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 주어진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향을 찾아주는 안내서
나영웅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는 취향의 본질을 파고드는 책이에요.
우선 취향이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취향은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을 강요받는 것인지, 자신의 취향이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고민하며 취향에 관해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라는 학자를 알게 됐고, 그의 저서 『구별짓기』 에서 "취향의 차이가 사회적 신분을 구별 짓는다." (17p)라는 문장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고 해요. 부르디외는 '취향이란 사회가 만들어낸 계급적 구별짓기'라고 규정했고, 소득에 따른 소비가 계층화된 구조 안에서 우리의 취향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어요. 일상에서 우리는 타인과의 취향 차이를 경험하는데 부르디외는 이러한 취향의 차이가 신분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 거예요.
이 책은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에서 출발한 저자의 취향 탐구 보고서라고 할 수 있어요.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가 이직을 하면서 사회생활 5년 차가 된 2018년, 저자의 소득은 첫 월급의 두 배를 달성하였고, 이때부터 취향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무엇을 즐겨야 할지 어디에 돈을 써야 나의 취향을 보여주는 소비일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해요. 취향에 대한 칼럼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시기도 이때였는데 통상적으로 고소득은 아니었지만 최소 삶 유지비용보다 약간의 여윳돈이 더 생겼던 시점이라고 하네요. 사실 제목부터 '취향 = 계급'이라는 도식이 영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평범한 저자의 직장생활과 취향 소비에 관한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네요. 다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을 거예요. 사람들은 흔히 계급의 신분화를 직관적인 이미지인 피라미드 구조로 표현하는데, 이 피라미드 계급도가 가장 잘 활용되고 있는 곳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예요. 저자는 이 피라미드 계급도가 우리의 취향을 가두는 무덤이라고 표현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소득분위에 따라 세분화된 계층으로 나누고 하향 비교할 수 있는 비교 계층이 생겨나면서 자신의 계급을 확인하고 타인의 계급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랭킹 시스템이 개인의 취향을 폭력적으로 침범한 거예요.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나의 취향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취향의 범위에 갇혀 스스로 선택을 정당화하는 것, 이 현상을 부르디외는 계급의 은근히 드러나는 지배, 피지배 계층의 자발적인 복종을 뜻하는 상징 폭력이라고 불렀어요. 상품을 계급화하며 남과 나를 구분하는 계급의 지표로 사용하는 것이 결국 차별과 선택의 제한을 만들고, 이러한 억압은 본인 스스로 행할 때도 있고 타인에 의해 행해지면서 악순환이 되는 거죠. 궁극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취향'의 본질을 바로잡는 일이에요. 더 이상 취향을 달성해야 하는 계급 상승의 목표가 아니라 나의 삶을 충만하게 해주는 문화로 받아들이자는 거예요. 자신을 규정짓는 계급, 계층에서 벗어나려면 부르디외가 밝힌 취향의 계급화 현상을 이해하고 나와 타인의 관계를 정립하면서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해요. 나를 둘러싼 사회 구조를 이해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자기혐오를 벗어나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면 나의 취향과 삶을 온전히 선택하며 누릴 수 있어요.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만드는 길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