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시간여행 - 수채화로 길어 올린 추억의 풍경 ㅣ 여행길 그림책 2
최명옥 지음 / 인문산책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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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릴 적 살던 동네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도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건물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낯선 장소가 되었네요. 가끔 그곳을 지날 때면 추억으로 남은 풍경들을 떠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곤 하네요.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 둘 걸, 흔하디 흔한 동네 풍경이 이렇게 그리울 줄은 몰랐네요. 그 마음을 달래주는 책이 나왔네요.

《골목길 시간여행 : 수채화로 길어 올린 추억의 풍경》은 최명옥 작가의 두 번째 그림에세이네요.

저자는 퇴직 후 인생 2막에 자신의 이야기와 수채화 그림을 담은 <나의 풍경 이야기>를 2015년 처음 출간하였고, 10년 세월이 흘러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파일 속에 묵혀둔 원고와 그림을 발견하여 자서전 같은 추억의 여행기록집을 내놓게 되었다고 하네요. 직접 그린 수채화 그림 속 동네 풍경과 골목길의 모습이 정겹고 아름답네요. 한참 바라보고 관찰한 다음, 정성껏 그려야만 완성되는 풍경화라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저자가 태어난 정릉동 골목길 풍경으로 시작해 길음시장, 성신여자중고등학교 옛 전경, 장난감 자동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사남매의 모습, 돈암동, 보문동, 혜화동 대학로 동양서림과 학림다방, 을지로, 동묘, 청계천, 종로, 명동, 광화문 등 익숙한 서울의 이곳저곳과 오래 머물렀던 일상의 공간들을 보고 있노라니 추억 여행이 되네요. 저자가 첫애를 낳아 키우던 잠실 진주아파트 부근에 석촌호수가 잡초 무성한 풀밭이었다니,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지금 풍경에선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그때 그 시절을 살았고,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풍경은 마음속에 남아있을 거예요. 그림으로 지나간 추억을 반추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행복한 순간은 늘 너무나 짧게 지나가지만 무엇으로든 기록하고 남길 수 있다면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으니까, 이제라도 소중하게 저장해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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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 (시절 시집 에디션)
고선경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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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여름에는 역시, 시집이죠.

빨갛게 잘 익은 수박 한 조각을 베어 물듯이, 입 안 가득 푸르름을 만끽하는 순간.

스무 명의 시인이 각자의 '청소년'을 떠올리며 쓴 스무 개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시집이 나왔네요.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는 '시심'을 깨우는 '시절 시집' 두 번째 앤솔러지이자 시절 시집 에디션이네요.

작년 이맘때에는 《도넛을 나누는 기분》을 읽으면서 여름을 보냈는데, 올해도 시집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이번 시집이 '2026 서울국제도서전' 선공개 도서인 <여름, 첫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네요. 창비교육의 청소년시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지만 그 덕분에 잊고 있던 지난날의 마음들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솔직히 십대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만약 그때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네요. 토닥토닥, 다 괜찮을 거라고.

힘들고 괴로우니까 그때는 그 기억들을 잊으려고 무진장 애썼던 것 같아요. 삭제 키를 누르면 끝, 단번에 기억을 없애고 싶었는데 끈적끈적 껌마냥 꽤 오랫동안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희미해졌다는 걸 알게 됐죠. 애쓰지 않아도 세월이 흐르면 조금씩 잊혀진다는 걸.

이 책에는 한국 시단을 이끄는 스무 명의 시인들이 '시절'을 주제로 각각 신작 세 편씩, 모두 예순 편의 시와 시인들의 '시작 노트'가 담겨 있네요.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다정한 위로와 안부가, 그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에게도 상큼한 윙크를 건네주네요.

"··· 내가 내가 되려고 / 뒤척인 시간 / 지나간 시간이 / 다가올 시간에게 전하는 / 윙크 윙크" (19p) 안희연 시인의 <콕콕>이라는 시처럼 우리는 결국, '나'가 되려고 그 시간들을 지나왔다고, 가벼운 윙크로 무거운 마음은 날려버리고 기쁘게 나의 시간을 맞이하면 될 것 같아요. 그때든 지금이든, 너나 나나 우리는 다 똑같이 이 순간을, 처음 지나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니까 청소년만을 위한 시와 어른만을 위한 시가 따로 있지 않다는 거죠.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 지나가고 있는 모두를 위한 시집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이 여름을 향해 윙크 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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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에 리모컨이 나왔다
이민혁 지음 / 뜰boo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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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목만 봐도 "왜?"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네요.

실수일까, 아니면 의도된 걸까요.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네요.

중요한 건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다들 짐작하는 뻔한 전개가 아니라는 거예요.

《된장찌개에 리모컨이 나왔다》는 이민혁 작가의 장편소설이네요.


"된장국에서 리모컨이 나왔어!"

"느이 엄마가 끓인 된장국에서 리모컨이 나왔다고!"

"아빠, 그러니까 리모컨에서 된장국이 나올 만큼 황당하시겠지만

마음을 조금만 여시고···."

