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말과 지브리 -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우는, 지금을 살아가는 법
호소카와 신스케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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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만나면 서로 찌리릿, 통하는 것 같아요.

나이들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것들은 달라지기는커녕 그 마음이 더 깊어지더라고요.

스님과 지브리, 딱히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데 지브리 작품을 좋아했던 소년이 커서 스님이 되었다는 서사를 알고 나니 '마음'이라는 공통점이 보이네요. 현재 일본 임제종 묘신지파의 사찰인 도쿄 류운지의 주지인 호소카와 신스케 스님의 책이 나왔네요.

사실 호소카와 신스케 스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선과 지브리》라는 책을 통해서였네요.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가 일본의 선승들과 나눈 대담집으로 지브리 작품 세계에 대해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불교의 지혜를 만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책 《선의 말과 지브리》는 같은 주제, 다른 접근의 2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대사들을 불교 '선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어 지금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위로를 전하고 있네요. 《선과 지브리》가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과 불교의 첫 랑데부였다면, 《선의 말과 지브리》는 좀 더 깊이 교감하도록 이끌어주는 심화편인 것 같아요. 불교에서 말하는 '선의 가르침'이 저 높은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친근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명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저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이 겪는 시련과 성장의 순간이 불교의 '선'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선(禪)이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해 참된 '나'를 깨닫고 진리의 경지에 이르는 수행법이자 사상을 뜻하는데, 선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십우도』 라는 10장의 그림을 통해 잘 설명해주고 있네요. 인간의 타고난 불성(부처의 마음)을 친근한 동물인 소에 빗대어 소를 잃어버린 목동이 소를 찾아나서는 여정이 돼지로 변한 부모를 구하기 위해 터널 너머로 들어가는 치히로, 마녀의 저주를 풀기 위해 움직이는 성을 찾아 나서는 소피,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 키키의 모습과 겹쳐지네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들도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느꼈을 텐데, 이 책은 지브리의 감동을 '선의 언어'로 번역하여 우리 삶에 스며들게 해주네요. 팍팍한 세상, 만만치 않은 삶을 따스하게 위로하며, 지혜와 용기를 건네주네요.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해요.


"지브리는 1979년생인 제 유소년기에 영화가 공개될 때마다 큰 즐거움을 주었고 개봉일은 중요한 가족 행사 중 하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모노노케 히메》입니다. 본 영화를 또 보려고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극장에 갔을 정도였으니까요.

지브리 작품은 모두 극장을 나올 때 긍정적인 마음으로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점이 불가사의합니다. 제가 좌선을 설명하는 TV 프로그램을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 씨가 보고 잡지 대담 상대로 저를 지명했고, 지브리의 열혈 팬이었던 저로서는 환호성을 지를 만한 기쁜 뉴스였습니다. 스즈키 씨와 처음 만났을 때는 물론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몇 회에 걸친 대담은 정말 즐거웠고 선승으로서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스즈키 씨의 '자유분방함'이랄까, '지금이 소중하다'라는 삶의 태도는 선의 가르침 그 자체였습니다."

(8p)


"삶을 충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람처럼 살면 됩니다. 지브리 작품과 스즈키 도시오 씨는 바람 같습니다.

··· 핵심은 '지금', '내 앞'이라고 단언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까먹기의 달인'이라고 칭하며 늘 신인감독처럼 도전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스즈키 씨와의 대화에 옛날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제가 어떤 대학에 다녔고 어떻게 수행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거야 지금 당신을 보면 알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얼마나 상대의 과거나 경력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 '지금, 여기'가 중요한 건 압니다. 그러나 스즈키 씨의 위대한 점은 쌓아 올린 과거 위에서 미래를 응시하는 '지금, 여기'라는 점입니다.

제게 지브리 영화나 스즈키 씨의 저서는 선의 교과서 같습니다. 아니, 표현이 잘못된 듯합니다. 미야자키 감독과 스즈키 씨가 각자의 인생을 걸으며 도달한 심경, 경지라고 할 만한 마음을 우리 세계에서는 '선'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지브리여서 불어오는 바람이 '열풍'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그리고 그 바람은 때로 인생이라는 길을 걷는 게 두려운 우리의 등을 슬쩍 밀어줍니다. '조금의 노력은 필요해'라며."

(129-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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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ㅣ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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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릴 때부터 신비롭고 이상한 수수께끼 같은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끌렸네요.

고대 이집트 왕의 무덤이나 미라를 발굴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파라오의 저주'는 단순히 공포 괴담을 넘어 이집트 문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네요. 투탕카멘의 황금가면과 황금관 등 이집트 유물을 전시한 특별전을 가보면 새삼 신기하고 놀랍더라고요. 거대한 피라미드 건축과 정교한 유물 등 풀리지 않은 수많은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이집트 문명처럼 역사 속에는 숨어 있는 뜻밖의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네요. 어떤 분야든지 관심 주제를 파고들면 자연스럽게 역사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것 같아요. 미스터리 마니아를 위한 세계사 이야기 책이 나왔네요.

