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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라는 감옥 -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
야마모토 케이 지음, 최주연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10월
평점 :
이 감정을 설명하려면, "인정하기 싫지만"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것 같아요.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과대평가를 하면서 내면에 숨겨진 이 감정을 외면해왔어요.
이 감정의 정체는 질투예요. 일반적인 심리 서적에 잠깐 등장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탐구한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질투라는 감옥》은 법학자인 야마모토 케이 교수가 들려주는 질투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질투가 무엇인지, 질투로 인해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인류의 역사, 사상의 흐름 속에서 설명해주고 있어요. 질투을 올바르게 파악하려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어요. '질투'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다른 시대와 지역에서 묘사된 감정과 하나로 묶을 수 있는가라는 점이에요. 그 부분에 대해 감정의 역사에 관한 연구를 참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네요.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질투는 타자의 선의에 관한 기우" (110p) 라면서 질투심의 원인을 유사함이라고 봤어요.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상대를 질투하지, 완전히 동떨어진 상대를 질투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평민이 왕을 질투하거나 왕이 평민을 질투하는 일이 없다는 거죠. 또한 질투가 타인의 선에 대한 고통이라면 사랑은 같은 것을 보며 기뻐하는 감정이기에 질투를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했는데,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질투란 타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을 조금도 해치지 않는데 타인의 행복을 보는 것에 고통을 느끼는 마음" (118p) 라고 정의하면서 인간증오의 악덕이라고 평가했어요. 질투론의 계보를 살펴보니 왜 이 감정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지를 이해하게 됐어요. 또한 정의와 질투의 다소 불온한 관계가 어떤 식으로 드러나고 작용하는지, 정치적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은 다소 놀라웠어요. 민주주의의 원초적 제도에 이미 질투가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 즉 질투와 민주주의 관계는 단순히 민주주의의 외부에 질투가 붙어있는 형태가 아니라 떼려야 뗄 수 없는 강한 유대로 얽혀있다는 거예요. 이토록 질투를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하는 것은 현명하게 다루기 위해서예요.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질투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노력이 필요해요.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윤리적 정신적 태도를 함양하고 창작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개성을 키우라는 것, 그리고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라는 거예요. 질투라는 감옥도, 결국은 자신이 만들었으니 벗어나고 싶다면 스스로 깨부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