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스토리 한국사 - 시공간을 초월한 33번의 역사 여행
이기환 지음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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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야기로 풀어주는 역사 스토리텔러, 히스토리텔리인 이기환님의 책이 나왔어요.

《하이, 스토리 한국사》는 '시공간을 초월한 서른세 번의 역사 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요.

이 책은 역사 공부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자는 2011년 8월부터 은퇴 이후인 현재까지 13년 동안 <경향신문>에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를 연재하고 있고, 2021년부터 3년 가까이 <주간경향>에서 '이기환의 Hi-Story'라는 제목의 역사 칼럼을 썼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 중 일부를 골라 단행본으로 꾸민 것이라고 하네요.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구석기시대 유물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물, 유적, 문헌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쏙쏙 뽑아낸 것이라 무척 흥미롭네요. 그 가운데 가장 신기했던 유물은 2022년 6월,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발굴된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이에요. 가로 3.6cm, 세로 1.17cm, 두께 0.04mm의 금판에 0.05mm보다 가는 선으로 한 쌍의 새와 꽃이 조밀하게 새겨진 금박인데 무려 2,300~2,200년 전에 이토록 극초정밀 기술의 예술품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2016년 동궁과 월지에 접한 동쪽 지역에서 발굴했지만 지금까지 공개하지 못한 이유는 용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금판에 구멍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어떤 기물에 붙인 마구리(장식물)인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안압지와 주변 지역에서 깜짝 놀랄 만한 유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삼국사기>를 보면 "679년(문무왕 19) 동궁(태자궁)을 짓고 문의 이름을 정했다"고 쓰여 있으니 674년에 연못을 조성한 후 5년 만인 679년에 동궁을 세운 것이므로 연못(안압지)은 동궁의 부속 시설로 기능했던 월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요. 그래서 오랫동안 안압지로 알려진 사적 명칭이 2011년부터 '경주 동궁과 월지'로 바뀐 거예요. 재미있는 유물로는, 2019년 11월, 발굴된 '사람 얼굴 모양 토기 항아리', 일명'다중 인격의 얼굴 항아리'인데 한국 고고학 발굴 사상 처음 출토된 유물이고 둥그런 항아리에 사람 얼굴이 3개가 표현된 것과 그 밑에서 나온 명문 목간이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해요. 명문 목간의 다섯 면에 글씨가 쓰여 있는데 신라에서만 사용한 줄임말이 적혀 있더래요. 경상도 출신 연구자가 우스갯소리로 "성질 급한 경상도 사람들이 줄여 쓴 거 아니겠느냐"고 했다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인가봐요. 아참,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세책점(도서 대여점)에서 빌린 소설책에 독자들이 쓴 낙서들은 댓글 문화의 전형을 보여주네요. 소설책 내용 사이에 붉은 글씨로 "대역부도한 이완용놈아"라고 쓰여 있는 낙서 사진이 나와 있는데, 매국노를 향한 조선 민중의 울분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네요. 우리 역사 속에 숨겨진 보물들을 이야기로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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