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에 리모컨이 나왔다
이민혁 지음 / 뜰boo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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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목만 봐도 "왜?"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네요.

실수일까, 아니면 의도된 걸까요.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네요.

중요한 건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다들 짐작하는 뻔한 전개가 아니라는 거예요.

《된장찌개에 리모컨이 나왔다》는 이민혁 작가의 장편소설이네요.


"된장국에서 리모컨이 나왔어!"

"느이 엄마가 끓인 된장국에서 리모컨이 나왔다고!"

"아빠, 그러니까 리모컨에서 된장국이 나올 만큼 황당하시겠지만

마음을 조금만 여시고···."

"그게 아니라 이놈아! 된장국에서 리모컨이 나왔다니까!"

서로가 서로 할 말만 해대니 누구도 이해 못할 말들만 오고 가고

와중에 명확한 해답을 몸소 보여준 건 소리였는데

뒤편에서 된장국을 맛나게 퍼먹다 리모컨을 풉 뿜어내며 난리를 친다.

"우웩! 리모컨이 왜 여기에서 나와!"

(55-56p)


앗, 치매라는 걸 단박에 알려주다니!

경석 씨의 아내 연화 씨가 치매에 걸렸고, 경석 씨는 아내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과거 1978년의 잡화점을 재현하기로 하는데요.

현재 2023년 8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사흘 동안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풋풋했던 젊은 날의 사랑이 어떻게 무르익어가는지, 복길잡화점에서 복길마트로,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이어지는 3대의 애환이 담겨 있네요. 아픈 과거가 있다기엔 너무나 엉뚱하게 해맑은 복길 씨를 보면서 처음엔 답답해서 속 터지는 캐릭터였는데 점차 그런 모습들이 짠하게 느껴지면서, 민정 씨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됐네요. 나이를 가늠하지 못했던 소리가 열일곱 살이고, 어떻게 커왔는지를 알고 나니 앞서 보여줬던 모습들이 그제서야 수긍이 되더라고요. 몰랐었어, 네가 그런 마음인 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게 이런다고 해결될 문제냐고. 너까지 왜 그러냐?"

"나···? 왕사장님 눈에서 기적을 봤으니까."

"정말로 기적이란 게 어떻게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작은 이렇구나 싶었다니까."

(92-93p)


티격태격 부딪히며 갈등을 겪던 그들이 한마음으로 복길잡화점을 복원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유쾌해서 좋았네요. 전혀 즐거울 것이 없는 상황인데도 그들이 함께라서 웃을 수 있었고, 무뚝뚝하고 서툴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라서 뭉클했네요. 만약 치매로 기억을 잃게 된다면 가장 마지막에 남는 기억은 무엇일지,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누구를 어떻게 얼마만큼 사랑했는지 세세한 모든 것들은 기억에서 사라져도, 사랑했던 그 마음은 끝까지 남아 있을 것 같아요.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는 이미 세상이 나왔던 적이 있네요. 희극 대본으로 태어나서 2015년부터 연극 「복길잡화점」 으로 선보였고, 대학로와 전국에서 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 원작을 연극이 아닌 소설책으로 내면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으니,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 장르" (235p)로 봐달라는 거예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결이지만 '사랑'이라는 주제로 웃음과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인정하네요.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 버튼이 덜컥, 이건 막을 수 없었네요. 눈물이 났지만 슬픔보다는 사랑으로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가족 드라마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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