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ㅣ 마음이음 클래식 3
니콜라 친퀘티 지음, 데시데리아 귀치아르디니 그림, 이승수 옮김, 호메로스 원작 / 마음이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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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일리아스》를 아시나요?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지은 전쟁 서사시이자 서양 문화의 원류가 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네요.

하지만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구성 때문에 고대 그리스어 원전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요. 이번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펴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일리아스를 만날 수 있네요.

마음이음 클래식 시리즈 세 번째 책인 《일리아스》는 니콜라 친퀘티 작가가 쓰고 데시데리아 귀치아르디니 작가가 그린 어린이 교양도서네요.

역사와 문학을 배울 때 어떤 방식으로 접하느냐에 따라 관심과 흥미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24권에 달하는 원작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어렵지 않게 풀어낸 장본인, 니콜라 친퀘티 작가는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인 동시에 고등학교에서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라고 하네요. 어쩐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여 핵심 내용에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이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재탄생했네요. 1권부터 24권까지의 내용을 각각 한 장으로 압축하여 핵심 주제와 줄거리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네요.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10년 중에서 가장 치열했던 마지막 두 달간의 전투와 영웅들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슬픔에 주목하게 되네요. 그리스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모욕을 당한 영웅 아킬레우스가 전투를 거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아킬레우스의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트로이 장수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하자 복수를 하고, 이후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네요. 인간들의 전쟁 같지만 그 뒤에는 신들의 유치한 싸움이 있었네요. 수많은 전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이 너무나 한심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네요. 전쟁 영웅의 활약보다는 인간들의 탐욕과 갈등과 이를 부추기는 신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돌아보게 되네요. 신화와 역사, 진실보다 더 강력한 인간의 본능을 탐구하게 만드는 놀라운 고전이네요. 아직 일리아스를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 같네요.

아킬레우스가 일어서서 말했다.

"아가멤논이여, 우리의 다툼에서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마음을 갉아먹는 분노에 굴복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전우들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지난 일을 잊고 내 분노를 끝내겠습니다. 총공격을 명하십시오! 나가서 싸우고 싶습니다!"

전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가멤논이 대답했다.

"그날, 당신에게서 브리세이스를 빼앗은 건 내가 잘못했소. 진심이오.

그러나 내 잘못만은 아니오. 모든 일을 정하는 것은 신들인데, 제우스 신이 내 마음을 흐리게 만들었지.

이제 내 실수를 바로잡고 싶소. 어서 가서 싸우시오. 나는 지난번 당신에게 약속했던 모든 선물을 준비하겠소."

두 사람 사이의 화해는 이루어졌지만, 곧 또 다른 사소한 논쟁이 일어났다.

(158p)

"이것이 신들이 인간에게 정해 준 운명입니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

신들은 그런 고통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요."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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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DIY 작은 세상 작은 가구 2 - 미니어처 DIY 기초부터 완성까지, 나만의 룸박스 만들기 ㅣ 미니어처 DIY 작은 세상 작은 가구 2
김경령(케이트미니) 지음 / 성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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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작고 귀여운 것들만 보면 참을 수가 없네요.

우연히 발견한 미니어처 세상은 동심을 깨우는 마법처럼 느껴졌네요. 손끝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세상!

간단하게 조립하는 미니어처 DIY 세트는 접해 봤지만 본격적으로 공간 형태인 룸박스 만드는 내용은 처음 만나보네요.

《작은 세상 작은 가구 2》는 김령령 작가의 두 번째 미니어처 DIY 책이네요.

전작에서 만든 작은 가구들을 배치할 자신만의 작은 공간, 즉 룸박스를 기초부터 완벽하게 구축하도록 돕는 미니어처 가이드북이네요.

