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고 앉아 있네 - 문지혁 작가의 창작 수업
문지혁 지음 / 해냄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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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목을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네요.

엉뚱한 소리나 농담이 아니라 실제 노트북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표지에 그려 있으니 말이에요.  《소설 쓰고 앉아 있네》는 문지혁 작가님의 소설 창작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에요. 이른바 창작 수업, 책으로 읽기 때문에 일방적인 전달 방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특이하게도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고 있네요. 일단 프롤로그부터 수업 첫 장면을 상상할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실 우리는 진짜 만나지는 않았지요.

(···)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23년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입니다.

우리는 처음 만났고, 그러므로 자기를 소개해야만 하겠지요. 아마 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저는 소설 쓰는 문지혁입니다."

어떤가요. 많이 어색한가요? 소설가나 작가, 혹은 번역가나 강사가 아니라, 소설 쓰는 누구라니요.

데뷔 전에는 저도 왜 많은 작가들이 스스로를 가리켜 '소설가 누구누구'라고 하지 않고 '소설 쓰는 누구입니다' '시 쓰는 누구입니다' '평론하는 누구입니다'라고 말하는지 의아했습니다. 들을 때마다 약간 간지럽기도 했고요. 하지만 14년 차 작가가 된 지금은 누구보다도 그 말을 잘 이해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말하니까요. 왜일까요? 그것은 '쓴다'는 말이 동사이기 때문입니다.

(···)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당신은 제가 쓴 이 책을 들고 무언가를 막 질문하려는 참입니다. 저는 알고 보면 썩 다정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꽤 부드럽고 친절한 사람입니다. 학생들이 적어준 익명의 강의 평가에 따르면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존재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당신이 무엇을 묻든 대답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소설을 쓰는 제가, 여기 앉아 있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4-9p)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글, 딱 제 취향이라서 시작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역시나 글쓰기 수업 내용도 알차고 유익했어요. 소설 창작 수업이라고 하면 살짝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문지혁 작가님의 말빨, 아니 수려한 글빨 덕분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네요. 저자는 글쓰기에 관한 수업을 크게 3부, 즉 '책상 앞에서', '책상에서', '책상 밖으로'라는 공간으로 나누어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어요. 글쓰기란 무엇인지, 어디서 쓸 것인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작가의 눈으로 읽는 독서법과 작법서 활용하기, '나'라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소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점과 목소리를 설명하고, 서술과 플롯으로 이야기의 구슬을 꿰는 방법과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묘사와 디테일, 좋은 대사와 대화를 쓰는 법, 합평과 퇴고의 방법을 알려주네요. 가려운 곳을 싹싹 긁어준다고 해야 하나, 글쓰기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미리 알아서 척척 설명해주네요. 사실 뭘 좀 알아야 질문도 생기는 법인데, 소설 창작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작법서인 것 같아요. 밤에는 소설을 쓰고, 낮에는 글을 가르친지 어언 18년, 저자가 그동안 쓰고 가르치며 터득한 노하우가 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작가님이 도움을 받았던 작법서와 창작 관련 도서 목록은 본격적인 작법 공부에 뛰어든 이들에겐 실질적인 참고서가 될 것 같아요. 현대소설은 문학적 소설과 장르소설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추세라서 어떤 종류의 소설을 쓰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본인이 어느 장르에 잘 맞는지, 어떤 취향과 지향을 갖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는 일이 더 중요해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일정한 공부와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더 확실해졌네요. 글을 쓰고자 마음 먹었다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당장 쓰면 되는 거예요. 작법의 기술을 익히고 연마하려면 일단 써야 한다는 거죠. 저자가 수업에서 늘 강조하는 말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처음 시도해야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는 거예요. "아는 것을 쓰라"는 소설 쓰기에 관한 오래된 격언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남들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을 알고 이해하고 느껴본 사람이어야 소설을 쓸 수 있어요. 나 자신을 알고, 타인에게 공감하며, 열린 마음으로 세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저자가 남긴 말은, "우리 다시 만납시다." (323p) 라는 거예요. 자신이 쓴 소설이 완성될 때 소설 쓰는 사람으로서 만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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