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왕 ㅣ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8
너새니얼 레소어 지음, 신선해 옮김 / 폭스코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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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친구 있는 척하지 마라."

(24p)

할머니의 농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니 꽤 의미심장한 말이었네요.

너새니얼 레소어 작가의 《아무것도 아닌 왕》은 청소년 소설이에요.

주인공 앤톤은 학교에서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이른바 일진 패거리에 속해 있어요. 솔직히 앤톤이 우두머리인 '학교의 왕'이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더라고요. 엄마의 기세에 밀리고, 숨 쉬듯 선을 넘는 케힌데에게 그만 하란 소리도 못하면서,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이나 선생님 앞에서 삐딱하게 굴면서 센 척하고 있다는 게 다 보였거든요. 작은 개가 더 크게 짖듯이, 앤톤이 말썽부리는 이유는 '나를 건드리지 마시오'라는 경고가 아닌가 싶네요.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때문에 마음속 불안을 거친 말과 행동으로 감추고 있네요.

딱 십대 남자애들의 허세가 이런 거구나, 그런 걸 보여주면서 '진짜 친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학교에서 사고를 친 앤톤에게 엄마는 한달 간 인터넷 금지라는 강수를 뒀고, 인터넷을 다시 하고 싶은 앤톤은 엄마의 미끼를 물고 마는데...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괜찮을 거야. 엄만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올게. 중간에 째기만 해 봐. 이따 보자."

(68p)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역시 엄마는 앤톤보다 한 수 위였네요. 엄마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 해피 캠퍼스, 지역 봉사 동아리 사람들이 함께 하는 세인트 루크스 청소년 프로젝트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네요. 일진 패거리들과 어울리는 학교 안에서 앤톤은 그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해피 캠퍼스에서 깨닫게 되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결정적인 사건은 학교의 공식 찐따인 매튜가 우연히 앤톤의 목숨을 구하게 된 일이고, 티격태격하던 둘 사이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할 때부터 뭔가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십대 아이들에게 친구의 존재만큼 중요한 건 없을 거예요. 다만 그 친구가 진짜 친구인지, 아니며 그냥 찌질한 양아치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앤톤은 할머니 덕분에 자신의 선택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지난 몇 주 동안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떠올렸네요. 무척 속을 썩이긴 했지만 어찌됐든 정신을 차린 앤톤이 참으로 기특한 순간이었네요. 엄마는 앤톤에게 이렇게 말해줬네요.

"인생은 짧아, 앤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야. 매 순간의 선택을 합친 게 인생이거든.

운 좋게 찰나의 기쁨을 경험한다면, 하물며 네 할머니 같은 평생의 운을 누린다면,

그런 순간들을 꼭 붙잡아야 해."

(307-308p)

현명한 할머니의 딸인 엄마와 그 엄마의 아들인 앤톤이기에 멋진 선택을 할 줄 알았네요. 아무것도 아닌 왕에서 세상 가장 특별한 '나'로 거듭나는 성장 스토리, 그리고 진짜 친구의 우정까지 완벽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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