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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평점 :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성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가 살면서 느낀 점은 '믿음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것이었어요. 굳건할 줄 알았던 믿음, 신뢰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해봤다면 공감할 거예요. 신뢰가 깨진 뒤 그 상실감과 배신감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말이에요.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건 언제든지 그런 경험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우리는 왜 신뢰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신뢰의 과학》은 마셜경영대학교 교수이자 조직행동학자인 피터 H. 킴 교수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이 두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살게 된 이민 1세대이며, 그로 인해 정체성의 일부분은 늘 이방인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오히려 그때문에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한 부분을 민감하게 포착해내는 안목이 생겼고, 바로 그 렌즈를 통해 신뢰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사회과학자로서 저자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신뢰, 신뢰 위반(신뢰를 깨뜨리는 모든 행동), 신뢰 회복(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모든 행동 및 노력)에 관한 과학적 문헌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지난 20년간 이 주제에 관해 탐구해왔고, 그 연구 결과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신뢰의 중요성을 절실히 인식하면서도 타인의 신뢰성을 끊임없이 잘못 판단하며, 특히 자신의 신뢰성을 의심받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서툴다면 이 책 속에 솔루션이 담겨 있어요. 신뢰 위반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는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야말로 종합세트예요. 머나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도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어요. 이 나라의 신뢰가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지, 암담한 시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저자의 목표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훼손되는지,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 지식을 발판 삼아 신뢰 사회로 가는 현명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다만 신뢰 회복이 전적으로 우리에게만 달린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요. 기존의 잘못된 방향이 바꾸지 읺는다면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고, 좀 더 현명한 경로를 모색하는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거라고, 그것이 암흑의 시기에도 희망의 빛이 있다는 증거일 거예요. 이미 곳곳에서 신뢰 위반을 넘어 붕괴가 일어나고 있지만 더 많은 것을 잃기 전에 망가진 부분을 복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개인 차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도 길고 험난한 길인데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여정은 오죽할까요. 이 책은 진정한 신뢰 회복을 위한 첫 단계이며, 희망의 솔루션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