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을 걷는 시간 - 천년을 잠들어 있던 신라의 왕궁 소설가 김별아 경주 월성을 가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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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을 걷는 시간》 은 소설가 김별아 작가님의 경주 월성 답사기예요.

경주 월성, 너무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지진, 월성원전, 삼중수소, 방사능 누출 등 어두운 이야기들이 모든 걸 덮어버린 것 같아요.

사실 경주는 알아도 월성의 존재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네요. 역사 교과서에도 언급되지 않았고, 실제로 월성지는 천년이 넘도록 궁성의 흔적조차 없이 완벽한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대요. 이웃한 안압지를 비롯해 대릉원, 황룡사, 남산, 첨성대 등이 월성을 둘러싸듯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거예요.

저자의 표현처럼 이 책은 천년을 잠들어 있던 도시 월성을 조심스럽게 깨워 역사의 속살을 드러내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2019년 《경북매일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 <월성을 걷는 시간>을 토대로 수정 보완한 내용이라고 해요.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다보니 어떻게 소재를 얻고 취재해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저자의 대답은 간단하다고 하네요. "공부합니다." (30p)

장편소설 《미실》을 집필하던 때부터 밑도 끝도 없는 공부가 습관이자 의식이 되었다는 저자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을 기본으로 하여 정사를 읽고 수많은 사서와 연구 논문 자료들을 읽으며 공부했는데, 《미실》의 배경인 서라벌, 그 중에서 왕성이 바로 월성이라고 해요. 책을 펴낸 뒤 월성 터를 둘러보았고, 꼬박 5년이 지난 후 다시 월성을 찾게 된 거예요. 월성이랑과 월성을 거닐며 월성 발굴 조사와 관련된 이야기뿐 아니라 문헌의 기록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월성 발굴 조사는 2014년 12월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묵묵히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834년 동안 신라의 왕궁이었던 월성의 가치는 지금 우리의 지식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데, 그토록 특별한 이유는 경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월성을 중심으로 도시 계획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한 공간에서 건물을 지고 무너지면 또 짓는 과정이 반복되며 수백 년 이어져 신라 문화와 기술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된 거예요.

"아, 신라의 밤이여!"

가수 현인이 노래한 <신라의 달밤>처럼 월성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소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 '안압지'로 불리다가 이름을 정식으로 바꾼 '동궁과 월지'는 현재 인기 관광지가 되었어요. 일찍이 발굴 조사를 끝내고 복원한 동궁과 월지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워서 야간 개장을 하면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라는 것. 다만 달빛 대신 인공조명이 더 화려한 야경이라는 것. 복원된 월정교는 신라 시대 숱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지만 상상에 의지한 현대적 복원이라 많은 논란을 낳았다고 하네요. 월정교 복원의 논란은 월성과 황룡사 등 발굴 조사를 거쳐 언젠가 복원을 논의할 유적들이 모두 거칠 수밖에 없는 논란인데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네요. 지금의 월성은 흔적과 터만 남아 있을 뿐 실체는 역사 속에 묻혀 있어요. 차근차근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며 발굴 조사가 진행될수록 월성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질 거라고 이야기하네요. 폐허의 고도(古都) 월성을 거니는 시간을 통해 역사의 이면을 배운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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