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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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웃는다, 숲이 웃는다고요?

즐거운 일을 상상했는데 숲에서 다섯 살 아이가 실종된 사건으로 시작해서 깜짝 놀랐네요.

오기와라 히로시 작가의 장편소설 《웃는 숲》은 '숲의 비밀'을 밝혀내는 이야기네요.

앞서 실종된 아이는 싱글맘 미사키 씨의 아들 마히토인데 세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 ASD 진단을 받았고 경도의 지적 장애도 동반하여 말이 느리고 하나에 꽂히면 집착적인 행동을 보이네요. 텔레비전을 보던 마히토가 애니메이션이 끝나고도 이어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본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네요. 나무를 좋아하는 마히토에게 연리목이라는 신기한 나무가 눈에 들어온 거죠. 나무를 보러 가고 싶어하는 아들을 위해 촬영장소인 가미모리라는 숲에 갔다가 딱 한 장 사진을 찍는, 그 짧은 순간에 마히토가 사라진 거예요. 마치 사람이 아니라 숲 자체가 아이를 데려간 것처럼.

작년인가 괴담 관련 프로그램에서 '한 번 들어가면 출구를 찾지 못해 영영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을 가진, '자살의 숲'으로 악명 높은 숲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서, 미스터리 호러 장르인가 싶어 초반에 가슴을 졸였네요. 소설 속 가미모리 숲은 가상의 장소지만 이미지가 딱 그곳을 연상시키네요.

11월의 가미모리 숲, 알고 보니 이곳은 개발되지 않은 울창한 원생림인 데다가 길을 잃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소문이 난 곳이었네요. 경찰 수색대가 동원되었지만 찾지 못한 채 자정 무렵에 돌아갔고, 미사키 씨는 혼자 헤드랜턴과 달빛에 의지해 밤의 숲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고 다음 날 수색대에 발견되었네요. 해가 지면 수색이 중단되니 미사키 씨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죠. 다섯 살 아이가 혼자 추운 숲속에 남겨진 상태라면 하루도 버티기 어려울 테니까요. 수색 일곱째 날, 마히토는 처음 보는 빨간 목도리를 두른 채 기적처럼 무사히 돌아왔네요. 누군가 먹을 것을 제공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아이는 '곰아저씨를 만났다'라고만 말했네요.

과연 일주일 동안 아이와 함께 있었던 곰아저씨는 누구일까요.

가미모리 숲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숲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다섯 살 마히토인데 '곰아저씨' 외에는 단서가 없네요. 아니 한 가지 더, 결정적 단서가 되는 노래가 등장하네요. 일본어 제목은 '숲속 곰 아저씨'라는 동요인데 원곡은 미국의 전통 민요이자 보이스카우트 노래 「The Other Day, I Met a Bear / The Bear Song」 라고 하네요. 참으로 다행스러운 점은 아이의 실종이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오히려 숲에서 돌아온 마히토의 변화를 보면서 궁금증이 더해졌네요. 나무는 겉보기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알아채기 어려운 방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소통한다고 하네요. 나무들이 모여 있는 깊고 어두운 숲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호러 장르에서 휴먼 드라마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숲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였네요.





#웃는숲#오기와라히로시#북다#오기와라히로시장편소설#곰아저씨#행방불명#자폐아동#휴먼드라마#일본소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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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 - 정보·선택·용기로 완성하는 마지막 삶의 설계
박동자 지음 / 예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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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매우 껄끄러운 주제였네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뭔가 두려움이 생겨서 일부러 피했던 것 같아요.

근데 책 제목을 보면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는 자각을 했네요. 막연하게 죽음을 생각하거나 철학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 삶의 마지막을 설계하는 데에 필요한 내용이라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네요.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는 살던 곳에서 나답게 존엄한 임종을 맞이하는 방법을 사회보장 제도와 실천적 정보의 관점에서 풀어낸 웰다잉 안내서예요. 3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사회보장 현장에서 근무한 저자가 독일의 선진 돌봄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면서 한국과 독일의 제도를 비교하게 되었고, 그 차이는 제도 자체보다는 어떻게 연결되고 활용되는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요. 좋은 제도는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제대로 알고 선택하며 활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귀국 후에 가정형 호스피스 간호사, 노인의학 전문의, 사회복자사, 의료와 돌봄 현장의 실무자, 치매 환자의 가족들을 비롯한 돌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여 실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즉 제도적 한계와 대안에 대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네요.