초보자들도 좌절하지 않고 첫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목공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소개하고 있는데요.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손으로 익혀야 하는 작업들이라 자르고, 다듬고, 붙이는 기본 동작을 충분히 연습하는 실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부터 목공을 배우고 싶었는데 미니어처 DIY 라서 뭔가 훨씬 더 접근성이 용이한 것 같아요. 작은 상자라서 필요한 재료도 손바닥만한 나무 조각이면 되고, 자르는 것도 톱 대신 커터칼로도 가능하네요. 다양한 두께와 폭의 나무로 상자를 만들면서 미터 박스와 톱 사용하기, 직각 맞추기, 본드 바르기 등 기초를 반복해 연습하다 보면 점차 손에 익으면 그 다음 단계로 룸박스 작업을 할 수 있네요. 여기에서는 도구와 재료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를 위한 맞춤형 코스로 알려주고 있네요. 어떤 분위기의 방을 만들지 떠올려 보고 그 모습을 간단한 스케치로 그린 다음, 실제 크기에 맞춰 도면을 그리고, 필요한 MDF를 주문하는 방법, MDF 기본 손질과 조립 방법, 3면 룸박스 만드는 과정이 사진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네요. 공간 구성을 세밀하게 벽과 천장, 바닥, 창과 문으로 나누어 모두 22가지의 공간 구성 기법을 난이도 순으로 알려주네요. 단순히 조립 키트를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구상한 공간을 도면으로 옮기고 나무를 잘라 붙여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룸박스를 완성해내는 작업이라서 더욱 특별하네요. 저자는 취미로 시작한 미니어처 작업에 빠져들어 평생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 15년이 되었고, 지금도 변함없는 열정으로 작은 가구와 작은 세상을 만드는 중이라고 하네요. 첫 장에 나오는 갤러리에는 직접 의뢰받아 제작한 것부터 직접 디자인한 OOAK(One Of A Kind) 작품, 여러 전시 행사에 선보인 작품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우와, 예술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사물이나 공간을 극도로 축소해 자신만의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미니어처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요. 미니어처 DIY 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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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 주니어 스토리북 ㅣ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시리즈
서울문화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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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놀라워요.

아이들과 재미있게 봤지만 이토록 세계적인 인기를 끌 줄은 몰랐어요. 지금까지도 '골든'과 '소다팝' 등등 수록된 노래들을 즐겨 듣고 있어서 헌트릭스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영상과 음악도 좋지만 이번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으로 새롭게 출간됐네요.

서울문화사에서 출간한 어린이 도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국내 최초 오리지널 주니어 공식 스토리북이네요.

첫 장부터 명장면들이 컬러 화보로 수록되어 있어서 뭔가 진짜 아이돌 그룹 화보집을 보는 듯 기분이 좋네요. 사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을 것 같아서, 이 책으로 처음 접하는 독자는 드물겠지만 전혀 모른다고 해도 이야기 자체가 매력적이라서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네요. 역시 인기 애니메이션다운 강력한 이야기의 힘이 있네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영상이 아닌 글로 읽으니까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아이들에게는 특히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 번 책으로 만나면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네요. 원래 책을 잘 읽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책과 그리 친하지 않은 아이들까지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는, 마법 같은 책이 아닌가 싶어요.

전 세계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의 매력에 빠져서 안무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굉장한 팬덤이 생긴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화려한 케이팝 무대 뒤에서 악귀를 물리치는 독특한 설정 속에 유쾌함과 비극적 요소가 공존하며 한국적 정서와 토속적 무속 신앙을 녹여냈다는 점에서 놀라운 작품이네요. 예로부터 무당들이 노래와 춤으로 악령을 물리치던 퇴마 의식을 무속과 음악의 융합으로 해석하여 현대의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헌터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인 거죠. 히어로와 악당, 선과 악의 대결 같지만 진우와 루미를 통해서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불완전함과 나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이를 연대와 화합으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놀라워요. 굉장히 심오한 메시지를 어쩜 이리도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냈을까요. 사랑, 상실, 성장, 정체성 탐구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를 탁월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노래들로 공감하고 열광하게 만든 작품이네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케데헌을 사랑하는 모두를 위한 선물 같은 책이네요.

"난 악귀가 아니라 헌터야."

"그럼 왜 그 문양을 가지고 있어?"

"넌 몰라도 돼."

"문양을 가진 기분이 어떤지 나도 알아."

"기분이라고? 넌 악귀야. 악귀는 아무것도 못 느껴."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악귀라고 다를 거 없어. 악귀도 수치심과 고통을 느끼지.

