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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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깨었다가 다시 든 잠을 순우리말로 그루잠이라고 한대요.

어젯밤에도 중간에 깨었다가 잠들었으니, 그동안 꽤 종종 그루잠을 잤는데도 딱히 입밖으로 표현해본 적 없는 단어라서 몇 번이나 소리내어 말해봤네요. 그도 그럴 것이 그루잠이라는 말 자체를 몰랐으니까요. 모두가 익히 알고 있지만 그것에 해당되는 말을 모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루잠》은 박보미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유튜브 '덕자전성시대'의 운영자로 귀농 생활하는 일상 모습을 보여주며 친근하고 순박한 매력으로 사랑받아온 인기 유튜버라고 하네요. 일반인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프로그램에서 어눌한 발음 때문에 바보 취급을 당하고 3년간 벌어들인 수익 5억 원을 사기당해 모두 잃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해맑은 모습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무척 컸을 것 같아서 안쓰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바로 그 덕자의 본명이 박보미였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써내려간 주인공 윤설의 이야기를 처음 만나게 되었네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그루잠처럼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 윤설이 겪었던 아픔과 상처들이 마치 작가 자신의 경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졌네요. 믿었던 사람의 배신, 더군다나 그 사람은 이미 나의 아픔을 알고 있고 진심으로 걱정해준다고 여겼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네요. 나쁜 건 그 사람인데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서 도망가는 설이를 보면서 슬펐네요. 착해서 탈이 되는 세상... 견딜 수 없어서 눈을 감아 버린 게 아닐까요. 모든 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눈을 뜨면 악몽은 사라지니까요. 만약 나쁜 기억들은 모조리 삭제하고 좋은 기억들로 리셋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단정지을 순 없지만 우리의 기억들은 나쁜 사람들 때문에 또 얼룩질 테고, 결국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마음먹기 나름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들 때문에 괴롭다고 해서 나의 행복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었네요. 부디 좋은 꿈 꾸기를, 그 소망이 담긴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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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ㅣ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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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멀쩡히 걸어가다가 계단과 경사로 사이에서 발끝에 뭔가가 걸렸고, 의식하는 순간 이미 몸은 기우뚱했고, 당황하며 허우적대던 팔은 갈 곳을 찾지 못하다가 꽝 부딪힌 무릎과 함께 바닥에 착지하고 말았네요. 앗, 아프다고 느끼는 동시에 주변을 둘러봤네요. 아무렇지 않은 듯 툭툭 털면서 일어났지만 통증보다 민망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넘어진다는 것 자체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나를 남들에게 들키는 건 살짝 자존심이 긁히는 상황인 거죠. 사실 진짜 크게 다쳤다면 창피함이나 민망함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았을 거예요. 꽈당 넘어지는 작은 실수가 때로는 위험 감수성을 일깨우는 자극이 되기도 하네요.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는 지식 유튜버 다크모드의 두 번째 책이네요.

저자는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믿은 것이 사실은 가장 모르는 것일 수 있다는 것, 그 가장 가까운 미지의 영역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위험은 늘 안전하다고 방심하거나 착각할 때 찾아오는 법이네요. 전작에서는 인간이 만든 제도와 시스템의 바깥을 들여다봤다면 이번 책에서는 가장 가깝고도 익숙해서 가장 의심해본 적 없는 영역인 우리 자신에 대해 집중 탐구하고 있네요.

첫 번째 영역은 우리가 자신을 안다고 믿는 '잠'에 대해서, 두 번째 영역은 우리가 그토록 굳게 믿는 자신의 '기억'에 대해서, 세 번째 영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안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쾌락과 욕망'에 대해서, 네 번째 영역은 자신을 해치는 것을 '치료'라고 믿었던 어리석은 의학의 흑역사를 다루고 있네요. 읽다 보면 우리가 안다고 확신하는 것들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인간이 이토록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네요. 저자는 인간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확신은 진실의 증거가 아니며 인간은 자기 오류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때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되는 거예요.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라는 명제는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얻어진 결론이네요. 다크모드의 위험한 지식은 우리 자신을 정확하게 직시하도록 만드네요. 인간이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기억의 왜곡, 뇌의 착각, 욕망에 이끌려 끊임없이 오류와 실수를 반복하는 불완전한 존재였네요. '망가져 있다'는 표현이 다소 세게 느껴졌는데 다 읽고 나니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을 되새기는 따끔한 경고였네요. 당연하게 믿어왔던 정상의 기준이 얼마나 허상인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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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뇌과학 - 도파민에서 불안, 관계까지 뇌과학 명저 33 ㅣ 필독서 시리즈 32
여르미 지음 / 센시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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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뇌과학은 우리가 몰랐던 마음의 기능들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네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의 비밀을 풀어주는 뇌과학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던 터라서 이 책이 무척 반가웠네요.