《미스터리 세계사 지식도감》은 역사미스터리클럽의 '지도로 읽는다' 시리즈 책이네요.

역사를 주제로 문화, 풍속, 야사 등등 숨어 있는 정보를 모아 꾸준히 연구하고 발표하는 일본의 역사 연구 및 기획 제작그룹, 일명 '역사미스터리클럽'에서 만든 책이네요. 여기에는 역사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는 이야기를 대륙별로 나누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순으로 소개하고 있네요. 역사적 사실, 역사상 중요한 사건의 현장을 한눈에 보는 지도와 여러 시각 자료들과 함께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네요.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과연 역사적 사실일까?

··· 대부분 종교적 전설로만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사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은 19세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를 전하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홍수 전절이 기록된 점토판이 발견되면서 시작되었다."

(14-15p)

첫 번째 미스터리는 '노아의 대홍수'이며 지도를 통해 고대의 흑해가 원래 담수호였는데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흘러들어온 대량의 물 때문에 대홍수가 일어났다는 가설을 소개하고 있네요. 흑해가 담수에서 해수로 바뀐 시점이 약 7,000년 전으로 밝혀졌으나 이 가설을 반박하는 연구도 계속 발표되고 있어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네요. 과거와 현재 사이에 어떠한 지리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네요.

"지중해의 몰타섬에 있는 거석 신전은 어떻게 만들었나?

··· 하가르 킴 신전은 거석이 간격도 없이 쌓아 올려져 있는데,

돌 하나의 무게가 약 20톤이며 높이는 7미터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조물로 인정받는 이곳 신전들을

둘러싼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는 당시 건축 기술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정교함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71-72p)

몰타섬의 거석 신전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고대 문명의 비밀은 그 당시의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더욱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2500년경부터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하류 유역에서 번성했으며,

모헨조다로는 그 지역의 가장 큰 도시였다. 고대 문명을 상징하는 대도시가 하룻밤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32p)

고도로 발전했던 고대 도시와 문명들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요. 극심한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전염병이 퍼졌다거나 환경 파괴로 인한 자원 고갈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추측하고 있네요. 최근 발생한 네팔 티베트 국경 지역의 대홍수를 보면 불과 1시간여 만에 하류 구간을 집어삼킨 끔찍한 대재앙이었네요.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서 무너지면서 산사태, 지진, 대홍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고산 지대의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네요. 기후변화가 초래한 복합적인 재난이라는 점에서 해당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고대 문명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미스터리를 살펴보면서 기록되지 않은 빈틈 속에, 어쩌면 인류가 숨기고 싶은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보네요. 미스터리 세계사를 통해 역사적 사실과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사건, 인물, 현상을 바라보는 과학적인 태도를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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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 - 히틀러 찬미, 홀로코스트 부정론에서 법적 규제까지
다케이 아야카 지음, 권용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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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짜 뉴스의 확산이 매우 우려스럽네요.

의도적으로 조작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잘못된 정보가 끼치는 악영향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위험을 초래하네요.

특히 역사 관련의 가짜 뉴스는 과거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독'이라고 여기는데, 바로 그 주제를 다룬 책이 나왔네요.

"역사적 사실의 전면적인 부정을 시도하고,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고, 한 측면만을 과장하고,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고쳐 쓰려고 하는 것을 '역사수정주의 (revisionism)'이라고 부른다. 역사수정주의는 시대나 정치 상황에 따라 형태를 변화시키면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막대한 사료, 목격자의 증언, 물리적인 흔적 등 산과 같이 쌓인 증거가 있어도 역사수정주의는 사라지지 않는다. ··· 처음부터 사실과 다른 역사상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명확하게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구미에서는 '역사수정주의'가 아니라 '부정론(denial)'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부정론자(denier)'라고 불린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왜곡된 역사 서술을 가려낸다."

(4-7p)

《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는 독일 현대사와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일본의 역사학자 다케이 아야카 교수의 책이네요.

