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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미술관 - 또 하나의 모나리자에서 채식주의자 화가까지, 낯설고 매혹적인 명화의 뒷이야기
선동기 지음 / 북피움 / 2024년 7월
평점 :
오늘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건물들 사이로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보였어요. 마침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와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무척 여유롭게 느껴졌어요. 일상의 풍경들이지만 애써 바라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가느라 아무런 느낌도 없었을 거예요. 무엇을 바라보느냐, 시선이 머무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하잖아요. 세계적인 화가들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봤을까요. 명화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하루 5분 미술관》은 '그림 읽어주는 남자'로 불리는 미술 해설가 선동기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유명한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 숨겨진 사연들을 스물다섯 편의 명화 뒷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우선 책 표지의 그림이 궁금했어요. 노르웨이 사실주의 화가인 한스 헤위에르달의 「창가에서」 (1881/ 패널에 유채/ 46cm x 37cm/ 오슬로 국립미술관, 노르웨이)라는 작품이에요. 창가에 앉은 여인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지만 그녀의 시선은 발코니 너머로 향해 있어요.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상념에 빠져 있는 걸까요. 그림 속 모델은 헤위에르달의 아내 마렌라고 하네요. 설명이 없었다면 앳띤 얼굴 때문에 스무 살쯤 되는 숙녀가 이루지 못할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거라고 제멋대로 상상했을 거예요. 헤위에르달은 초상화와 풍경화에서 명성을 얻었는데 파리에서 공부했고 나중에는 파리에서 머물며 감성적인 그림들을 그렸다고 하네요. 화가의 눈에 비친 발코니 풍경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창가의 여인」 은 작은 창을 열고 밖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이라서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이 그림 속 주인공도 프리드리히의 아내 캐롤라인이라고 하네요. 두 화가 모두 아내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그렸는데, 어쩌면 아내라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남편의 심정을 표현한 게 아닌가라는 상상을 해봤네요. 여기에 소개된 그림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1920년 7월 19일 2차 코민테른 회의를 기념하는 축제」 (1921/ 캔버스에 유채/ 133cm x 268cm / 러시아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예요. 러시아 화가 보리스 쿠스토디에프(1878~1927)의 그림인데 드넓은 광장 한가운데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요. 역사 기록에 따르면 1920년 7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2차 코민테른 회의에 한인사회당 대표 김규면과 박진순이 '고려공산당'으로 등록했다고 하니 우리의 태극기가 실제로 우리츠키 광장에 나부끼던 장면을 러시아 화가가 그린 거예요. 펄럭이는 빨간 깃발 사이에 아름다운 우리 태극기가 그려진 그림이라서 더욱 특별하네요. 저자가 아는 한 외국 화가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제작한 작품에서 태극기가 등장하는 첫 번째 사례라고 해요. 흰색 바탕 가운데 태극 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 괘로 구성된 태극기는 밝음과 순수, 그리고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어요.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휘날리는 그림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드는 오늘이네요. 암튼 제목처럼 하루 5분, 책을 펼치면 나만의 멋진 미술관에서 흥미진진한 그림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