《나를 지키는 뇌과학》은 여르미의 뇌과학 안내서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필명 여르미로 활동 중인 도서 인플루언서이자 작가, 그리고 본업은 치과의사라고 하네요.

이 책은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하는 어른들을 위해 뇌과학 명저 61권을 서른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어요. 방대한 뇌과학 책들의 내용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용적인 지식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똑똑한 뇌 사용설명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책의 구성이 주제별로 핵심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크게 나누면 일곱 가지, 디지털 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도파민과 중독의 시대를 들여다보고,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불안, 강박, 우울이 왜 생기는지 뇌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인간이 쉽게 빠지는 착각이라는 생각의 오류와 무의식을 짚어보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공감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다루며, 뇌가 어떻게 '나'를 만들었는지를 이해하고, AI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선 첫 번째 책으로는 안데르스 한센의 <인스타 브레인>과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당신의 뇌는', '읽고 나면', '딱 하나만 기억하세요'라는 키워드로 핵심을 요약해줘서 쏙쏙 이해가 되네요.

"당신의 뇌는, 10분에 한 번씩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다.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도록 설계된 도파민 회로 때문에, 깊게 사색의 근육을 점점 잃고 있다. 읽고 나면, 테크 기업이 설계한 중독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스마트폰이 빼앗아 간 당신의 집중력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게 된다. 딱 하나만 기억하세요, 핸드폰 중독은 의지력이 아닌 '뇌 회로'의 문제다. 자책 대신 오늘 딱 1시간만 스마트폰과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17p)

요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면서 생겨난 산만함이 고민이었는데 뇌과학 지식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단순히 의지 부족으로 여겼던 여러 문제들이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몰라서, 더 지치고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어떻게 해야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지가 선명하게 보였네요. 소개된 책들 중에서 뇌의식의 탄생에 관한 책은 뇌과학 공부를 위해 더 자세히 읽어봐야겠네요. 흥미로운 뇌의 비밀이 결국 나를 제대로 알고 지킬 수 있는 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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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싫습니다 - 무례한 세상에 보내는 깍듯한 디스
정준화 지음 / 몽스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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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궁금해서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맞아, 맞장구치면서 펼치게 되는 책이 있네요.

극내향인이었으나 사회 생활을 하며 외향인의 매너를 힘겹게 익혔던 사람인지라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컸네요.

늘 입 안에서 맴돌지만 못했던 말이거든요. 속시원하게 내뱉지 못한 말들이 쌓여서 답답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미안하지만 싫습니다》는 정준화 님의 힐링 에세이네요.

저자는 싫은 것들이 많아서 평균보다 세상을 좀 더 자주 못마땅해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수시로 솟구치는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자신만의 방식을 들려주고 있네요. 싫은 걸 좋아하게 만드는 비법 따위는 없고, 싫어하는 마음, 싫은 감정에 대해 톡 까놓고 이야기해보는 거예요. 무엇이 왜 싫은지 조목조목 짚어내는 것들이 공감이 되면서 재미있기까지 하네요. 역시 나도 투덜이였음을 자체 인증하면서, 같은 걸 싫어한다는 이유로 내적 친밀감이 생기네요. 누군가와 뒷담화나 불평 불만을 떠들 때는 잠깐 후련했다가 뒷맛이 씁쓸한데, 이 책은 당당하게 호응할 수 있어서 은근 후련한 맛이 있네요. 같은 내향인끼리 '너도? 나도!'라며 속내를 오픈하는 일은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독서의 세계에서는 언제든지 가능하니까요. 무례한 세상을 향한 깍듯한 저자의 디스, 일상의 소소한 불편과 싫은 감정을 이토록 점잖게 풀어낼 수 있다면 스트레스 지수가 확 내려갈 것 같네요. 그동안 일기장을 펼치면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쓰는 것 같아서 잠시 끊고 있었는데, 농담처럼 가벼운 디스라면 글로 써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 나만의 대나무숲을 새롭게 마련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신선한 자극을 받았네요.