저자는 역사수정주의를 단순한 학문적 재해석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 과장하는 위험한 시도로 보고 있네요. 역사인식은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기초를 마련하는 것인데, 역사수정주의로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게 된다면 정신적인 지주를 잃게 된다는 거죠. 역사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면 왜 안 되는지, 아직 명확한 답변이 제시되지 않아서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정치적, 법적인 관점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하네요. 이러한 인식에 입각하여 근대 이후 유럽사회에 등장한 역사수정주의의 역사를 서술하고 분석하고 있네요. 히틀러와 나치즘을 찬미하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며 어떻게 음모론과 결합해 확산되었는지, 유럽사회는 이를 막기 위해 어떠한 법적 규제를 도입했는지를 자세히 다루고 있네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를 다루지 않는 것은 저자의 전공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 제외한 게 아닌가 싶네요. 일본에서는 역사수정주의라는 개념의 폭이 상당히 넓어서 학술적인 재검증에서부터 근거가 결여된 황당무계한 주장의 부류까지 포함되어 유통되고 있다고 하네요. 1980년대 이후 확산된 홀로코스트 부정론이 극우적 역사인식으로 전개되는 과정과 법적 규제를 통해 대응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네요. 역사수정주의에 대해 알고 나니, 요근래 인터넷 커뮤니티와 극우 성향의 SNS 계정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현상에 대해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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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문 기행 3 - 고전 들고 떠나는 그리스 문명과 사상 유랑기 ㅣ 그리스 인문 기행 3
남기환 지음 / 상상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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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유와 행복,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특별한 그리스 여행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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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문 기행 3 - 고전 들고 떠나는 그리스 문명과 사상 유랑기 ㅣ 그리스 인문 기행 3
남기환 지음 / 상상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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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영화 《오디세이》의 영향이 크네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 이어서 이 책까지 읽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그리스 인문 기행 3》은 인문학 컬럼니스트 남기환 님의 책이네요.

이 책은 저자가 그리스 고전을 탐구하며 신화와 역사 속에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 신전과 역사적 흔적을 탐사한 '사상 유랑기'라고 하네요.

단순히 고대 그리스 유적과 역사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라 '질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보여주고 있네요. 폐허가 된 신전과 유적지 자체를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수천 년 전 그곳에 살았던 인간들의 고뇌를 오늘날 우리의 삶과 연결하여 가장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네요. 델포이 신전에서 '너 자신을 알라.'는 문장으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중요한 질문을 던지네요.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폐허가 된 신전과 유적지를 거닐며 그리스 세계의 역사와 함께 사상가들의 고전을 통해 인간과 자유의 본질을 되짚어보는 여정이네요. 저자의 말처럼 아테네는 민주주의 요람이기에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 역사를 기억 속에 새긴다면 그리스 여행이 더욱 흥미로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의 흐름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네요.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피레우스 항구 근처에 자리한 작은 묘역이네요. 이정표가 없어서 오가는 차들의 먼지를 뒤집어쓰며 구글 지도의 안내를 따라 찾아갔다는 그곳에는 한적한 해안에 굴뚝 하나가 우뚝 서 있고 그 앞에 원형으로 형성된 구조물과 투구를 머리 뒤로 걸친 흉상이 있다고 하네요. 흉상의 주인공은 살라미스 해전의 영웅 테미스토클레스라고 하네요. 지금의 피레우스를 만들고 해양 대국 그리스를 있게 한 영웅의 무덤치고는 초라하지만 실제 유해를 모신 곳은 아니고 살라미스 해전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징적 장소라고 하네요. 그곳에서 저자가 떠올린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리스인 조르바예요.


『그리스인 조르바』 에 등장하는 대사가 생생하다.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자유! 그렇다. 그 단어 하나가 테미스토클레스를 바다로 향하게 했고, 그 단어 하나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이름으로 오디세우스를 환생시켰다. 그러므로 그리스를 여행한다는 것은 땅의 역사만 읽는 일이 아니다. 바람이 전하는 오래된 목소리를 듣는 일이며 그 소리는 언제나 험난한 바다를 항해하는 고독한 오디세우스의 뒷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지금도 테미스토클레스는 비석으로 남아 살리미스를 바라보며 자신이 지켜낸 자유인들의 삶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두 팔을 벌리고 껑충 뛰어오르며 춤을 추듯 '인간은 결국 스스로의 자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소리 내고 있다. 역사도 문학도 결국은 인간과 자유와 행복에 대한 단 하나의 진리를 이렇게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행복의 요건은 자유고, 자유의 요건은 용기다."

(210-211p)


고대 그리스 세계를 유랑하면서 우리에게 남는 건 과거의 영광이 아닌 인간의 자화상이었네요. 지혜로운 철학자와 그를 처형한 어리석은 인간들, 침략한 자들과 복수한 자들, 그리고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며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 수많은 인간들이 권력을 가진 뒤 정의롭지 못한 인간으로 타락했으나 한편에선 철학을 삶 속에서 증명하며 역사를 쌓아가고 있었네요. 오디세우스의 20년에 걸친 귀향길처럼 저자의 그리스 여행은 신에서 인간으로, 신화에서 이성으로,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 깊이 사유하며 성찰하는 여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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