귀마는 그걸 이용해서 악귀들을 조종해. 넌 귀마의 목소리가 안 들려?"

(···)

"내 몸의 문양은 내가 저지른 죄의 흔적이야. 절대 지울 수 없는 기억이지."

"네 문양도 분명 무언가의 흔적일 거야. 넌 그걸 숨기고 싶겠지."

(80-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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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다 거짓이야
대니얼 나예리 지음, 김래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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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근데 꽤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에 홀린 듯 빠져드네요. 분명 거짓말이라고 밝혔는데도 말이죠.

처음부터 속마음을 숨기고 남을 속이는 엉큼한 거짓말과는 아예 태생부터 다르네요. 왜냐하면 이건 거짓말이 허용되는 '이야기의 세계'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진실과 거짓말에 대한 어떤 이야기 하나가 생각나네요. 진실만 말하는 마을과 거짓말만 하는 마을이 있는데 두 마을로 들어서는 갈림길에서 나그네가 진실만 말하는 마을로 가고 싶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요. 정답은 '당신이 사는 마을로 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합니까?'라고 물은 뒤에 그 사람이 가리키는 방향의 길로 가면 되네요. 거짓말쟁이가 우리를 속인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의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되는 거죠. 진실과 거짓 사이의 딜레마, 때로는 허구를 통해 전하는 진심이 더 크게 와닿기도 하네요.

대니얼 나예리 작가의 장편소설 《슬픔은 다 거짓이야》는 난민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네요.

솔직히 첫 문장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네요. 고국을 탈출하여 떠돌이 신세가 된 난민들은 어딜가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서 그들의 목소리는 묻혀 버리고 마네요. 진실의 외침은 아무도 듣지 않는 공허한 소음일 뿐이지만 여기, 이 소설은 강렬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네요.

이란에서 태어나 난민 생활을 거쳐, 일곱 살에 가족과 함께 오클라호마로 이주했다는 대니얼 나예리 작가는 소설 속 열두 살 소년 호스로를 통해 뼈아픈 난민 생활의 경험들을 고대 페르시아 신화와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처럼 우리에게 경이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슬픔은 다 거짓이라는 거짓말, 피투성이가 된 할아버지의 손처럼, 중요한 건 기억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이겠지요. 언젠가는 자신들이 온전해지리라는 걸 알고 있다는 소년의 믿음, 어쩌면 천 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이제는 우리도 알게 되었네요.



"페르시아인은 다 거짓말쟁이다. 그리고 거짓말은 죄다.

이것이 밀러 선생님 반 아이들 생각이다. 아이들이 만나본 페르시아인은 나밖에 없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이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인간은 다 죄인이고 그래서 하나님의 구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아빠는 그 말이 틀렸다고 한다. 페르시아인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란다. 시인이라는데, 그게 더 나쁘다. 시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자기 꿈만 기억하려고 할 뿐이다.

6천 년 역사와 지금껏 전해진 모든 이야기의 변형만 기억하려 든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내가 밀러 선생님 반 뒤편에 있는 난민 꼬마가 아니라 변장한 왕자일지도 모른다.

정체를 들키면 난 《천일야화》에 나오는 말을 할 것이다. '나를 보내주시오. 그러면 전해 내려오는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리다.'

이야기는 모두 이렇게 시작된다.

약속한다. 당신이 들으면 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이해받을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적이 아니다.

··· 여기에는 나의 기억을 세고 있는 나밖에 없다.

그리고 당신, 독자. 그대가 누구건 지금 나에겐 그대가 왕이다."

(11-12p)


"사실 이건 왕의 이름이었다.

··· 이것은 전설이다.

호스로. 이 이름은 당신 입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영웅은 늘 전설보다 못하다. 호스로는 엉덩이가 큼직한 열두 살짜기 꼬마일 뿐이다.

대니얼이라 불러도 좋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위대함이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 박힌 양탄자에 왕이 올라섰어도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을 거다."

(26-27p)


"당신이 관심을 기울이면 '불쌍한 나' 같은 이민자들의 고통 이야기로 허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당신의 관심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의 동정심을 바라지 않는다.

