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나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 쇼펜하우어의 인생에 대한 조언(1851) 라이즈 포 라이프 2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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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쇼펜하우어인가?

요즘 쇼펜하우어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고,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 이유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결코 나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으리라》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Counsels and Maxims>를 아무 주석 없이 원문 그대로 옮긴 책이에요. 떠오름 출판사의 '라이즈 포 라이프(Rise for Life)' 시리즈 두 번째 책이기도 해요.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 책의 존재 이유, 그 필요성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쇼펜하우어 붐'으로 다양한 쇼펜하우어의 책이 출간되었지만 정작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아닌 저자의 견해로 재해석한 자기계발서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재해석이 아닌 쇼펜하우어의 원문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스스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쇼펜하우어가 정말로 전하고 싶었던 행복과 불행, 운명 그리고 세계의 비밀을 찾아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6-7p)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느냐고... 아마 다들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독일의 싱크탱크 '핫 오어 쿨 인스티튜트'에서 '2024 지구행복지수'를 발표한 결과를 보니, 한국의 지구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38점으로 전체 147개국 중 76위라고 하네요. 점점 행복지수와 출생률 등의 지표는 바닥을 치고 있고, 자살과 우울증 환자는 증가하고 있으니 실질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한때 철학에 대해서 '철학이 밥 먹여 주냐?'라는 무시 섞인 말들이 있었는데 그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서 철학이 밥이 될 순 없지만 밥 먹을 힘이 나게 할 순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물론 그 힘이란 것이 따뜻한 위로나 격려는 아니에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는 헛된 위로가 아닌 냉철한 통찰이 깔려 있어요. 모든 인생은 고통이라는 명제 위에 고통을 직시하라는 거예요. "불행해지지 않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큰 행복을 기대하지 않는 것" (24p)

쇼펜하우어는 인생에 대한 조언을 적은 이 책에 대해서도 "나는 이 책에서 완벽함을 바라지 않는다. ... 나는 지금 생각나는 것과 전달할 가치가 있는 것, 그리고 적어도 지금까지 완벽하게 말하지 않은 부분만을 전달하려고 한다. 첫째는 '일반적인 처세', 둘째는 '자신과의 관계', 셋째는 '타인과의 관계', 넷째는 '세상과 운명에 대한 처세'로 나누어 말하겠다." (8-9p) 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우리가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로 꼽는 행복에 대해서 쇼펜하우어는 "내 모든 것은 나와 함께 있다" (54p) 라면서 "행복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 샹포르의 격언 '행복은 쉬운 일이 아니다'가 본질적으로 같은 사상이며, 같은 맥락에서 불행에 대한 책임도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미 일어난 불행에 대해서는 특정한 방법으로 피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고통을 더하고,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을 만들 뿐이니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불행은 우리의 부주의나 어리석음, 잘못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잘못을 인식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결심이 더 중요해요. 그래야 더 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인생 처세법의 절반은 '사랑에도 미움에도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며 나머지 반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도 믿지 말라' (174p)라는 거예요. 냉소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라 더 와닿네요. 쇼펜하우어는 '죽는 순간까지 한 인간으로서 그 나약한 의지를 부여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이제 나는 그 누구의 운명도 탐하지 않는다.' (204p)라고 말했고, 옮긴이는 그의 말을 빌려 '결코 나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205p)라고 선언했네요.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같은 삶,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지녔다는데, 200년 전 철학자에게서 바로 그 삶의 지혜를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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