이 책에서는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죽음, 건강, 관계, 경제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노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현행 제도의 미비로 인해 고통을 겪는 유족의 이야기로 시작해 가정형 호스피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요양서비스, 치매 돌봄에 관한 현장의 이야기와 전문가와의 인터뷰가 나와 있어서 궁금한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네요. 호스피스 제도부터 연금까지 현직 전문가들이 짚어주는 생생한 정보를 통해 선택의 용기를 얻을 수 있네요. 웰다잉에 관한 정답은 없지만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네요. 연로한 부모님을 둔 자녀 세대뿐 아니라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삶의 마지막까지 설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제도와 연계된 입체적인 관점으로 노후 설계를 위한 방법을 세밀하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유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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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돈이 들어 -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ㅣ 나비클럽 소설선
박하익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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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뺏으려고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악질적인 로맨스스캠 범죄에 관한 잔혹 미스터리 앤솔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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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돈이 들어 -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ㅣ 나비클럽 소설선
박하익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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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에 눈이 멀어, 사기를 당하는 것도 몰랐던 사람들이 있네요.

SNS, 데이팅 앱, 메신저 등 온라인으로만 접근하여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상대방의 호감과 신뢰를 쌓은 뒤에 금전을 가로채는 신종 범죄, 이른바 '로맨스 스캠'의 피해자들 얘기네요. 뻔한 거짓말을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다들 당하기 전에는 쉽게 말하지만 피해자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어리숙해서 속는 게 아니네요. '로맨스'라는 아름다운 단어에 따라붙은 '스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화된 비대면 소통이 범죄도구로 악용되었다는 걸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네요. 사랑이 뭐길래, 어떻게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에게 푹 빠져서 거액을 송금하게 된 걸까요. 안타깝게도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건 돈뿐만이 아니라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그랬다. 유령 놀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놀음이다.

현실이 과연 그것보다 좋은가? 사랑과 진실.

그것을 현상과 그 이면의 진실이라는 가로축으로 나누지 않고

세로로 나눈다면.

유령 놀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절반은 진실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2p)

《사랑에는 돈이 들어》는 나비클럽 편집장 한이 님이 기획한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앤솔러지라고 하네요.

이 책은 현재 한국 미스터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 4인의 단편 4편과 전현진 기자의 특별 르포르타주로 구성되어 있네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인 '사랑'을 미끼로 삼아 상대의 심리를 조종하는 '로맨스 스캠' 범죄를 다룬 소설이라서 그런지, 웬만한 미스터리 소설 못지 않은 긴장감과 섬뜩함이 있네요. 박하익 작가의 <사랑에는 돈이 들어>는 놀라운 반전이, 서윤빈 작가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모순된 감정이, 김아직 작가의 <봐라니 연가>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공포를, 정명섭 작가의 <할머니 수사단>에서는 뜻밖의 통쾌함을 주네요. 4인 4색의 이야기를 통해 로맨스 스캠 범죄의 실체가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피해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게 되었네요. 경제적 손실보다 정서적 관계를 잃는 것이 더 두려운 사람들, 상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의심보다 앞서게 되면, '사랑에 눈 먼' 피해자가 되는 거예요. 전현진 기자의 르포르타주를 보면 로맨스 스캠 범죄를 위한 완벽한 사랑의 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네요. 외로운 이들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말을 곱씹게 되네요. 범죄자들은 사랑을 이용한 게 아니라 외로움을 파고든 거예요. 온라인상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사랑하는 척 연기할 때, 아닌 줄 알면서도 애써 눈감고 속을 만큼 외로웠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빼앗긴 돈보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버려서 더 괴로워하는 마음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네요.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범죄자들을 한 방에 때려잡는 완벽한 방법은 어디 없을까요.




#사랑에는돈이들어#박하익#서윤빈#김아직#정명섭#전현진#잔혹동화미스터리#로맨스스캠#사랑의매뉴얼#미스터리#미스터리스릴러소설#장르소설#한국소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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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범죄실록 - 조선을 뒤흔든 범죄, 수사, 재판 이야기
정명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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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예나 지금이나 나쁜 놈들을 끊임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네요.