"어떤 면에서는 흉악한 범죄자보다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거나 이해할 의지가 없는 이기주의자에게 더 직접적인 위협을 느낀다. 연쇄 살인범을 실제로 대면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갑질 이슈가 불거진 줄 서는 맛집을 다른 소비자가 불매할 타이밍에 노려 봐야겠다고 궁리하는 가벼운 수준의 소시오패스라면 흔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난사한 쇠구슬이나 방생한 음식물 쓰레기나 질 낮은 이기심의 지저분한 찌꺼기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상식도, 공감 능력도 부족한 가해자에게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손재를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 줄 방법은 없을까? 창문에 구멍을 내고 에어컨 실외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토핑한 범인들이 가야 할 지옥의 아이디어를 신에게 피칭하고 싶다. 둘은 헤어드라이어로 서로의 사타구니에 정교한 S컬을 말게 될 것이다. 무시하기 힘든 상대방의 존재감을 가까이에서 느끼면서, 영원히."

(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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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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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인가, 싶었네요.

예방이면 모를까, 예찬이라니!

궁금했네요. 다들 피하고 싶은 그것을 뒤집는 생각은 무엇인지.

《위험 예찬》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안 뒤푸르망텔의 인문에세이예요.

첫 장부터 '보란 듯이', 위대한 철학자의 명언이 적혀 있네요. 플라톤은 "위험은 아름답다."라고 했고, 키르케고르는 "결정하는 순간은 광기다."라고 했네요. 아직까지 아름답다고 느낀 적은 없고 광기는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안 뒤푸르망텔은, "생의 위험을 무릅쓰기. 생은 우리 산 자들이 감수하는 막대한 위험이다." (9p)라는 말에는 수긍했네요. 고통과 위험이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저자는 온갖 위험들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불확실성과 위험은 우리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네요. 예측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는데 우리는 허깨비 같은 두려움과 엉뚱한 전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안다, 우리 안에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것을.

죽음을 상상적으로 사정거리에 둔다고 해서 우리가 더 생생하거나 더 정겹게 산다는 보장은 없다.

위험이 이 '죽지 않음'이라는 사건이라면 그건 어차피 선택 너머에 있다.

미지, 어둠, 비지식의 영역에서의 물리적 개입, 딱 잘라 해결될 수 없는 것을 상대로 하는 내기.

이때 위험의 감수는 바라지 않던 것이 출현할 여지를 연다."

(23p)

우리는 위험을 통해 우리 자신을 넘어서고, 모든 고통과 재난, 애도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지녔지만 불행의 몫은 늘 남아 있네요. 좋든 나쁜든 살아남았고, 우리 생은 개인 안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살아내는 것임을 인정할 때 진정한 용기를 발휘할 수 있네요.

"나더러 나의 불행으로 돌아가라는 건가요···."

"그래요, 어쩌면 나는 당신을 불행의 장소로 돌려보내는 거죠.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 거예요. 당신이 결코 멀리 떠나지 못할 거라고, 자유로워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치명적 안식처로 돌려보내는 거랄까요.당신을 거스르면서 내가 옳을 수는 없을 거예요."

"··· 나를 선생님 곁에 두어 주세요."

"나는 당신의 공포를 대신하지 않을 거예요. 두려움에 맞서 당신을 붙잡지도 않을 거예요. 나는 그저 당신 말을 듣고 당신과 함께 기다릴 수만 있죠."

(107p)

저자는 실제 정신분석 상담에서 만난 내담자들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삶의 본질인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스스로 용기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오직 자신만의 삶이기에 어떻게 위험을 환대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쉽지 않지만 해내야만 온전한 자유와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설득될 수밖에 없는 위험 예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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