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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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산란할 때는 고요한 시간이 필요해요.

가만히 그 자리에 놔두면 진흙탕처럼 혼탁했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그러한 시간에 종종 그림을 보곤 해요. 예술 분야는 잘 모르지만 그림이 주는 힘은 알기 때문에 이 책에 끌렸나봐요. 고흐의 그림은 말없이 위로해주는 따스한 손길 같거든요.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는 미술 평론가이자 미술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주헌님의 책이에요. 이 책은 대중들이 보다 편안하게 미술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미술 감상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어요.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대단한 지식과 교양을 갖춰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 안에 떠도는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보는 놀이와도 같다고 설명해주네요. 똑같은 그림을 봐도 저마다 다른 감상이 나오는 것은 사람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자기 내면의 의미를 그림에 투사하기 때문이에요. 현재 일상의 중심이 되는 이슈와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따라 작품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작품과 나누는 대화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감상은 일종의 대화가 된다고 해요. 그림이 우리 마음에 와닿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작품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사랑, 희망, 고독, 내면의 목소리와 같은 철학적인 주제와 삶에 관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100여 점의 명화를 만날 수 있어요. 책으로 감상하는 명화들은 도슨트 역할을 해주는 저자 덕분에 작품의 배경적 지식과 화가의 삶,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책은 '마음 대화'라는 측면에서 우리 마음을 이끌어주고 있어요. 제 마음에 쏘옥 들어온 그림은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장님 소녀> 인데, 너른 들판 위에 앉아 있는 두 소녀 뒤로 쌍무지개가 떠 있어요. 눈을 감고 있는 소녀의 무릎 위에는 손풍금이 올려져 있고, 그 옆에 안긴 듯 바짝 붙어 있는 어린 소녀는 뒤를 돌아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어요. 아마 어린 소녀는 언니에게 예쁜 무지개가 떴다고, 그것도 두 개나 떠서 신기하다고 말하고 있을 것 같아요. 장님 소녀의 표정은 잔잔한 호수마냥 평온해서, 무척 아름다워 보여요.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자신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통해 세상을 온전히 느끼고 있는 듯해요. 어찌보면 평범한 풍경일 수도 있는데 소녀의 표정을 통해 평화롭고 충만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네요. 반면 에드바르 뭉크의 <자화상 - 밤의 방랑자>는 몹시 불안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요. 뭉크는 "나의 예술은 오로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숙고에서 나왔다. 왜 나는 다른 사람과 같지 않은가? 왜 나의 요람에는 일찍 저주가 내렸는가? 왜 나는 이 세상에 아무런 주체적 선택도 없이 던져졌는가? 나의 예술은 이런 나의 삶에 의미를 주기 위한 것이다." (234p)라고 말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불안과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결정체 같아요. 마냥 행복할 수만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삶의 지독한 고통을 예술로 승화해낸 화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아요. 예술의 존재 이유, 우리가 예술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거예요.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림들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진실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을 그려낸 예술가들 덕분에 깊은 감동과 행복을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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