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 평범한 하루가 과학으로 빛나는 순간
구보 유키 지음, 곽범신 옮김 / 반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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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재미있나요?

이래저래 지쳐 있는 사람들에겐 별 시답잖은 질문이겠지만 "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질문을 기다리지 않을까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느냐고요. '재미있는 일'을 인생의 이정표로 삼아 우주항공 연구뿐 아니라 작가 활동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삶의 재미 혹은 빈틈에 관해서는 말해줄 수 있지만 우주의 끝에 관해서는 답해줄 수 없다고 하네요.

《원룸에서 우주를 보다》는 JAXA 일본 우주과학연구소 연구원인 구보 유키의 책이에요. 저자는 우주공학 연구를 하다보니 주변에서 외계인을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면서 지구와 우주는 전혀 다른 공간이 아니라 연속된 하나의 공간이므로 지구 그 자체가 우주이고, 지구가 우주이듯, 외계인에게도 삶이 있듯, 우주공학 연구자에게도 삶이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제목에서 힌트를 줬듯이 우주연구원인 구보 유키는 원룸에서 노트북 한대로 우주공학을 연구하고 있어요. 우주비행체를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날리는 방법을 고안하는 분야인 궤도 제어 연구는 주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업무가 많아서 원룸의 하얀 책상에 노트북을 펼쳐놓으면 끝, 다른 거창한 도구가 필요 없다는 거예요. 만약 궤도역학 시뮬레이션이 궁금하다면 집에 있는 워드 및 구글 전용 컴퓨터로도 지금 당장이라도 체험해볼 수 있다고 하네요. 가끔 별을 바라볼 때는 광원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우주에서 나라는 보잘것없는 생명이 자리한 위치를 재차 확인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주의 압도적인 광활함 앞에 허우적거리면서도 히죽댄다고 하네요. 허우적과 히죽, 그건 무력감을 정확하게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아서 자연스레 입꼬리에 힘이 빠지는 반응이라나 뭐라나! 역시 우주공학자라서 우주를 이해하고 확인하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공감할 수는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서 더 궁금하면서 신기했네요. 아인슈타인은 중력방정식을 통해 물체가 중력이라는 힘에 의해 진행 방향이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을 나아가기 때문에 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 고로 우리도 우리 자신의 질량이나 운동에 따라 아주 조금이나마 우리 주변의 공간을 구부러뜨리고 있으며 그 휘어짐에 의해 한층 더 자신의 운동에 방향을 받아 곡률이 변화한다는 건데 중요한 건 그 복잡한 균형 속에서 우리가 살아간다는 거예요. 저자는 인생도 공학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집중하면 된다고, 장래의 불안과 후회 모두 무의미한 일이라 선을 긋고 나아가면 된다고 했는데, 아주 적절한 삶의 태도라는 점에서 공감했네요. 우주공학 연구에 관한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우주공학자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나 자신이 설레기 위해 연구를 하고 싶다." (223p)라는 부분이 좋았어요. 무엇이든간에 나 자신을 설레게 하는 일이 삶의 재미이자 활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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