여기 당신 마음속 거실에서 소통이라는 도전에 우리가 잘 대처하면,

시간과 공간 그리고 모든 일상적인 것을 가로질러 서로의 가슴 깊은 곳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내가 당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난 못생겼고 희한하게 말한다. 가난하다. ··· 하지만 당신처럼, 난 신중하게 창조되었다.

자신이 지은 것을 보고 기뻐하신 신이 나를 지었다.

당신처럼, 난 친구를 원한다."

(31p)


"진실을 알고 싶은가? 가장 아픈 것은 망각이다.

우리를 죽이려는 비밀경찰이 아니다. 내 목에 종이 클립을 쏘아대는 브랜던 고프가 아니다.

레이도 아니다. 나를 역겨워하는 모든 사람도 아니다.

이런 고통은 나를 강하게 해주는 고통이다. ··· 하지만 주먹을 아무리 힘껏 쥐어도

기억이 쏟아져 나와 사라진다. ··· 할아버지의 얼굴을 잊어가는 느낌이 바로 그렇다.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별거 아닌 것밖에 얻지 못한다. 심장 한 조각이

신음 같은 소리를 내고 사라진다. 가끔 그 자리를 눌러본다.

구멍의 생김새로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해 내려 애쓴다.

그게 전부다. 당신은 무언가 덜해졌다.

그래서 내가 이런 걸 다 쓰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

내 뒤에서는 기억이라는 카오스가 가루로 부서지고 있다.

허물어지는 팔 한쪽을 지켜보지만 거기 무엇이 있었는지 곧바로 잊는다.

··· 난 영어를 배우면서 이탈리아어도 잊었다.

레이를 만나면서 아빠의 나쁜 점도 모두 잊었다.

엄마 쪽 할아버지도 잊었다."

(73-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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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확률, 100%
김빵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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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여름, 바다, 청춘, 로맨스, 미스터리, 판타지.

어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네요. 이건 뭐,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네요.

더군다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원작 웹소설인 '내일의 으뜸'을 쓴 김빵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라는 점.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싱그러운 여름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두근두근, 여러모로 떨리는 이야기네요.

《다시 만날 확률, 100%》는 전생과 현생, 인간과 신수를 넘나드는 시공초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네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옥주'라는 곳은 바다 옆에 붙은 조용한 시골 마을인데 '바다에 보배가 머무른다'는 지역명과는 달리 내세울 만한 특산물이나 명소가 없어서 관광객도 찾지 않는 한적하고 외진 곳이네요. 좁은 동네라서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쭉 같은 학교를 다니며 지내왔기 때문에 처음 사귄 친구가 그대로 단짝이 되는 곳인데, 현진은 단짝인 영현이가 난데없이 돈을 벌겠다며 실습을 나가는 바람에 외톨이 신세가 되어 마음이 뒤숭숭하네요. 고등학교 3학년 새 학기 첫날, 서수인이라는 여자애가 전학을 왔고, 같은 반 허신영이 관심을 보이며 수인의 옆자리를 차지하는데, 이상하게 수인은 현진에게 자꾸 말을 거는 거예요. 뭐야, 나 좋아하나?, 이런 착각이 들게 말이죠. 사실 수인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는데 옥주에 온 것도 다 그것과 관련이 있네요. 해무가 걷힌 뒤에 가축들이 죽어나가면서 마을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외지인인 수인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현진은 꿋꿋하게 수인을 향한 마음을 키워나가네요. 신비로운 존재인 신수와 신물의 등장으로 분위기 반전, 단순히 달달한 청춘 로맨스만이 아니라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미스터리 판타지 설정까지 더해져서 무척이나 매력적인 서사가 완성된 것 같네요. 제목에서 이미 밝히고 있듯이,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만날 확률, 100%' 라는 운명으로 단단히 묶여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드네요. 풋풋하고 설레는 열아홉 살의 사랑으로 시작해서 전생과 현생, 시공간을 초월하는 운명적 사랑을 보여주는 판타지라서 몽글몽글 애틋한 감정을 자극했네요. 저자의 말처럼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바람처럼 살랑살랑, 아름다운 판타지 로맨스 소설 덕분에 즐거운 한때를 보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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