 가장 유일하면서 중요한 행복의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성공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행복 때문이지 않은가. 불행하다면 세상의 모든 성공도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일임에도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 큰일도 작은 것부터 해결해 나가며, 어떠한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 당신이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단순히 일만 하지 말고 여유를 만끽하면서 즐겁게 일하자. ··· 인생은 유한하다. 그러므로 행복해야 한다. 열심히 일한 뒤에 쉬기도 하고, 인생을 즐기기를 반복하자. 이것이 전부다."

(277-2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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