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장미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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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진짜 인생 이야기만큼 값진 조언은 없는 것 같아요.

딸들의 권유로 올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장미킴 님의 책이 나왔네요.

"엄마가 70년을 살아보니 알겠더라. 남의 집 마당에 핀 장미만 쳐다보면

내 발빝에 핀 민들레는 평생 보이지 않는다는 걸.

엄마가 이 지옥에서 빠져나와 나 자신을 지켰던 비결을 들려줄게."

(19p)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는 57년생 닭띠 엄마가 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네요.

이 책에서는 딸이 질문하고 엄마가 답하는 형식으로 장미킴 님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한 인생 조언들이 나오네요.

늘 자식을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살다가 쉰 살이 넘어서야 조금씩 나를 찾기 시작했고,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취미 생활로 장구도 치고 색소폰도 불면서 친구들과 국내 여행을 다니면서 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누구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거라는, 힘 빠지는 말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은 그냥 흘려버리는 게 상책인 것 같아요. 일흔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일흔까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저자는 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못했던 것들이 있는데 평생 일만 하며 살다가 새로운 취미를 가지고 난 뒤에 깨달았다고 해요. 마음이 끌린다면 일단 해봐야 한다는 것,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거예요. 더 이상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도전해보니 삶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이유가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변에 기대지 않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한 독립심은 든든한 지갑에서 나온다는, 현실 조언을 해주네요. 좋은 어른이 되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된다는 말을 실천하면서 당당하게 '나'로서 '나'다운 삶을 즐기고 있는 장미킴 님의 이야기에 백번 공감하게 되네요. 나이든다는 것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꽃들이 제각기 피는 시기가 있듯이, 인생도 자신만의 개화기가 있다는 것을 느꼈네요. 유쾌하고 즐거운 인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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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32
호메로스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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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덕분인 것 같아요.

최근 호메로스의 원전과 그리스 신화 관련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네요.

다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번역본이 다양한데요.

제가 읽은 《오디세이》는 메이트북스 클래식 시리즈 서른두 번째 책이네요.

이 책의 특징은 술술 읽힌다는 점이네요. 엮은이 정영훈 님은 원작의 풍부한 이야기와 문학적 매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편역을 위해서 같은 대목도 여러 종의 영어 번역본을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우리말로 옮기는 노력을 했다고 하네요. 어쩐지 첫 장부터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면서 막힘없이 술술 읽히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오디세이》에 관한 배경 설명이 간략하게 나와 있고, 주요 등장인물과 사건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인물과 지명, 신들의 계보를 따로 찾아볼 필요가 없네요. 어떤 책을 읽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지만 오디세우스의 기나긴 모험, 귀향길을 온전히 이야기 중심으로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네요. 중요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요.

"여신이여, 지략이 뛰어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소서.

그는 트로이의 신성한 성을 무너뜨린 뒤 오랫동안 여러 곳을 떠돌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도시를 찾아가 그들의 생각을 알았고, 자신과 동료들을 고향으로 데려가기 위해

바다에서 숱한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애썼음에도 동료들을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은 어리석은 행동으로 스스로 파멸을 불러들였습니다.

태양신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먹었고, 그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빼앗겼습니다.

제우스의 딸인 여신이여, 이제 이 모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소서."

(20p)

신들이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결정하는 첫 장면이네요. 제우스는 인간들이 언제나 자신들에게 닥치는 불행이 신에게서 온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때 아테나는 트로이에서 신들에게 수많은 제물을 바친 오디세우스에게 왜 노여워하느냐고 묻자 제우스는 오디세우스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포세이돈이며, 이제는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방법을 간구하겠다고 이야기하네요. 신들과 인간의 아버지 제우스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디세우스는 무사히 이타카로 돌아가지 못했을 거예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노래를 듣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배의 돛대에 단단하게 묶게 하는 모습이네요. 그곳을 지나간 사람 가운데 세이렌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도 무사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오디세우스는 해냈고 더욱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떠날 수 있었네요.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고 오랜 방황 끝에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디세우스가 지혜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네요. 그의 여정은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과정인 동시에 지혜로운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결국 삶의 의미는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각자의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이타카 사람들이여, 이제 싸움을 멈추십시오!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353p)



#오디세이#호메로스#메이트북스#메이트북스클래식32#서양문학최초의모험과귀향의서사시#서양철학의이해#서양철학#철학#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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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 문명을 이끈 5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신무연 지음, 정기문 감수 / 다산초당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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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어떤 요소가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네요.

역사 전공자가 아닌 변리사의 시선으로 '도구와 발명품'에 초점을 둔 새로운 역사책이 나왔네요.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는 문명을 움직인 50가지 핵심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책이네요.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질문에서 출발하네요.

