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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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이었어요.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퍼트리샤 록우드 작가의 소설 데뷔작이라고 해요.

이 소설을 읽기 전에 간략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아요. 솔직히 책 띠지에 적혀 있는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책"이라는 문구가 저한테는 그리 호감을 주진 못했지만 문학 평론가 신형철 교수의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의 재능이 쏟아내는 야심과 진심으로 가득하다."라는 설명이 유효했어요. 2021년 발표된 이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딜런 토머스상, 부커상, 여성소설상, 센터포픽션 신예작가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2022년 딜런 토머스상 수상작이며, 퍼트리샤 록우드는 2022년 실험적인 글쓰기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의 모턴 도웬 자벨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역시나 실험적인 글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인 것 같아요.

그동안 봐왔던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이라는 점에서 특이했어요. 맨처음 제목만으로 궁금증을 느꼈던 그것이 바로 낚였다는 증거였네요.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아무도 이런 소설을 쓰지 않는다'가 맞을 것 같네요. "그녀가 포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12p)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드는 사람이라면 그때 눈앞에 펼쳐지는 것들을 떠올리면 돼요. 개인 메일함이나 문자메시지, 카톡, 아니면 짧은 영상들... 어찌됐든 포털을 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것들은 손끝으로 빠르게 넘어갈 거예요. 다음, 그리고 또 다음...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만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아요. 빠르게 스쳐가는 것들 중에 가끔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고, 문득 그것들이 머릿속에 남아 여러가지 생각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진 않아요. 왜냐하면 또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올 테니까요.

소설은 포털 속으로, 아니 포털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녀의 '정신'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어요.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녀가 들려주는 단편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우연히 올린 게시물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저자가 그녀의 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들려준 의도, 이유를 설명해주네요. "왜 우리 모두 지금은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있을까? 새로운 종류의 연결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순간의 번득임, 시냅스, 그 사이의 공간만이 그런 연결을 해낼 수 있는 수단이었다. 아니면 이편이 더 무섭기는 한데, 포털이 글을 쓰는 방식이 이렇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 이런 단절 때문에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는 것. 이렇게 텅 빈 공간 때문에 플롯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플롯! 그건 웃음거리였다." (102p) 어쩌면 우리는 소설 속 그녀와 다를 바 없는 정신 상태로 포털을 헤매고 있으면서 전혀 자각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요. 인터넷, SNS, 온라인 세상에 갇혀버린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일종의 거울 같아요. "자, 네 모습이야. 보이니? 어때?"라고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도중에 누군가가 그녀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슬쩍 빼내자 그녀는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자아 전체가 거기에 있었다." (314p) 소름돋게 정확한 표현이라 입이 쩌억 벌어졌네요. 어떤 경고도 없이 쓱 들어온 공격, 두 손 들어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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