"그게 아니라 이놈아! 된장국에서 리모컨이 나왔다니까!"

서로가 서로 할 말만 해대니 누구도 이해 못할 말들만 오고 가고

와중에 명확한 해답을 몸소 보여준 건 소리였는데

뒤편에서 된장국을 맛나게 퍼먹다 리모컨을 풉 뿜어내며 난리를 친다.

"우웩! 리모컨이 왜 여기에서 나와!"

(55-56p)


앗, 치매라는 걸 단박에 알려주다니!

경석 씨의 아내 연화 씨가 치매에 걸렸고, 경석 씨는 아내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과거 1978년의 잡화점을 재현하기로 하는데요.

현재 2023년 8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사흘 동안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풋풋했던 젊은 날의 사랑이 어떻게 무르익어가는지, 복길잡화점에서 복길마트로,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이어지는 3대의 애환이 담겨 있네요. 아픈 과거가 있다기엔 너무나 엉뚱하게 해맑은 복길 씨를 보면서 처음엔 답답해서 속 터지는 캐릭터였는데 점차 그런 모습들이 짠하게 느껴지면서, 민정 씨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됐네요. 나이를 가늠하지 못했던 소리가 열일곱 살이고, 어떻게 커왔는지를 알고 나니 앞서 보여줬던 모습들이 그제서야 수긍이 되더라고요. 몰랐었어, 네가 그런 마음인 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게 이런다고 해결될 문제냐고. 너까지 왜 그러냐?"

"나···? 왕사장님 눈에서 기적을 봤으니까."

"정말로 기적이란 게 어떻게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작은 이렇구나 싶었다니까."

(92-93p)


티격태격 부딪히며 갈등을 겪던 그들이 한마음으로 복길잡화점을 복원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유쾌해서 좋았네요. 전혀 즐거울 것이 없는 상황인데도 그들이 함께라서 웃을 수 있었고, 무뚝뚝하고 서툴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라서 뭉클했네요. 만약 치매로 기억을 잃게 된다면 가장 마지막에 남는 기억은 무엇일지,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누구를 어떻게 얼마만큼 사랑했는지 세세한 모든 것들은 기억에서 사라져도, 사랑했던 그 마음은 끝까지 남아 있을 것 같아요.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는 이미 세상이 나왔던 적이 있네요. 희극 대본으로 태어나서 2015년부터 연극 「복길잡화점」 으로 선보였고, 대학로와 전국에서 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 원작을 연극이 아닌 소설책으로 내면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으니,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 장르" (235p)로 봐달라는 거예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결이지만 '사랑'이라는 주제로 웃음과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인정하네요.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 버튼이 덜컥, 이건 막을 수 없었네요. 눈물이 났지만 슬픔보다는 사랑으로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가족 드라마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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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사이드 ㅣ 안전가옥 쇼-트 35
김미조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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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아요.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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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사이드 ㅣ 안전가옥 쇼-트 35
김미조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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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인!

그때, 부심이 깃발을 들면 골은 무효가 되네요. 아주 미세한 타이밍과 위치 때문에 생기는 무효골인 거죠.

월드컵 시즌이라서 제목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축구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가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요즘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초밀착 오프사이드도 비디오 판독으로 가려내기 때문에 명백한 오심은 줄었지만 간혹 기술적 오류는 있더라고요.

《오프사이드》는 김미조 영화감독의 첫 소설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시기에 성주여자교도소의 무기수 박판금과 신입교도관 윤지오가 3일간의 귀휴 동안 벌이는 이야기네요.

짧지만 마냥 짧지만은 이야기였네요. 우리에겐 그저 사흘의 이야기지만 여기엔 얽히고설킨 인연들이 깊이 연관되어 있어서 복잡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네요. 교도소 안에서는 죄수와 감시자였던 두 사람의 경계선이 밖으로 나오면서 조금씩 달라지네요. 처음부터 범죄자가 되겠다고 작정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떤 이유에서든지 법을 어긴 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만 때로는 법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감정들이 남네요. 판금과 지오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일탈을 하며 기묘한 공조를 하게 되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무기수'라는 얘기만 들었다면 판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전혀 알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어쩌면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무기수라는 존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편견과 무관심을 향한 저자의 외침이었다고 생각해요. 죄수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봐 달라는, 그 사람에게도 소중한 인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거죠.

"공이 선을 넘었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비정한 깃발처럼, 판금의 삶 역시 누군가가 임의로 그어놓은 선들에 의해 번번이 무효 처리 당하기 일쑤였다. 그것은 사회가 허락하지 않은 위치에 철저히 고립되어 있던 판금을 향한 지독한 오프사이드 선언처럼 느껴졌다." (196p)

부친상으로 3일의 귀휴를 얻은 판금, 그녀와 함께 동행한 지오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를 본 듯이 장면들이 생생하게 펼쳐지면서, 마지막에는 뭔가 묵직한 여운을 주네요. "니··· 엄마다." (201p)라는 말이 쿵, 마음에 박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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