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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범죄실록 - 조선을 뒤흔든 범죄, 수사, 재판 이야기
정명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예나 지금이나 나쁜 놈들을 끊임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네요.
수백 년 전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나왔네요.
정명섭 작가의 《조선범죄실록》은 조선시대의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완성된 '범죄로 들추어낸 조선의 민낯'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시대의 범죄, 수사, 재판 이야기를 다루고 있네요. 가장 놀라웠던 점은 조선의 경찰 시스템이 서양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는 사실이네요. 서구에서 근대적 의미의 경찰 조직이 처음 생긴 시기는 1829년 영국 런던 경찰청이 창설된 것인데 우리나라는 늦어도 16세기 초반, 중종 시기에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인 포도청이 있었고, 포도청 소속 포교들이 현대 경찰처럼 어둠 속을 누비며 치안을 살피고 범죄 수사를 했다고 하니 신기했네요. 다만 포도청이 조선 후기에 이르러 세도 정권 시기에는 치안 기구 본연의 역할보다는 권력 획득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 씁쓸하네요. 굉장히 인상적인 범죄는 '이석산 살인사건'의 전말이네요. 시신 상태가 너무도 끔찍한 데다가 이석산이 양반 신분이라서 왕의 직속 사법 공안 기구인 의금부가 조사에 나섰고, 살인범이 누군지를 정확하게 특정했으나 세조가 직접 개입하여 무마시킨 사건이네요. 이석산을 죽인 민발은 세조를 등에 업고 살인죄를 면했으나 사건이 종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일을 저질렀으니, 명나라 사신을 위한 연회에서 만취하여 임금의 종친인 임영대군의 말을 가로막는 행패를 부렸고, 그만하라는 임금의 명령까지 어겼다고 하네요. <세조실록>에는 화가 난 임금이 민발에게 곤장 몇 대를 치게 하고 의금부에 하옥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이는 기록일일 뿐 실제로 민발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네요. 이후 장령 김서진과 우헌납 이시원 등이 법에 따라 민발의 죄를 처벌하기를 청했으나, 세조는 취중의 잘못은 꾸짖을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어쩜 이름도 민발, 참으로 더러운 '발' 같은 못된 놈이 권력자 곁에서 온갖 추태와 죄를 저지르며 살았다니 개탄할 노릇이네요. 계유정난을 함께한 공으로 세조는 그의 허물과 죄를 거듭 덮어줄 정도로 깊이 총애했으니, 그 속내는 왕좌를 얻고자 했던 욕망이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네요. 권력을 위해 조카를 몰아낸 잔인함과 냉혹함을 지닌 자가 왕이 되었으니 옳고 그름은 안중에도 없고 편파적인 내편 감싸기로 살인죄까지 무마하는 비위를 저지른 것이겠지요. 그래서 나쁜 놈이 권력을 잡으면 사회 전체가 흔들리고 위기에 빠지는 법이네요.
조선시대 범죄를 살펴보면 현대 범죄와 데칼코마니 같네요. 조선 후기 한양을 공포에 떨게 했던 비밀 폭력 조직 '검계'는 현대 조직폭력배의 구조와 행태가 일치하고, 조선 시대 시신을 검사하던 검시관 오작인과 수령들이 사용한 지침서인 <무원록>은 현대 법의학 및 과학수사와 그 맥락이 같네요. 주목할 만한 인물은 천재 실학자 정약용이네요. 그가 집필한 <흠흠신서>는 잘못된 판결이 백성의 억울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심리하는 수령들이 참고할 수 있는 실무 지침서이자 한국 법제사상 최초의 판례 연구서라고 하네요. 정약용은 당시 지방 수령들이 살인사건을 얼마나 대충 처리했는지,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지를 낱낱이 고발했고, 자신이 직접 겪고 해결한 사건을 통해 타살, 자살, 자연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기록했다고 하니 오늘날 법의학의 원형이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조선시대의 범죄 현장뿐 아니라 포도청 포교들의 활약과 비리, 오작인을 비롯한 과학수사대, 의금부가 다룬 각종 사건들과 한양에서 벌어진 잔혹한 범죄 느와르까지 충격적인 범죄의 역사를 마주했네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쁜 놈을 잡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