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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춘덕이
유춘덕 지음 / 프롬북스 / 2024년 8월
평점 :
《내 이름은 춘덕이》는 유춘덕님의 첫 수필집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글을 쓰면서 엄마의 말이 시처럼 들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몇 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엄마의 나이는 여든여덟 살, 엄마의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글을 읽노라니 뭉클해졌어요. 언제부턴가 '엄마'라는 말만 들으면 울컥해지는 것이 철이 드는 건지 나이가 든 건지 모르겠어요. 라디오에서 누군가가 들려주는 엄마의 사연에 그만 눈물이 터진 뒤로는 혼자만의 눈물 버튼이 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몰랐던 엄마의 삶,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 여겼던 철부지에서 이제는 엄마가 어린 소녀에서 여성으로,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어른이 되었네요. 저자가 자신의 엄마를 신기하다고 했던 것처럼 우리 엄마가 딱 그렇거든요. 험난한 시절을 어찌 이리 곱게 살아 왔는지, 주름이 무색하게 소녀처럼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어렵고 힘들게 산 사람은 자칫 악바리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는 엄마가 신기하다. 살아온 인생을 보면, 독해지지 않고는 살지 못할 세상에서 어찌 이리 순할 수 있는지다. 독기를 뿜어내는 대신 향을 지닌 우리 엄마는 복수초를 닮았다." (137p) 추운 겨울 꽁꽁 얼어버린 땅속을 뚫고 피워내는 꽃, '영원한 사랑,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처럼 살아온 엄마인데 정작 엄마의 넓은 마당에는 꽃 한 송이가 없었대요. 엄마에게 먹지 못하는 꽃은 의미가 없었을까요. 꽃은 엄마의 몸빼 바지에만 피어 있었지만 실은 마음에도 활짝 피어 있었을 거예요. 엄마는 무 마저도 예쁜 녀석을 좋아했으니까요. "아이, 니가 뽑아다 준 무시가 징허니 좋드라. 고런 것이 영판 이빼야. 매랍시 땔싹 크도 않코 근다고 너무 째깐헌 것도 아닌 거 있냐안. 대그빡이 중간만 헌 것이 질로 이삐드라. 이삔 것으로 담가야 맛도 있제." (206p) 그런 엄마가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대요. "아이, 너는 내가 낳은 것 중에 제일 못생겼는디 니가 질로 귄있써야. 워째서 그런지는 몰르겄는디 내 눈에는 니가 질로 이삐게 보인다잉. 아조 얼굴에 귄이 좔좔 흘른당께." (207-208p) 엄마가 무심코 해준 기분 좋은 말 한마디 덕분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래서 저자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 누구도 아닌 사랑스럽고 귄이 좔좔 흐르는 '춘덕'이고 싶다고 이야기하네요. 쉰 살이 넘어서야 엄마의 진짜 속내를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가족 간에도 서로 노력해야 진심을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엄마, 어머니,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며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