"이 도구는 누구의 능력을 키웠는가.

그 힘은 어떻게 결합되어 더 커졌는가.

그리고 그 끝에서 누가 권력을 쥐었는가."

(10p)

역사의 주인공을 시대 인물이 아닌 '도구'로 대치하여, 발명과 권력의 관계를 살펴보고, 권력의 이동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우선 '발명 연대표'가 나와 있어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변화와 대표 발명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네요. 인류 최초의 생존 도구인 불과 뼈바늘로 시작해 오늘날의 인공지능까지, 시대마다 도구와 권력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즉 도구를 쥔 자가 어떻게 권력을 쥐고 세상을 지배해왔는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네요. 각 시대마다 '변리사의 눈'으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이 신선했네요. 특허법이 없던 시대에는 어떻게 기술을 보호했을까요. 도구들의 제작 비밀은 거의 모두 은폐로 지켜졌는데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독점 수단이었지만 치명적인 약점은 영업비밀이 사람의 입에 묶여 있어서, 사람이 움직이면 단 한 번의 유출로 수백 년간 쌓아온 우위가 한꺼번에 사라지네요. 비밀은 사람이 떠나면 사라지지만 제도는 사람이 떠나도 남는 법, 그래서 문명의 패권은 기술을 잘 만드는 쪽이 아니라 기술을 제도에 엮어 유통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먼저 만든 쪽으로 넘어갔네요. 이것이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의 탄생 배경이네요. 특허 문서는 두꺼운데, 변리사들이 주로 보는 부분은 맨 끝에 붙은, 특허가 청구하는 범위를 담은 청구항이라고 해요. 특허의 진짜 권리는 발명 자체가 아니라 그 발명이 보호받고자 하는 울타리의 모양과 넓이를 못 박은 한 문장에 있다는 거예요. 이 한 문장으로 권리의 경계를 긋는 방식이 19세기의 발명이라니, 그 또한 놀라운 발명네요.

도구를 쥔 자가 권력을 증폭했고, 가장 넓은 청구항을 친 자가 시대의 승리자였다면, 20세기 전반에는 발명이 개인의 작업대를 떠나 국가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모든 특허 위에 국가가 군림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독점은 발명품 중심에서 플랫폼의 사용자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도구가 인간을 돕는 단계를 넘어, 인간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네요. 수천 년 동안 지능은 인간만의 영역이었는데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발명이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닌 상황이 되었네요. 인류 역사를 누가 더 강력한 도구를 소유하고 통제했는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니,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도구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네요. 도구를 쥔 권력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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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숨 섬 - 마음을 찾는 사람들
김한수 지음 / 생각정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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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반짝이는 표지에 눈이 부시네요.

우리의 마음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은 어둡고 아픈 경우가 많아졌네요. 그래서 명상과 같은 마음 챙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문화부 기자를 거쳐 종교전문기자로 23년간 다양한 종교 현장과 사람들을 취재해 온 김한수 기자의 책이 나왔네요.

《쉼 숨 섬 : 마음을 찾는 사람들》은 김한수 기자가 인터뷰했던 스물다섯 명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네요.

이 책에는 종교인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인물들이 어떻게 마음을 돌보며 살아가는지, 현실적인 마음 찾기의 여정을 보여주네요.

가장 의외의 인물이자 반가운 이는 김하온 래퍼였네요. <고등래퍼2>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그는 2000년생, 정말 그를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네요. 만 열여덟 살 나이에 자신의 직업을 트래블러, 진리를 찾아 떠나 얻은 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술을 하고픈 여행가라고 소개한다는 건 그만큼 깊은 사색과 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방송 출연이 늘어나면서 공황 장애 비슷한 증상을 겪으면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명상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시 바라보며 답을 찾으려 했고, 머리에서 몸으로, 지금은 명상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같이하며 마음의 근력과 물리적 체력을 함께 키우고 있다고 하네요.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처음에는 극복해 보려고도 하고, 도망쳐 보려고도 했죠.

그런데 결국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명상을 오래 해서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익숙했거든요.

오히려 저는 그 시간을 좋아해요. 일단 부딪혀보자. 

'어쨌든 나에게는 성소(聖所)가 있으니까'라고 생각했지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성소, 즉 명상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감사한 마음까지 생기더라고요.

그동안 느끼던 불안이나 불만족 같은 감정도 결국 제 삶의 일부이자 또 다른 풍요라는 걸 알게 됐죠.

그걸 깨닫고 나서부터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45p)


명상이라고 하면 뭔가 수행의 방법으로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고요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예요. 꾸준히 명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말은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한다는 거예요. 번잡한 세상 속에서 명상은 우리를 다시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해주고, '깨어 있음', '알아차림'으로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이끄네요. 스물다섯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변화는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호흡하고, 몸과 마음을 돌보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 배웠네요.