수백 년 전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나왔네요.

정명섭 작가의 《조선범죄실록》은 조선시대의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완성된 '범죄로 들추어낸 조선의 민낯'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시대의 범죄, 수사, 재판 이야기를 다루고 있네요. 가장 놀라웠던 점은 조선의 경찰 시스템이 서양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는 사실이네요. 서구에서 근대적 의미의 경찰 조직이 처음 생긴 시기는 1829년 영국 런던 경찰청이 창설된 것인데 우리나라는 늦어도 16세기 초반, 중종 시기에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인 포도청이 있었고, 포도청 소속 포교들이 현대 경찰처럼 어둠 속을 누비며 치안을 살피고 범죄 수사를 했다고 하니 신기했네요. 다만 포도청이 조선 후기에 이르러 세도 정권 시기에는 치안 기구 본연의 역할보다는 권력 획득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 씁쓸하네요. 굉장히 인상적인 범죄는 '이석산 살인사건'의 전말이네요. 시신 상태가 너무도 끔찍한 데다가 이석산이 양반 신분이라서 왕의 직속 사법 공안 기구인 의금부가 조사에 나섰고, 살인범이 누군지를 정확하게 특정했으나 세조가 직접 개입하여 무마시킨 사건이네요. 이석산을 죽인 민발은 세조를 등에 업고 살인죄를 면했으나 사건이 종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일을 저질렀으니, 명나라 사신을 위한 연회에서 만취하여 임금의 종친인 임영대군의 말을 가로막는 행패를 부렸고, 그만하라는 임금의 명령까지 어겼다고 하네요. <세조실록>에는 화가 난 임금이 민발에게 곤장 몇 대를 치게 하고 의금부에 하옥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이는 기록일일 뿐 실제로 민발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네요. 이후 장령 김서진과 우헌납 이시원 등이 법에 따라 민발의 죄를 처벌하기를 청했으나, 세조는 취중의 잘못은 꾸짖을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어쩜 이름도 민발, 참으로 더러운 '발' 같은 못된 놈이 권력자 곁에서 온갖 추태와 죄를 저지르며 살았다니 개탄할 노릇이네요. 계유정난을 함께한 공으로 세조는 그의 허물과 죄를 거듭 덮어줄 정도로 깊이 총애했으니, 그 속내는 왕좌를 얻고자 했던 욕망이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네요. 권력을 위해 조카를 몰아낸 잔인함과 냉혹함을 지닌 자가 왕이 되었으니 옳고 그름은 안중에도 없고 편파적인 내편 감싸기로 살인죄까지 무마하는 비위를 저지른 것이겠지요. 그래서 나쁜 놈이 권력을 잡으면 사회 전체가 흔들리고 위기에 빠지는 법이네요.

조선시대 범죄를 살펴보면 현대 범죄와 데칼코마니 같네요. 조선 후기 한양을 공포에 떨게 했던 비밀 폭력 조직 '검계'는 현대 조직폭력배의 구조와 행태가 일치하고, 조선 시대 시신을 검사하던 검시관 오작인과 수령들이 사용한 지침서인 <무원록>은 현대 법의학 및 과학수사와 그 맥락이 같네요. 주목할 만한 인물은 천재 실학자 정약용이네요. 그가 집필한 <흠흠신서>는 잘못된 판결이 백성의 억울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심리하는 수령들이 참고할 수 있는 실무 지침서이자 한국 법제사상 최초의 판례 연구서라고 하네요. 정약용은 당시 지방 수령들이 살인사건을 얼마나 대충 처리했는지,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지를 낱낱이 고발했고, 자신이 직접 겪고 해결한 사건을 통해 타살, 자살, 자연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기록했다고 하니 오늘날 법의학의 원형이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조선시대의 범죄 현장뿐 아니라 포도청 포교들의 활약과 비리, 오작인을 비롯한 과학수사대, 의금부가 다룬 각종 사건들과 한양에서 벌어진 잔혹한 범죄 느와르까지 충격적인 범죄의 역사를 마주했네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쁜 놈을 잡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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