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윤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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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OO이 풍부하여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능력이 넘쳐난다.

우리는 OO을 둘러싼 언어를 가지고 있기에 정신을 유창하게 설명할 수 있다." (10p)

자, 여기 OO에 들어간 단어는 무엇일까요?

문장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알맞은 단어를 떠올리는 작업을 했을 거예요. 물론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작업이지만 입을 통해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왜 그 단어를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요. OO에 들어갈 단어는 '의식'이에요. 살면서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본인의 생각과 느낌, 기억, 감각, 감정 등을 통해 '의식'의 존재를 느끼고 있지만, 정작 '의식'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 덕분에 깨달았네요.

《세계 너머의 세계》는 의식 연구를 다룬 책이에요. 저자 에릭 호엘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신경과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프린스턴 고등 연구소에서는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터프츠대학교에서 연구 교수를 역임했어요. 2018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과학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30세 미만 리더 30인' (과학 분야) 으로 선정할 만큼 미국 신경과학계가 주목하는 신예라고 하네요. 이 책은 의식을 둘러싼 '세계 너머의 세계'를 연구하고 있는 젊은 신경과학자의 여정을 담고 있는데, 중요한 건 그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현대 과학에서 의식의 비밀은 풀리지 않았고, 저자의 전공이기도 한 신경 과학에는 특별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어요. 처음엔 고대문학으로 시작해 문명의 발달이 의식의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인간의 과장된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설명을 들려주더니 내재적 관점이 과학에서 명확하게 분리되어 의식이 과학적 연구와 따로 구별되도록 만든 장본인이 갈릴레오 갈릴레이였고, 수백 년이 흐른 뒤 현대 과학, 특히 신경 과학에서 의도적으로 외재적 관점에 내재적 관점을 포함시키려고 시도하게 된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살짝 놀랐던 부분은 신경 과학자로서 자기 분야의 문제점을 낱낱이 이야기한 점이에요. 매년 수많은 신경 과학 논문이 새롭게 발표되고, 모든 논문은 영국의 <네이처>와 미국의 <사이언스>에 게재되는데 신경 과학 논문 중 기본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된 논문이 거의 없다면서 그 이유를 신경 과학의 빗나간 목표 때문이라고 설명하네요. 의식은 다른 모든 인식적인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뇌에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틀과 같은데 신경 과학자들은 맹목적으로 뇌의 일부만 살피고 있다는 거예요. 과학적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언젠가 세상의 외재적인 것에서 내재적인 것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지를 설명하는 의식 이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의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면 질적인 부분과 양적인 부분이 만나는 혼합지대를 탐구해야 하는데, 이런 혼합지대는 역설과 풀지 못한 비밀이 존재한다는 것, 결국 인과적 창발성을 설명하는 존재론적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네요. 신경 과학자로서 의식 연구의 역사를 보여줄 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주관성을 숨기지 못하고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을 혼합하여 책을 저술했음을 고백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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