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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명한 책이지만 의외로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많네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학술서로 꼽는 『종의 기원』은 진화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찰스 다윈의 대표 저서인데요.
솔직히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터라 이번 책이 반가웠네요. 어떤 내용일까라는 궁금증만으로 도전하기엔 버거운 책을 소화하기 쉽게 풀어서 알려준다고 하니,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요.
《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는 일본의 분자고생물학자인 사라시나 이사오 교수의 책이네요.
이 책은 첫 장부터 친절하고 유쾌하네요. 어떻게 읽어야 할지 방법부터 소개하고 있는데, 독자의 성향에 따라 두 개 중 하나의 서론을 선택할 수 있네요. 성실한 독자라면 "성실한 독자를 위한 서론"을 읽은 뒤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불성실한 독자라면 "불성실한 독자를 위한 서론"을 읽자마자 본문으로 들어가라는 거예요. 주의사항은 두 개의 서론을 모두 읽지 말라는 것, 각자의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저의 선택은 이미 '읽은 척'이라는 제목에서 결정되었던 바, 저자는 『종의 기원』보다 훨씬 적은 분량으로 핵심이 무엇인가를 짚어내면서 오늘날의 진화학 관점에서 볼 때 간과했거나 오류였던 부분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원전을 읽지 않고도 읽은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네요. 전공자였다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이보다 더 친절한 가이드는 없을 것 같네요.
『종의 기원』은 어떤 책인가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들은 대개 어디선가 봤거나 들었던 내용일 거예요. 저자 역시 『종의 기원』을 다룬 기사에서 '생물의 세계에서 신을 추방하고, 생물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과학서'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신을 부정하고 생물의 진화를 논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완독해보니 마지막 장에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라고 적혀 있더래요. 제대로 읽지 않고서 그럴듯하게 썼던 엉터리 기사였던 거죠.
이 책은 『종의 기원』을 제대로 꼼꼼하게 읽은 저자가 알려주는 가장 친절하고 올바른 『종의 기원』 가이드북이네요. 단순히 『종의 기원』 의 내용만을 요약한 게 아니라 다윈의 젊은 시절 이야기로 시작해 다윈이 제시한 진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는 방식이 흥미롭네요.
"다윈이 살았던 19세기 영국에서는,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고 보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믿음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모든 생물을 각각 신이 창조했다는 주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초의 생물만을 신이 창조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 받아들였던 것은 전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다윈은 『종의 기원』 을 통해, 후자의 관점을 제시했다. ··· 최초의 생명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그 이후의 생물은 신이 정해놓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서 변화해왔다고 본 것이다. 다윈은 말년에 기독교 신앙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젊은 시절에는 신앙심이 깊은 인물이었다. 그리고 『종의 기원』 은 이 두 시기에 집필한 책이다. 자서전에 따르면, 초판이 출간되었던 무렵에도 그는 신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종의 기원』 은 신학서의 성격을 지닌 채 세상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다윈은 점차 사상적 변화를 겪었지만, 최종판에 이르기까지도 『종의 기원』 은 이러한 틀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 진화 과정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과학적 논증이 중심을 이루기 때문에 『종의 기원』 은 충분히 과학서로도 읽을 수 있다."
(23-24p)
이 책에서는 『종의 기원』 에서 다윈이 발견하고 증명하려 한 진화 구조를 각 장마다 알기 쉽게 설명해주네요. 다윈은 19세기의 지식 수준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이론을 최대한 확장해나갔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오류를 내포하고 있지만 모든 생물이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놀라운 통찰 덕분에 새로운 생물학이 탄생할 수 있었네요. 자연선택이라는 명확한 메커니즘을 통해 생물의 진화와 다양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최고의 과학 고전인 『종의 기원』 을 가장 쉽게 알려주는 안내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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