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내가 풀빛 그림 아이
장덕현 지음, 윤미숙 그림 / 풀빛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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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내가》는 장덕현 작가님이 쓰고 윤미숙 작가님이 그린 "인권 그림책"이에요.

첫 장을 펼치면 아주 고약하게 생긴 왕이 손가락질을 하며 명령을 내리고 있어요.

"모든 국민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무조건 일방적인 명령은 즐겁지 않은 일인데, 왕의 발언은 너무나 끔찍하네요. 이른바 공포정치를 떠올리게 하네요.

빨강색으로 칠해진 배경 때문에 더욱 무섭게 느껴져요. 과연 왕은 어떤 명령을 내렸을까요. 그 명령에 따라 각각의 장면들은 빨강색, 파랑색, 노랑색, 초록색으로 바뀌고 있어요. 주인공 '나'는 모든 장면들 속에 살짝 숨어 있어요. 여기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나와 너, 우리와 그들로 경계를 두면 '강 건너 불구경'이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왕도 똑같이 생각했다는 거죠.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은 무엇을 위한 명령을 내렸을까요. 이제껏 독재자의 명령이 모두를 행복하게 해줬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아이들은 이미 왕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쁘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몰랐을 거예요. 주인공 '나'처럼 말이에요. 마지막 장면을 통해 "만약에 내가..."라는 질문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깨닫게 되는 거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래서 올바른 교육이 중요해요. 좋은 어른들이 많은 사회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공정과 공존의 가치를 배워야 해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장벽(barrier)과 자유(free)라는 단어가 합쳐진 말로 고령자나 장애인 등이 겪고 있는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라고 해요.

이 그림책을 본 뒤라서 크리에이터 박위 님의 강연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건강했던 청년이 한순간 전신마비 진단을 받은 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들려주는 내용이에요. 직접 수동휠체어로 지하철을 탔을 때의 영상을 보면 굉장히 위험해보이는 상황들이 많았어요. 그가 오스트리아에서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영상은 매우 놀라웠어요. 오스트리아 시민들은 휠체어를 탄 동양인에게 당연한 듯 도움을 줬고, 버스와 트램, 지하철로 이동하는 과정이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오스트리아가 '배리어 프리' 천국이 된 건 장애인식에 대한 교육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교육을 받으면서 모두와 공존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하네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년 넘게 지하철 시위를 벌여왔는데, 서울시장은 시민들의 출근길을 막는 악의적인 행동이라면서 강경하게 대응해왔어요. 일부 언론에서는 전장연 시위가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부정여론을 확산시켜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만 부추긴다고 보도했네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중에 시위대에 공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이죠. 과연 그럴까요.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어요.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이 지하철을 지연시켜 철도안전법을 위반하는 중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에 이렇게 법을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 사회적 강자는 없다고 발언했고,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어요. 전장연은 지난 22년간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했던 것인데 서울시는 시위 방식만을 문제 삼으며 골칫거리로 몰아가고 있어요.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는 시민들을 걱정할 게 아니라 애초에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서울시민이고, 이 나라 국민이에요. 만약 나는 장애인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고 따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그림책의 결말과 같을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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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3-04-0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오즐님^^
장애인 교육과 오스트리아. 담고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