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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리스 러브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한희선 옮김 / 창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랑을 맛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 나니 ‘사랑’은 남녀 간의 열정만이 아니다.
차라리 남녀 간의 사랑으로 여길 때가 편했다. 누군가 연애할 상대가 있으면 만족할 수 있는 감정이니까. 그런 사랑은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녹아 버린 아이스크림은 달콤함이 어느새 끈적임으로 바뀌어 거추장스럽다. 달콤한 맛은 그렇다. 처음 입맛에는 즐겁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리기도 하는 맛.
우리 삶의 사랑을 이런 달콤한 맛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야마모토 후미오. 그녀는 말한다. 사랑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고.
그녀는 소설을 통해 자신을 과감히 드러내는 것 같다. 실제 그녀의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닮은 꼴을 보게 된다. 그것은 그녀일 수도 혹은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이제 겨우 두 권의 책으로 만났을 뿐인데 은근히 친밀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 유쾌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
열 편의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여자들이 지병을 앓고 있다. 골다공증, 아토피성 피부염, 변비, 돌발성 난청, 수면장애, 생리통, 알코올 의존증, 비만, 자율신경실조증, 미각장애 –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불행할 정도는 아니지만 괴로운 일이다. 그녀들을 괴롭히는 것은 병 자체일까, 아니면 병이 생긴 원인일까?
여자들이 사회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일본이나 우리 나라나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노력할수록 답답함은 쌓여간다.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항의하지 못한 채 결국 자신의 몸으로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몸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사랑이 그녀의 병을 치유하진 못한다. 오히려 악화시킨다.그녀들의 사랑은 보여지는 것이 전부다. 남자들은 보이지 않는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들이 진정 사랑을 나누고 싶은 상대는 남자가 아닐 지도 모른다.
외로움은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곁에 있어도 이해 받지 못할 때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그 상대가 남자든, 바로 자기 자신이든.
다른 사람을 모두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녀들의 몸을 병들게 한 것은 잘못된 사랑 탓이다. 외모를 예쁘게 가꾸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는 노력도,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는 태도도, 먼저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결국 그녀들의 몸과 마음은 ‘사랑’이란 이름 아래 병들고 있었다.
<저울 위의 작은 아이 – 비만> 속의 미나미와 슈코.
“ 미나미는 인기가 많잖아.”
“ 맞아. 나한테는 내가 없으니까.”
“ 있지.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서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 남자도 여자도, 그리고 너도 그렇고. 다들 사랑을 받고만 싶어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고, 긍정해주길 바라고, 머리를 쓰다듬고 귀엽다고 말해주길 바라지. 그래서 나는 그걸 해주는 거야. 단지 그뿐이야. 세상에는 사랑 받고 싶어하는 사람만 있지.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조금밖에 없어. 다들 소중하게 여기는 게 당연해.”
진정한 사랑은 자기 안에서 시작된다. 사랑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달콤한 맛도 달콤하지 않은 맛도 아닌 것 같다.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 맛이 무엇이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줄 것이다.
“사랑은 맛있다. 그래야 살 맛 나는 세상이겠지.”
***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원한다면 절대로 읽지 마세요. 병든 그녀들의 이야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