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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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일단 재미있어서, 그게 가장 큰 이유일 거예요. 수위를 넘나드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이야기니까요. 저 역시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 영화,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지만 미스터리 장르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는 문학평론가 박인성님의 책이에요. 이 책의 부제는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예요. 현재 성공적인 한국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미스터리 장르를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고, 한국의 장르문학 영역에서 미스터리는 아직 마이너한 장르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장 포괄적인 사회적 장르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탐구를 해보자는 거예요.

"미스터리는 유해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스터리는 범죄를 매개로 하여 우리 세계, 사회, 개인에게서 촉발되는 다양한 유해함의 상상력을 다룬다. 치정, 질투, 열등감, 콤플렉스, 부도덕함과 이기심 등등. 인간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경험하는 온갖 감정들은 단순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극복해야만 하는 장애물이 아니다. 그러한 감정들은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고 시련으로 내몰며, 타인에 대한 책임감만큼이나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 사회적 관계에서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는 유해함을 상정하고, 그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준다." (10-11p)

이 책에서는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으로 시작해 다양한 작품 속에서 어떠한 흐름을 거쳐왔는지를 살펴보고, 'K-미스터리 리부트'라고 부를 수 있는 동시대적 한국 미스터리 작품들의 특징적인 경향을 소개하고 있어요. 저자는 사회적인 마스터플롯으로서의 미스터리 역할을 강조하면서 오늘날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추리의 역할과 그에 따른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첩보와 방첩 서사, 하드보일드와 누아르, 범인이 아니라 나를 찾는 미궁,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역사 미스터리, SF 미스터리, 미스터리 게임이라는 장르를 소개한 뒤에 무엇이 한국 사회의 미스터리가 되어야 하는지, 가장 한국적인 미스터리의 형태로서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저자는 지금 시점이 과도한 환상을 걷어내고 미스터리 장르의 투명한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며, 추리의 힘보다는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사회적 진실에 접근하는 이야기의 논리와 사회적 의미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즐기고 있는 장르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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