"삶이 6개월 정도 남은 사람이 있다면, 무엇을 권하시겠습니까?"

"우선 주변을 정리하라고 권합니다. 특히 인간관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명상을 하라고 권하죠."

"3개월 남았다면 무엇을 권하시겠습니까?"

"정리가 잘되고 있는지 계속 점검하라고 하죠. 그리고 이제부터는 다른데 신경 쓰지 말고 호흡에 집중하라고 권합니다."

"이제 마지막 하루가 남았다면 무엇을 권하시겠습니까?"

"호흡에 집중하라고 권합니다. 매 순간 이어지는 한숨 한숨이 결국 사라져간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권합니다."

(220-221p)

"그대여, 언제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도 잊고 사는 그대의 삶을 바라보며

숨은 더 이상 숨을 쉬어야 할 의미를 놓아버리게 된다네."

_ 능행 스님 (2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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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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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명한 책이지만 의외로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많네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서로 꼽는 『종의 기원』은 진화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찰스 다윈의 대표 저서인데요.

솔직히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터라 이번 책이 반가웠네요. 어떤 내용일까라는 궁금증만으로 도전하기엔 버거운 책을 소화하기 쉽게 풀어서 알려준다고 하니,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요.

《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는 일본의 분자고생물학자인 사라시나 이사오 교수의 책이네요.

이 책은 첫 장부터 친절하고 유쾌하네요. 어떻게 읽어야 할지 방법부터 소개하고 있는데, 독자의 성향에 따라 두 개 중 하나의 서론을 선택할 수 있네요. 성실한 독자라면 "성실한 독자를 위한 서론"을 읽은 뒤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불성실한 독자라면 "불성실한 독자를 위한 서론"을 읽자마자 본문으로 들어가라는 거예요. 주의사항은 두 개의 서론을 모두 읽지 말라는 것, 각자의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저의 선택은 이미 '읽은 척'이라는 제목에서 결정되었던 바, 저자는 『종의 기원』보다 훨씬 적은 분량으로 핵심이 무엇인가를 짚어내면서 오늘날의 진화학 관점에서 볼 때 간과했거나 오류였던 부분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원전을 읽지 않고도 읽은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네요. 전공자였다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이보다 더 친절한 가이드는 없을 것 같네요.

『종의 기원』은 어떤 책인가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들은 대개 어디선가 봤거나 들었던 내용일 거예요. 저자 역시 『종의 기원』을 다룬 기사에서 '생물의 세계에서 신을 추방하고, 생물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과학서'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신을 부정하고 생물의 진화를 논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완독해보니 마지막 장에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라고 적혀 있더래요. 제대로 읽지 않고서 그럴듯하게 썼던 엉터리 기사였던 거죠.

이 책은 『종의 기원』을 제대로 꼼꼼하게 읽은 저자가 알려주는 가장 친절하고 올바른 『종의 기원』 가이드북이네요. 단순히 『종의 기원』 의 내용만을 요약한 게 아니라 다윈의 젊은 시절 이야기로 시작해 다윈이 제시한 진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는 방식이 흥미롭네요.

"다윈이 살았던 19세기 영국에서는,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고 보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믿음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모든 생물을 각각 신이 창조했다는 주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초의 생물만을 신이 창조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 받아들였던 것은 전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다윈은 『종의 기원』 을 통해, 후자의 관점을 제시했다. ··· 최초의 생명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그 이후의 생물은 신이 정해놓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서 변화해왔다고 본 것이다. 다윈은 말년에 기독교 신앙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젊은 시절에는 신앙심이 깊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종의 기원』 은 이 두 시기에 집필한 책이다. 자서전에 따르면, 초판이 출간되었던 무렵에도 그는 신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종의 기원』 은 신학서의 성격을 지닌 채 세상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다윈은 점차 사상적 변화를 겪었지만, 최종판에 이르기까지도 『종의 기원』 은 이러한 틀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 진화 과정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과학적 논증이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종의 기원』 은 충분히 과학서로도 읽을 수 있다."

(23-24p)

이 책에서는 『종의 기원』 에서 다윈이 발견하고 증명하려 한 진화 구조를 각 장마다 알기 쉽게 설명해주네요. 다윈은 19세기의 지식 수준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이론을 최대한 확장해나갔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오류를 내포하고 있지만 모든 생물이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놀라운 통찰 덕분에 새로운 생물학이 탄생할 수 있었네요. 자연선택이라는 명확한 메커니즘을 통해 생물의 진화와 다양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최고의 과학 고전인 『종의 기원』 을 가장 쉽게 알려주는 안내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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