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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돈이 들어 -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ㅣ 나비클럽 소설선
박하익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에 눈이 멀어, 사기를 당하는 것도 몰랐던 사람들이 있네요.
SNS, 데이팅 앱, 메신저 등 온라인으로만 접근하여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상대방의 호감과 신뢰를 쌓은 뒤에 금전을 가로채는 신종 범죄, 이른바 '로맨스 스캠'의 피해자들 얘기네요. 뻔한 거짓말을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다들 당하기 전에는 쉽게 말하지만 피해자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어리숙해서 속는 게 아니네요. '로맨스'라는 아름다운 단어에 따라붙은 '스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화된 비대면 소통이 범죄도구로 악용되었다는 걸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네요. 사랑이 뭐길래, 어떻게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에게 푹 빠져서 거액을 송금하게 된 걸까요. 안타깝게도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건 돈뿐만이 아니라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그랬다. 유령 놀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놀음이다.
현실이 과연 그것보다 좋은가? 사랑과 진실.
그것을 현상과 그 이면의 진실이라는 가로축으로 나누지 않고
세로로 나눈다면.
유령 놀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절반은 진실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2p)
《사랑에는 돈이 들어》는 나비클럽 편집장 한이 님이 기획한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앤솔러지라고 하네요.
이 책은 현재 한국 미스터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 4인의 단편 4편과 전현진 기자의 특별 르포르타주로 구성되어 있네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인 '사랑'을 미끼로 삼아 상대의 심리를 조종하는 '로맨스 스캠' 범죄를 다룬 소설이라서 그런지, 웬만한 미스터리 소설 못지 않은 긴장감과 섬뜩함이 있네요. 박하익 작가의 <사랑에는 돈이 들어>는 놀라운 반전이, 서윤빈 작가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모순된 감정이, 김아직 작가의 <봐라니 연가>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공포를, 정명섭 작가의 <할머니 수사단>에서는 뜻밖의 통쾌함을 주네요. 4인 4색의 이야기를 통해 로맨스 스캠 범죄의 실체가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피해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게 되었네요. 경제적 손실보다 정서적 관계를 잃는 것이 더 두려운 사람들, 상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의심보다 앞서게 되면, '사랑에 눈 먼' 피해자가 되는 거예요. 전현진 기자의 르포르타주를 보면 로맨스 스캠 범죄를 위한 완벽한 사랑의 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네요. 외로운 이들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말을 곱씹게 되네요. 범죄자들은 사랑을 이용한 게 아니라 외로움을 파고든 거예요. 온라인상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사랑하는 척 연기할 때, 아닌 줄 알면서도 애써 눈감고 속을 만큼 외로웠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빼앗긴 돈보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버려서 더 괴로워하는 마음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네요.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범죄자들을 한 방에 때려잡는 완벽한 방법은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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