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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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격려해 주는

당신의 편지를 간직할 거예요."

(89p)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는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이 담긴 책이에요.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연구하는 박신현 문학평론가가 버지니아 울프가 남긴 수천 통의 편지들 가운데 엄선한 아흔여섯 통의 편지로 구성된 편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상의 편지를 읽는다는 건 소소하지만 내밀한 마음을 엿보는 일인 것 같아요. 옮긴이는 편지의 내용을 '자유', '상상력', '평화'라는 주제로 나누고, 버지니아의 생애 순서대로 배치하여 그녀의 삶 속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주요 작품들에 관한 사연들을 하나의 이야기마냥 소개하고 있어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위대한 작가였던 버지니아 울프에게 세상은 결코 친절하지 않았어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 부딪혀야 했으니 말이에요. 어째서 여성이 작가가 되는 일이 그토록 험난했는지, 편지 곳곳에서 당시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알고 있지만 여기에 소개된 편지들을 읽다 보면 훨씬 더 가까이 그녀를 느낄 수 있어요. 책 속에 버지니아 울프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한참을 그냥 바라봤어요. 표지 사진은 살짝 무심한 듯한 표정이지만 동일한 장소로 보이는 다른 사진을 보면 활짝 웃고 있어요. 입고 있는 옷과 모습이 일치하는 1923년, 비타 색빌웨스트와 깊이 교제하던 시기의 모습인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정원 디자이너였던 비타와의 교제는 두 사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버지니아의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들이 탄생한 시기라고도 하네요. 그녀의 삶과 작품을 연결해보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네요. 1938년 7월 4일, 마거릿 데이비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내 책 《3기니》를 읽어봤다니 정말 고마워요. 그런 주제에 대해 내 견해를 드러내는 게 꽤 건방지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그런 명백한 공포가, 그런 독재가, 그런 위선이 자리할 때, 입을 다물고 앉아 이 모든 멍청한 문자 서명과 강경한 평화주의에 순응하는 건 결국 내 피가 끓어서 평소와 같은 잉크 방울들이 되게 만들었어요. (···) 나는 사람들의 목구멍을 따라 인용문이 흘러 내려가게 할 젤리를 감춰야만 하는데, 언제나 너무 많은 젤리를 감춰요. 하지만 그때 나는 아주 평범하고 매우 주저하는, 정말 쉽게 지루해하는 독자를 위해 쓰고 있었어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요." (276-277p) 라고 썼는데, 마거릿은 협동경제 여성협회의 사무국장이자 사회운동가이고, 《3기니》는 전쟁을 막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법조인에게 여성 작가가 보내는 한 통의 긴 편지 형식으로 된 에세이예요. 남성 중심의 국가주의가 벌이는 전쟁에 반대하며 새로운 반전론을 주장하는 아웃사이더로 남겠다는 선언으로 끝맺는 작품이에요. 피가 끓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편지,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녀의 당당한 목소리가 담긴 편지를 통해 자유와 평화, 사랑스러운 마음을 나눌 수 있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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