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당신은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조윤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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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몇 시간이나

나로 살았을까?"

옛사람들은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자신만의 방으로

스스로를 초대했다.

(9-10p)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고전연구가 조윤제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그동안 우리에게 고전에 담긴 지혜를 전해줬다면, 이번 책에서는 수많은 고전에서 언급된 개인 수양의 최고 경지인 신독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 삶에서 왜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할까요. "혼자됨의 시간, 오직 한 가지에 집중하면 반드시 뜻을 이룬다." (19p) 어떤 일이든 인생의 목적을 이루는 비결이기 때문이에요. 바쁜 일상 속에서 혼자됨의 시간을 갖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스스로 혼자됨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일 거예요.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고통의 시간인지, 아니면 내 인생을 바꿀 기회로 삼을 것인지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어요.

이 책은 혼자됨의 시간, 즉 신독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을 채울 것인가는 각자 결정해야 할 일이지만 저자는 고전의 가르침에서 가져온 일곱 가지를 제안하고 있어요. 첫째, 신기독야는 혼자일 때 더욱 삼간다, 둘째, 반구저기는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본다, 셋째, 지자자지는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한다, 넷째, 절차탁마는 배움에 미침은 없다, 다섯째, 지지능독은 멈출 줄 아는 자는 바라는 것을 얻는다, 여섯째, 오우아는 나 자신을 벗 삼는다, 일곱째, 지천명은 하늘의 뜻을 깨닫는다, 라는 문장이 각 장의 주제가 되어 그 의미를 자세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하루를 마치면서 감사 일기를 써도 좋고, 일상적인 내용을 적는 것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일 거예요. 다만 책에 나온 내용들을 곱씹으면서 차분하게 성찰한다면 마음을 바르게 갈고 닦는 시간이 될 거예요. 자신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독서이며, 좋은 책을 찾아서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읽고 필사를 하면 돼요. 바로 이 책을 통해 고전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 내용을 필사할 수 있어요. 책 맨뒤에 부록처럼 '삶의 내공을 기르는 신독 필사노트'가 있어서 저자가 선별한 명문장을 직접 써가며 마음에 새길 수 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소개하고 싶어요. 《장자》에는 정나라의 재상이었던 자산과 형벌로 다리가 잘린 신도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두 사람은 당대의 스승이었던 백혼무인에게 수학했다고 해요. 하지만 자산은 불구가 된 신도가와 함께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나가 달라고 요청하자, 신도가는 이렇게 말했어요. "스승님의 문하에 정사를 집행하는 자와 아닌 자를 가르는 구분이 있습니까? 그대는 자신이 정사를 집행한다고 해서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이었습니까? 듣기로 '깨끗한 거울에는 먼지와 때가 남아 있지 않고, 남아 있으면 밝게 비출 수 없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어진 이와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덕이 높은 스승과 함께함에도 이같은 말을 하니 어찌 허물이 아니겠습니까?" (153p) 지위도 높고 덕성도 뛰어나 백성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공자에게 은혜로운 사람이라는 칭송을 받던 자산이 이토록 교만하게 굴었던 건 마음의 거울을 제대로 닦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깨끗한 마음의 거울로 자신을 봐야 본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다른 사람 역시 바르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또한 신도가는, "스스로 자기 잘못을 변명하며 발이 잘리는 형벌을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 잘못을 변명하지 않고 애초에 발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고 말하는 자는 드뭅니다. 형벌을 당한 것이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여 마음을 평안히 하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 중에는 내게 다리가 없다고 비웃는 이들이 많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 화가 나지만 스승님께 갔다 오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습니다. 나는 19년 동안 스승님과 함께 지내왔지만 내가 다리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대와 나는 마음으로 사귀는데 그대는 오직 겉모습에서 나를 찾고 있으니 어찌 잘못이 아닙니까?" 이 말을 듣고 자산은 자세를 고치며, "자네, 부디 그만해주게나." (154p)라고 말했대요. 끔찍한 형벌을 받았으나 원망하거나 한탄하는 대신 운명에 순응하며 덕을 키워나간 신도가를 보면서 다산 정약용의 통찰과 쇼펜하우의 철학이 떠올랐어요. 그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 파티 Amor fa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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