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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와 함께 독립의 길을 걷다 - 독립운동가들의 숨겨진 이야기
이만근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최근 '조선인 강제동원'이 빠진 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고, 자격 미달의 독립기념관 관장이 임명되었어요. 이 모든 일들이 순차적으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어요. 독립기념관 관장은 취임하자마자 첫 번째 발언이 친일파 명예 회복이었어요. 더 많은 독립운동가를 찾아내고 독립운동 자료를 발굴하여 국민들에게 독립정신을 제대로 알려야 할 독립기념관 관장이 왜 친일파 명예 회복에 나서는 걸까요. 과거 발언들을 보면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은 일본이며,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 부를 수 없고, 임시정부 계승은 상식적으로 성립이 안된다면서 헌법 정신에 어긋난 내용을 주장하고 있으니 황당하고 기가 막히네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일본을 추종하며 역사 왜곡을 사실인양 주장하는 자들을 정부 요직에 임명하는 의도가 너무나 불순하게 느껴져서 분노가 치미네요. 목숨을 바쳐 나라를 되찾고자 했던 독립운동가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이네요.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해요. 역사 교과서에 제대로 수록되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우리가 기억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점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책이 나왔네요.
《도산 안창호와 함께 독립의 길을 걷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과 뜻을 함께한 독립운동가들의 숨겨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1964년부터 흥사단 운동에 참여하여 고등학생 대구아카데미를 창립하였고 흥사단과 함께 독립의 길을 걸어온 애국지사들의 발자취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어요. 이 책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삶과 더불어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독립운동의 기틀을 마련하고 민족의식을 일깨운 필대은, 외국인 독립운동가로서 한국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준 밀러, 평양지역 개화 운동을 선도한 임기반, 독립군 주치의로서 신민회를 함께 조직한 김필순, 안창호를 한국에 보낸 흥사단의 일원 이강, 안창호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공립협회를 창립한 정재관, 민족 교육과 독립운동을 이끈 유길준, 장돌뱅이 출신으로 안창호의 강연을 듣고 신민회에 가입하여 교육진흥과 모범촌을 추진한 이승훈, 몽골의 귀중한 금강석이 된 의열단의 이태준, 무관 출신의 풍운아 이갑, 그늘진 곳에서 독립 자금을 지원하며 평생 흥사단을 헌신한 송종익, 한인비행사양성소를 세운 김종림, 도산의 주치의이자 독립운동가 김창세, 연해주 독립운동을 이끈 안태국, 제2의 도산으로 일컫는 장리욱, 도산의 미주 독립운동 최측근인 곽림대, 27인의 결사대 이탁, 임시정부의 파수꾼 차리석, 여성 교육에 힘쓴 도산의 의남매 조신성, 애국심을 고취시킨 목사 한승곤,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작가 한흑구, 도산을 어버이로 모신 유상규, 도산의 유택을 제공한 조카사위 김봉성, 애국자 만드는 공장주 조카 안맥결, 북한의 누이동생 안신호, 도산의 여장부 아내 이혜련, 할리우드의 별 안필립, 휴즈항공사 부사장 안필선, 미국의 여성 영웅 안수산, 집안 살림 도맡고 문게이트 운영한 안수라, 아버지 얼굴도 보지 못한 안필영까지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 도산은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1926년 2월 22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음식점에서 동포들이 마련한 송별연 자리를 가졌고, 아내 이혜련을 바라보며 "나는 평생을 통해서 당신에게 치마 한 감, 저고리 한 채 사줘 보지 못한 부족한 남편이오"라고 말하고, 장남 필립과 그 동생들을 향해 "나는 너희들이 소학교, 중학교를 졸업하는 도안 공책 한 권, 연필 한 자루 사줘 보지 못한 아비다" 그리고 필립에게 "어린 너에게 가족을 맡기는 것이 하늘에 대해 죄인이 되는 것 같다" (368p)라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해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해방 이후 친일파 청산을 실패하여 친일파의 후손들이 돈과 권력을 잡게 만든 사회적 과오예요. 한국 사회에서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대놓고 친일파를 옹호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지금 어떻게 된 걸까요. 해방 79년이 됐지만 친일 정신, 친일파가 만든 사회 구조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요즘의 사태를 보면서 친일 부역자에 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걸 거듭 깨닫게 됐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